방울(내가 키우던 강아지)이를 보내고 매우 적적한 삶이 뭐라도 숨 쉴 것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은 많았지만 놀러가는줄 알고 꼬리를 신나게 흔들면서 떠나간
방울이의 마지막 모습 때문에 난 더 이상은 동물을 키우지 말자고 수없이 결심을 했다.
' 스파트 필름' 을 오랫동안 키우다가 수경 재배를 해보니, 꽃도 피워내고 아주 열심이여서
어려서부터 가지고 싶었던 금붕어 키우는 둥그런 어항을 사서 그곳에 모래를 깔고 넣어 물을
부어주었는데 물끄러미 어항을 바라보던 남편이 " 저기에 물고기를 몇 마리 사다 넣으면 좋을것 같애"
하는것이 아닌가. 난 뭘 키우는걸 포기한지 오래라서 그 말에도 깜짝 놀랐다.
동물이라면 질색을 하는 남편인지라 겉으로는 시답잖게 말하고 다음 날 다판다에 가서 구피 세마리를
사다가 어항에 넣어 주었다. 그런데 구피들은 먹이 활동을 하지 않더니 차례로 죽기 시작했다.
남편은 느닷없이 나에게 불만을 이야기 하는데 내용은 " 도데체 여자가 집 살림 바꿀줄도 모르고 꾸밀줄도
모르고 불 필요한것도 버리자고 하면 못 버리게 하니 우리 죽은 다음에 누가 치울건지....."
그 말을 새기면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 집을 꾸미는 의미로 쓸만한 어항을 하나 살까요?' 라는 대꾸를 생각해
내고 다음 날 아침 밤에 생각해 둔 말을 똑같이 또박또박 해 보았다. 마음속으로는 어림도 없는 소리지 생각하면서.
남편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 당장 사러 가자" 고 한다.
그래서 제법 큰 사각진 어항을 사게 되었다. 장식을 하고 산소장치도 하여 구피를 넣어주니 아주 살 판이 났는지
좋아한다. 그런데 구피값이 비쌌다. 잘 살기라도 하면 좋은데 경험부족으로 죽어 나가는 것들이 생기면서 새삼
경제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항도 아깝고 새삼 어쩌지 생각하는중에 우연히 어떤 가게에 들렀다가 구피 한마리에
1000원씩 하는것을 보고 당장 다섯마리를 사왔다. 그런데 아주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비싸게 산 구피들이 새로사온 구피들 하고 아주 활발하게 잘 놀면서 건강해지는것이 아닌가! .
와! 야들도 무리지어 사는것을 좋아하는구나.
그런데 더 신기한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우연히 발견한 아주 작은 치어두마리.
" 여보 여보! 구피가 새끼를 두마리 낳았나봐"
남편이 화들짝 놀라더니 어서어서 분리를 해서 키워야한다고 어미 구피들을 잠간 다른곳에 옮기고
치어를 처음 사온 작은 어항으로 옮기는데 아니 이게 왠일!
치어는 두마리가 아니라 여섯마리나 어항바닥에 붙어서 잡아 먹히지 않으려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작은 어항속에 들어간 여섯마리 치어는 아주 느긋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유유자적하는것이다.
아! 저렇게 작은것도 위험하지 않다는것을 아는구나. 그저 놀랍고 신기하기만 했다.
내가 들여다 보면 몰려들기까지 했다.
그렇게 그냥 시간은 마구마구 빨리 흘러가는데 새끼구피들은 산소통도 없는 어항에서 폭풍 성장해 나갔다.
숫놈은 한마리고 나머지는 배가 두둑한 암놈들이다.
그러던 또 어느 날 아주 우연히 이번에는 치어들이 아주 많이 모래바닥에 붙어서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사투를 벌이는게 아닌가.
총 14마리 치어를 작은 어항으로 옮기고 6마리 치어는 엄마의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새끼를 몽땅 낳은 치어는 허리가 굽고 배가 쪼그라 붙어서도 먹이을 찾고 다녀 얼른 밥을 몽땅 주었다.
엊그제는 한마리 치어를 잡아서 옮겨주고 또 이틀 후에는 4마리가 있어 옮겼다.
4마리를 낳은 어미는 힘들어하더니 아침에 보니 죽어 있었다.
새끼들중 덩치가 커진 두마리를 원래의 자리로 옮겨 주었다.
구피들은 이제 크기가 각각 세 부류로 나눠지게 되었다.
오전내내 숨어있던 조금 큰 새끼들은 저녁때가 되니 무리에 섞여서 잘 놀고 있다.
이제 구피가 너무 많아 이웃집에 분양도 하기로 했다.
새삼 인간이 이 세상을 얼마나 알까 싶은 그런 시간들이였다.
구피로 인해 남편과 대화가 많이 늘었다. 적적하신분들 구피 키우시면 괜찮을것 같습니다.
어제는 내 동생이 처음으로 할머니가 되는 날이기도 했다.
동생은 그저 좋아서 허허 한다. 나도 그랬지. 이상한 일이다. 왜 이유없이 손주가 좋고
이쁜지.... 아마도 본능이 아닐까 싶다.
구피가 새끼를 낳을때도 많이 기뻤다.
새끼들은 너무 귀여워서리...........!!!!!!!!.
첫댓글 구피는 새끼를 100마리정도 낳았답니다. 공부할때 새끼를 낳는것은 포유류라고 배웠는데 꼭 그렇지도 않아요. 구피가 새끼를 낳는데 6시간이나 새끼를 구출하다가 그 숫자도 잊어버렸죠. 그냥 두면 큰 넘들이 모두 먹어버린다고 하는데 새끼들도 영리해서 모래바닥에 숨어 있어요. 하하 그래서 구피엄마랑 아빠들이랑 새끼들 잘 키우고 있습니다. 좀 무기력할때 갸들 쳐다보고 있으면 힘이 납니다. 뭐그리 바쁜지 열심사는것이 게으름 피우고 호강에 겨운 소리하는 저를 야단치는것 같애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