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인(秋風引)가을 바람의 노래
何處秋風至(하처추풍지)-어디서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지
蕭蕭送雁群(소소송안군)-살살 부는 바람결에 기러기 무리를 보낸다
朝來入庭樹(조래입정수)-아침 마당 나무가지에 불어오는 추풍은
孤客最先聞(고객최선문)-고독한 나그네가 가장 먼저 이 소리를 듣네
류우석(劉禹錫)
가을 밤 달을 보는 심사
望日高樓坐夜長(망일고루좌야장)-높은 누에서 밝은 달 보며 앉으니 밤은 길고
虛簷風露濕衣裳(허첨풍로습의상)-빈 처마의 바람과 이슬 내 옷을 적신다.
浮雲一片來何處(부운일편래하처)-뜬 구름 한 조각, 어느 곳에서 날아오는지
數點靑山萬里光(수점청산만리광)-점점이 솟아있는 푸른 산에 수만리 밝은 달빛
安弘齡(안홍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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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우(夜雨)가을 밤비
早蛩啼復歇(조공제복헐)-철 이른 귀뚜라미 울다 쉬다 하는데
殘燈滅又明(잔등멸우명)-타다 남은 등불은 가물가물 거린다
隔窓知夜雨(격창지야우)-창밖에는 밤비가 내리는지
芭蕉先有聲(파초선유성)-파초에 후드기는 소리가 들리네
백거이(白居易)
중국 당나라 시인 백거이
조용한 가을밤이면 멀리에서 나는 소리도 잘 들린다. 가물거리는 등불을 앞에 놓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귀에 가을을 알리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쓸쓸함을 더하고, 창밖의 파초 잎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후둑둑 나는 것은 가을을 재촉하는 소리인 것이다.
어제 오후 내리는 빗속을 비옷을 입고 신림역 가는 길을 걸으니 비록 파초 잎은 없어도
보도 불럭 위를 튕기는 빗방울에 가을 소리가 난다.
-농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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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야작(秋夜作)가을 밤에
小窓殘月夢初醒(소창잔월몽초성)-작은 창에 든 새벽달 빛에 꿈이 깨어
一枕愁吟柰有情(일침수음내유정)-베개 머리에서 시를 읊어보나 아무런 느낌 없어라
却悔從前輕種樹(각회종전경종수)-도리어 예전에 쉽게 나무심은 것이 후회스럽다네
滿庭搖落作秋聲(만정요락작추성)-뜰에 가득 떨어지는 나뭇잎은 가을 소리로고
김영광(金鍊光)
기부지(期不至)-가을에 오신다고 하고서 안 오시는 임
莞城雨初歇(완성우초헐)-완산에 내린 비, 이제 그치고
落山淡秋山(낙산담추산)-해 지는 저녁 산에 깃드는 가을 빛
佳期隔江浦(가기격강포)-강 건너 포구에서 님과 만날 약속
望望水雲間(망망수운간)-자욱한 물과 구름에, 아득히 바라보기만
안민학(安敏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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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한가위(秋夕)
歲歲中秋月(세세중추월)-해마다 한가위 달이 좋지만
今宵最可憐(금소최가련)-오늘밤은 더욱더 가련토록 아름답구나
一天風露寂(일천풍로적)-온 하늘 바람과 이슬이 고요한데
萬里海山連(만리해산연)-만리라 산과 바다가 한빛이로세
故鄕應同見(고향응동견)-고향에서도 으레히 같이 보게 될지니
渾家想未眠(혼가상미면)-온 집안이 아마도 잠 못이루겠지
誰知相憶意(수지상억의)-그 누가 알리오 서로 그리워 하는 마음이
兩地客茫然(양지객망연)-여기나 거기나 다 같이 까마득함을
정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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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餠(송병)송편
手裡廻廻成鳥卵(수리회회성조란)-손에 넣고 뱅뱅 돌리면
새알이 만들어지고
指頭個個合蚌脣(지두개개합방순)-손가락 끝으로 낱낱이 파서 조개
같은 입술을 맞추네.
金盤削立峰千疊(금반삭립봉천첩)-금쟁반에 천봉우리를 첩첩이
쌓아 올리고
玉箸懸燈月半輪(옥저현등월반륜)-등불을 매달고 옥젖가락으로 반달
같은 송편을 집어 먹네.
김병연(감삿갓) |
淸夜吟(청야음) 가을 달밤을 읊으며
月到天心處(월도천심처)-하늘 한복판에 달은 휘영청 밝고
風來水面時(풍래수면시)-호수 위에 바람은 잔잔히 불어오는데
一般淸意味(일반청의미)-이러한 맑은 가을 정취의 그 의미를
料得少人知(료득소인지)-아는 이 아마도 많지 않으리
소옹(邵雍)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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閑山島(한산도)가을 물 나라에 놀란 기러기
水國秋光暮(수국추광모)-물 나라에 가을 빛이 저무니
驚寒雁陣高(경한안진고)-추위에 놀란 기러기 떼가 높이 날아가네.
憂心輾轉夜(우심전전야)-근심하는 마음으로 엎치락 뒤치락하는 밤에
殘月照弓刀(잔월조궁도)-새벽 차가운 달빛이 활과 칼을 비추네.
이순신(李舜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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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야(秋夜)가을 밤에 낙엽지는 소리를
蕭蕭落葉聲(소소낙엽성)-우수수 낙엽지는 소리를
錯認爲疏雨(착인위소우)-가랑비 소리로 잘못 들어
呼童出門看(호동출문간)-아이불러 문박엘 나가보게 하니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시냇가 남쪽 나무에 달이 걸려 있구나
정철(鄭澈) | |
가을 산행
遠上寒山石俓斜(원상한산석경사)-멀리 사람없는 산에 오르니
돌길이 비스듬히 끝이 없구나
白雲深處有人家(백운심처유인가)-흰구름이 피어오르는 곳에
인가가 있어
停車坐愛楓林晩(정차좌애풍림만)-수례를 멈추고 석양에
비치는 단풍숲을 보니
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서리 맞은 단풍잎이 한창때
봄꽃보다 더욱 붉고나
두목(杜牧) |
가을 새벽 길
日入投孤店(일입투고점)-저물어 외로운 여관에 드니
山深不掩扉(산심불엄비)-산 깊어 사립문도 닫지를 않네.
鷄鳴問前路(계명문전로)-닭 우는 새벽에 앞길 묻는데
黃葉向人飛(황엽향인비)-누런 낙엽만 날 향해 날려오누나.
권필(權韠 | |
정야사(靜夜思)가을 서리를 고요히 밤에 보니
牀前看月光(상전간월광)-침대에 기대어 달 빛을 바라보니
疑是地上霜(의시지상상)-이것이 땅 위의 서리인가 의심스럽구나.
擧頭望山月(거두망산월)-문득 머리를 들어 산 위에 떠있는 달을 바라보고
低頭思故鄕(저두사고향)-조용히 머리를 숙여 고향을 생각한다.
이백(李白)
상월(霜月)가을 서리에 비친 달
晩來微雨洗長天(만래미우세장천)-저물녘 가랑비 내려 긴 하늘 씻어내고
入夜高風捲暝烟(입야고풍권명연)-밤 들자 높이 부는 바람이 안개를 걷어내네
夢覺曉鍾寒徹骨(몽각효종한철골)-새벽 종소리에 잠을 깨니 한기가 사무치는데
素娥靑女鬪嬋娟(소아청녀투선연)-달빛과 서리가 서로 아름다움을 다투네
이행(李荇)
※지금 가을 시즌에 연재하는 이 한시(漢詩)들은 조선과 중국에서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시인들의 훌륭한 작품들입니다. 피카소 그림처럼 복잡하고 표현이 어려운 현대시를 의미도 모르고 읽는 것 보다 자연과 인간의 삶을 마치 소가 쟁기를 끌고 농부가 씨를 뿌리고, 헤어지면 흐르는 강물에 슬픔을 흘러 보내고 외로우면 달을 보고 한숨짓고 기쁘면 버선발로 달려 나오는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고전한시가 훨씬 우리 마음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동안 약 50년 동안 서양 문화가 파도처럼 밀려와서 우리의 문화는 모든 면에서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고 무조건 외제(外製)를 선호했습니다. 한복을 입고 고무신을 신고 된장국을 먹고 전통 혼례를 치르면 마치 촌사람 취급을 당했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눈과 생각은 눈뜬장님이요 유식한 바보짓을 해 왔습니다. 이제는 아름다운 우리 것을 아는 선비의 자세로, 치마 끝에 보일 듯 말 듯한 고무신 코처럼 아름다움을 아는 한국미의 여성으로 제자리를 회복해야 되어야 겠습니다.
“제 외이프(wife)입니다” 하면 세련되게 보이고 “제 안사람 람입니다” 하면 촌스럽게 보입니까?
그런 의미로 가을 한시(漢詩)를 연재합니다.
농월 | |
秋思(추사)가을 심사
滿庭梧葉散西風(만정오엽산서풍)-뜰에 가득 오동잎
서풍에 흩어지고
孤夢初回燭淚紅(고몽초회촉누홍)-꿈에서 깨어나니 촛물이
흘러내리네
窓外候蟲秋思苦(창외후충추사고)-창밖은 귀뚜라미 소리,
가을 심사 괴로워라
伴人啼到五更終(반인제도오경종)-사람을 벗하여 밤새도록
울어젖히네
김효일(金孝一)
秋懷(추회)가을을 추억하며
霜雁墜寒聲(상안추한성)-서리 맞은 기러기 차가운 소리 내고
寂寞過山城(적막과산성)-적막하게 산성을 지나간다.
思君孤夢罷(사군고몽파)-그대 생각에 외로운 꿈을 깨니
秋月照窓明(추월조창명)-가을달이 창을 비춰 밝기만하구나
억춘(憶春) |
추야숙장산사(秋夜宿蔣山寺)가을 밤 산사에 묵으며
大江之南鍾山寺(대강지남종산사)-대강의 남쪽 종남산의 절간에
巍巍樓閣開旃檀(외외루각개전단)-높고 높은 누각이 전단향을 풍긴다.
雲外聽經白鷴下(운외청경백한하)-구름 밖 독경소리에 흰 학 내려오고
洞中護法蒼龍蟠(동중호법창룡반)-골 안에 법을 지키는 푸른 용이 서렸다.
塔影夜搖崖月淨(탑영야요애월정)-탑 그림자는 밤에 깨끗이 벼랑 달에 흔들리고
鍾聲曉襍松濤寒(종성효잡송도한)-새벽 종소리는 싸늘한 솔바람 소리에 섞인다.
舊說天人多集此(구설천인다집차)-예부터 말하기를, 천인들 이곳에 많이 모이니
尙疑環佩來珊珊(상의환패래산산)-지금도 아직 환패가 잘랑잘랑 울리는 듯하다.
석굉연(釋宏演) |
추일(秋日)가을 어느 날 밤
秋天生薄陰(추천생박음)-가을 하늘 흐릿흐릿
華嶽影沈沈(화악영침침)-화악산 산그늘도 어둑어둑
叢菊他鄕淚(총국타향루)-한 다발 국화는 타향살이 눈물
孤燈此夜心(고등차야심)-외로운 등잔불은 이 밤 지키는 내 마음
流螢隱亂草(유형은난초)-이리저리 나는 반딧불 어지럽게 풀에 날아들고
疎雨落長林(소우낙장임)-성긴 빗방울 울창한 숲 속에 떨어지네
懷侶不能寐(회려불능매)-임 생각에 잠은 오지 않고
隔窓啼怪禽(격창제괴금)-창 넘어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소리
백대붕(白大鵬) | |
가을 옥중에서
一雁秋聲遠(일안추성원)-가을 기러기 한 마리 멀리서 울고
數星夜色多(수성야색다)-밤에 헤아리는 별 색도 다양하네
燈深猶未宿(등심유미숙)-등불 짙어지니 잠도 오지 않는데
獄吏問歸家(옥리문귀가)-옥리는 집에 가고 싶지 않는가 물어보구나
天涯一雁叫(천애일안규)-하늘 끝 기러기 한 마리 울며 지나가니
滿獄秋聲長(만옥추성장)-감옥에도 가득히 가을 바람소리 스미는구나
道破蘆月外(도파노월외)-갈대가 쓰러지는 길 저 밖의 달이여!
有何圓舌椎(유하원설추)-어찌하여 너는 둥근 쇠몽치 혀를 내미는 거냐.
만해 한용운 | |
漫成(만성)가을을 만끽한 노래
水雲亭下小溪流(수운정하소계류)-수운정 아래로 작은 개울물 흐르고
鞍嶺山前落木秋(안령산전락목추)-안령산 앞에는 나뭇잎 떨어지는 가을이구나
金稻葉乾炊豆飯(금도엽건취두반)-누렇게 익은 벼는 여물고 콩을 구워 먹으며
木綿花盡獻功裘(목면화진헌공구)-목화꽃도 다지고 공 드려 옷 만든다.
田園嘯傲年年適(전원소오년년적)-전원의 콧노래소리 해마다 즐겁고
兵壑風流事事幽(병학풍류사사유)-병학의 풍류는 일마다 그윽해진다.
明日南隣期會飮(명일남린기회음)-내일 아침 남녁 이웃과 술 마실 약속하고
朝來自起候槽頭(조래자기후조두)-아침에 일어나 말 먹일 여물통을 살펴본다.
성문준(成文濬) | |
추일(秋日)-가을 낙엽속 초가집
庭際無人葉滿蹊(정제무인엽만혜)-아무도 없는 뜰, 길에는 낙엽 가득
草堂秋色轉凄凄(초당추색전처처)-작은 초가에 가을빛이 쓸쓸해져 간다.
蛩如有意跳相咽(공여유의도상인)-메뚜기도 마음이 있는지 흐느끼 듯 날뛰고
山似多情翠又低(산사다정취우저)-산들도 정이 많은 듯 푸러러지고 낮아진다.
世事到頭之者也(세사도두지자야)-세상사 머리속에 이른 환경에서는
閑情輸却去來兮(한정수각거래혜)-한가한 마음도 왔다가 가는구나.
欲談細話誰將伴(욕담세화수장반)-자상한 이야기 함께 할 사람은 누구 이던가
銷得南山一杖藜(소득남산일장려)-남산의 한 청려장 지팡이 다 닳아 버렸구나.
김시습(金時習) |
추청(秋晴) 가을 안개가 한강에 자욱하니
秋雨初晴枕簟涼(추우초청침점량)-가을비 맑게 개니 베개와 돗자리 서늘하고
小窓時復閱篇章(소창시부열편장)-작은창 가에 앉아 가끔씩 시를 다시 읽는다.
吟三千首有餘樂(음삼천수유여락)-삼천 수를 다 읽어도 남아도는 흥겨운 여운
想五百年無此狂(상오백년무차광)-오백 년을 생각해도 이런 미친 이 없으리라.
漢水風煙迷蝶夢(한수풍연미접몽)-한강에 자욱한바람과 안개가 나의꿈 흐리고
華山雲月沁詩腸(화산운월심시장)-삼각산에 구름과 달은 시심을 씻어준다.
邇來嗔客關門坐(이래진객관문좌)-지금까지 손님을 꾸짖다 문 닫고 앉으니
不覺莓苔侵短墻(부각매태침단장)-벌써 이끼가 자라나 낮은 담장에 올랐구나.
김시습(金時習) | |
秋詞(추사) 가을 노래
自古逢秋悲寂廖(자고봉추비적료)-예부터 사람들은 가을 되면 못내
쓸쓸해 하는데
我言秋日勝春朝(아언추일승춘조)-내사 가을 햇볕이 봄날보다 좋다네
晴空一鶴排雲上(청공일학배운상)-맑은 하늘 학 한 마리 구름 제치고
便引詩情到碧霄(편인시정도벽소)-내 맘속 시정 끌고 푸른 하늘
저 끝까지 날아오르네
유우석(劉禹錫) | |
가을 서리에 반사되는 단풍
西風日夕起秋聲(서풍일석기추성)-하룻 밤 서풍에 가을 소리가 일더니
墻下丹楓一樹明(장하단풍일수명)-담장 가의 한 그루 나무에 단풍이 짙었구나
萬彙紛然須雨露(만휘분연수우로)-온갖 만물들은 어지러이 비와 이슬을 바라건만
憐渠獨自待霜榮(련거독자대상영)-가련쿠나, 너만은 홀로 서리 맞아 영화롭구나.
신숙주(申叔舟) | |
가을 달빛 속에 나그네 고향생각
昨夜江南雨(작야강남우)-어제 저녁 강남에 비가 내리더니
洞庭秋水深(동정추수심)-동정호에 가을 물이 깊기도 하네.
一葉孤舟客(일엽고주객)-일엽(一葉)작은 배 외로운 나그네
月中千里心(월중천리심)-달빛 속에 고향생각 천리를 달리네.
작자미상
贈惠上人(증혜상인)가을 단풍잎을 채워 강을 건너
孤臣白髮鏡中絲(고신백발경중사)-저는 이미 백발이 되어 거울
속에 비춰지고
羞向山僧話亂離(수향산승화란리)-산속 스님에게 부끄러워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明日遼陽王事急(명일료양왕사급)-내일은 요양에서 왕의 일이
급하다 하여
滿船楓葉渡江時(만선풍엽도강시)-배에 가득 단풍잎을 싣고 강을
건너야 할 때입니다
심희수(沈喜壽) |
무장공자(無腸公子)
滿庭寒雨滿汀秋(만정한우만정추)-뜰에 가득 차가운 비 내려 물가에
온통 가을인데
得地縱橫任自由(득지종횡임자유)-제 땅을 얻어 종횡으로 마음껏
다니는 구나
公子無腸眞可羨(공자무장진가선)-창자 없는 게가 참으로 부럽구나!
平生不識斷腸愁(평생불식단장수)-한평생 창자 끊는 시름을 모르고
살것이니
게(해蟹) 걸음 인생
“미아리 눈물고개 임이 넘든 이별고개” 라는 “단장의 미아리 고개 ”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는 잘 알다시피 6.25 사변때 인민군에게 납치되어 끌려가는 남편을 보고 창자가 끊어지는 절규를 하는 아내의 부르짖음입니다. 이 애(창자)를 끊는 노래가 우리나라의 유행가 이므로 단장이라는 말이 우리나라 말인 줄 알지만 사실은 단장(斷腸)은 중국 슬픈 이야기의 한 토막입니다.
중국 명사(名士)들의 일화집(逸話集)인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이야기로서. 진나라의 환온이라는 사람이 촉나라로 가던 도중 환온의 하인이 양자강의 삼협에서 상인으로부터 원숭이 새끼를 한 마리 사서 싣고가자 그 어미가 새끼와 떨어질 수 없어 그리워하며 울부짖으며 백여 리나 강가로 배를 따라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배를 따라 올수 없게 되자 강가 모래밭위에서 길길이 뛰던 어미 원숭이는 그대로 꼬꾸러 지는 것이었습니다. 배를 모래톱에 대고 죽은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니 너무나 슬퍼했던 나머지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단장(斷腸) !
원문(原文)
桓公入蜀 至三峽中 部伍中有得 子者 其母緣岸哀號 行百餘里不去 遂跳上船 至便卽絶 破視其腹中 腸皆寸寸斷 公聞之 怨 命黜其人
그래서 견딜수 없이 힘들고 슬플 때를 애(창자腸)를 끊는다거나 창자가 끊어지는 단장(斷腸)이란 단어로 표현합니다.
그런데 이 단장(斷腸)보다 한술 더 떠서 슬픔의 극치를 이루는 말로 “무장공자(無腸公子)”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장공자(無腸公子)란 말은 창자가 없는 귀공자라는 뜻으로 바로 게(蟹)를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꽃게 종류는 창자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무장공자(無腸公子)라는 말은 주로 담력이나 기개가 없는 사람을 비웃는 말이나 속빠진 인간과 지배 계급의 부패상을 풍자한 말로 쓰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나 삶이 힘들어 쥐어짜야할 창자까지 없어진 생명의 동물인 게를 대상으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갯뻘밭에서 옆으로도 잘 기어 다니는 게를 특히 조선의 여인들이 부러워하였습니다. 조선의 여인들은 사회 속에서 가정 속에서 남편으로부터 시어머니로부터 또한 자식을 키우면서 숙명적인 천대를 받았습니다.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도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여자의 일생을 살면서 창자를 끊어내는 단장(斷腸)의 고통이 삶의 구비 구비에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흘러가는 개울가에 빨래를 헹구면서 내창자도 씻어 넣던지 아니면
그냥 띄어 보내고 싶다고 한숨지어 말하였습니다.
게는 몸에 창자가 없으므로 단장(斷腸)의 고통이나 애간장이 녹을 일이 없는 삶을 살다 갑니다.
얼마나 인생살이에 시달렸으면 창자 없는 게를 다 부러워하였겠습니까!
인생의 삶이 창자를 끊으며 새끼와 사별하는 원숭이나 미아리 눈물고개에서 생이별하며 몸부림치는 아픔과 슬픔은 아닐 지라도 병든 아내 때문에 병든 남편 때문에 뇌성마비 지체부자유 자녀 때문에 때로는 본인의 건강대문에 혹은 여러 가지 사연으로 견디기 힘든 순간순간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10월 18일) 송탄 조그만한 교회에서 의료 봉사를 하는데 4 살배기 소마마비 어린이를 업은 엄마가 돈이 없어 병원에는 못가고 침을 맞으면 나을까 싶어 내앞에 눕혔습니다.
하나님 !
제가 아 아이를 어떻게 하라고 이 죄인에게 보냈습니까?
참 짓궂기도 하십니다
예수님처럼 죽은 나사로도 살리고 10년묵은 혈류병 환자도 낫게하고 앉은뱅이도 걷게하는 능력이 있지만 저에게는 그런 힘이 없지 않습니까?
그저 밥만 먹고 똥만 싸는 미련함이 저 어린이와 별 차이가 없는 놈에게 이런 불쌍한 아이를 보내면 저 보고 어떻하라는 것입니까.
예수님은 장애아를 낳아보지 못해서 잘 모르시겠지만
이 엄마의 염통은 소금에 절여있고 그 심정은 계피처럼 말라있습니다
창자는 이미 끊어진지 오래이고 가슴은 숯처럼 탓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이 아이를 고쳐 주세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
이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교회에서 기도도 하고 부처님께 염불도 하지만 창자가 있기 때문에 그 아픔이 쉽게 가라앉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게처럼 창자 없이 살수는 없지 않습니까?
다만 슬픔을 억제 하기 위해 게걸음(횡보橫步)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아픔 마음 달래고 늙은 외로움 채우려 대천 전어회 유람도 게 걸음이고 서해의 물결위에 마음도 실어 보내고 가을 찬 서풍에 눈시울이 흐려지는 것도 한이 끓어 오른 게거품입니다.
인생개고(人生皆苦)!!
-농월-
送別(송별)가을 강가에서 그대를 보내며
送君江上正秋風(송군강상정추풍)-강가에서 당신을 보낼때, 싸늘한
가을바람 불어오고
欲說離懷意萬重(욕설이회의만중)-이별의 정을 나누려니 온갖 생각
다 들어요
霜前正有南歸雁(상전정유남귀안)-서리 내린 하늘에는 남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떼
爲寫餘情寄一封(위사여정기일봉)-못다 한 저의 마음 글로 적어
보내고 싶어라
서극온(徐克溫)
(秋日行村路)가을 시골
兒童籬落帶斜陽(아동리락대사양)-석양이 따사로운 울타리가에
아이들이 뛰놀고
豆莢薑芽社肉香(두협강아사육향)-콩이며 생강 넣은 제사상 고기찜
향기롭네
一路稻花誰是主(일로도화수시주)-길가 벼꽃 주인은 누구일까
紅蜻蛉伴綠螳螂(홍청령반녹당랑)-빨간 고추잠자리 파란 미얀마재비가
짝 지어 노네
악뇌발(樂雷發) | | |
秋泊江口(추박강구)가을 강어귀에 머무는 나그네
荻花如雪雁南飛(적화여설안남비)
갈대꽃 눈같이 희고 기러기 남쪽으로 날아가는데
倚棹行人動所思(의도행인동소사)
돛대에 몸 기댄 나그네, 마음이 흔들리네
晩浦風微靑靄合(만포풍미청애합)
저녁 포구엔 바람 잔잔하고, 안개 낀 듯 하더니
霽江雲盡碧天垂(제강운진벽천수)
비 갠 강 구름 걷히고, 푸른 하늘이 드리우네
鷄潮冷濺漁船枕(계조냉천어선침)
새벽 조수 싸늘히 부서지니 어선이 흔들흔들
蟹火斜連島寺籬(해화사연도사리)
게 잡는 불빛이 섬 안의 절 울타리에 번쩍번쩍 하구나
湘瑟未休峰自醉(상슬미휴봉자취)
상수의 비파소리 끊이지 않아, 산봉우리 절로 취하고
錢生新得夢中詩(전생신득몽중시)
전기는 꿈속에서 새로운 시 짓는다네
박호(朴浩)
한아서부경(寒鴉栖復驚)가을 갈가마귀 보금자리 정하지 못해
楓葉冷吳江(풍엽냉오강)-단풍잎은 오강에 싸늘도 한데
蕭蕭半山雨(소소반산우)-우수수 반산엔 비가 내리네.
寒鴉栖不定(한아서부정)-갈가마귀 보금자리 정하지 못해
低回弄社塢(저회롱사오)-낮게 돌며 사당 언덕 서성거리네.
渺渺黃雲城(묘묘황운성)-아스라히 먼지 구름 자욱한 성에
依依紅葉村(의의홍엽촌)-안타까이 붉은 잎 물들은 마을
相思憶遠人(상사억원인)-먼데 있는 그대가 그리웁구나
聽爾添鎖魂(청이첨쇄혼)-네 소리 듣자니 애가 녹는다.
김시습(金時習)
가을 저물녘 이별
秋雲低薄暮(추운저박모)-가을 구름은 저물녘 나직도 한데
別意醉中生(별의취중생)-이별의 정은 취중에 이네.
前路崎嶇甚(전로기구심)-갈 길은 기구하기만 하니
相留多少情(상류다소정)-서로 머물고 싶은 다소의 정이여.
정철(鄭徹)
추일(秋日)가을 국화와 대그림자
竹分翠影侵書榻(죽분취영침서탑)-대그림자 시원하게 서탑에 들고
菊送淸香滿客衣(국송청향만객의)-국화는 향기로이 옷속에 스미네
落葉亦能生氣勢(낙엽역능생기세)-뜰앞에 지는 낙엽은 무어그리 좋은지
一庭風雨自飛飛(일정풍우자비비)-쓸쓸한 비바람에 펄렁대고 춤추네
권우(權遇) |
贈慧煕上人(증혜희상인)가을 국화꽃 아래 스님에게
秋日菊花下(추일국화하)-어느 가을, 국화꽃 아래서
偶然逢上人(우연봉상인)-나는 우연히도 스님을 만났습니다
浮雲一片影(부운일편영)-뜬구름, 한 조각 그림자
流水百年身(유수백년신)-떠돌아 살아 온지 백년 앞둔 이몸
避世遠千里(피세원천리)-세상 피해 천리 먼 곳
藏山抵幾春(장산저기춘)-깊은 산속, 숨어 몇해 던가
吾當結蓮社(오당결련사)-스스로 마땅히 절 지어 놓고
相對岸烏巾(상대안오건)-저 멀리 속세의 벼슬아치 바라보네
박장원(朴長遠)
楓嶽道中遇僧(풍악도중우승)가을 금강산 길에서 스님을 만나니
前途有好事(전도유호사)-앞 길에 좋은 일이 있을런가,
僧出白雲間(승출백운간)-스님이 흰 구름 사이를 걸어 나가네.
萬二千峯樹(만이천봉수)-일만 이천봉에 나무들은
秋來葉葉丹(추래엽엽단)-가을되어 잎잎마다 단풍이 지나니.
정철(鄭徹)
秋砧(추침) 가을 다듬이 소리
百濟城高一雁飛(백제성고일안비)-허무러진 성터위로 외기러기 나르는데
憶郞秋夜減腰圍(억랑추야감요위)-가을밤 임 그리워 가는허리 더야위웠네
西關北塞無征戌(서관북새무정술)-북쪽전선 무사한지 수자리 간이없고
只是忠州고客衣(只是忠州고객의)-밤을새워 뚜디는건 싹다듬이 소리구나
정학연(丁學淵) | |
秋恨(추한)가을 한(恨)
絳紗遙隔夜燈紅(강사요격야등홍)-한밤 붉은옷 붉은 등불에 비쳐 붉고
夢覺羅食一半空(몽각라식일반공)-꿈 깨니 비단이불 반쪽이 비었구나.
霜冷玉籠鸚鵡語(상냉옥롱앵무어)-새장에 갇힌 앵무새 서리에 차고
滿階梧葉落西風(만계오엽낙서풍)-섬돌에는 오동잎 바람에 휘날리네!
허난설헌(許蘭雪軒)
9월 1일에 시작한 가을 한시의 마지막 회입니다
60일이 금방 지나갔네요! “뜰 앞에 나무 한잎 뚝 떨어지”던 가을이 어제 같은데 내일(11월 1일)이면 실질적인 겨울입니다. 참빠른 세월입니다
수급불유월(水急不流月-물은 급해도 달은 흐르지 않는다)이라는 말이 있지만
내가 아무리 흘러가지 않을려해도 달이 이니고 인생이기 때문에 흐르는 세월에 따라가고 있네요. 이제 겨울이 가면 봄이 오겠지요. 그리고 우리는 늙고------
고려시인 정지상(鄭知常)의 송인(送人)을 빌려서 홀홀히 걷잡을 수 없는 마음을 대신합니다.
-농월-
송인(送人) 친구를 보내며
庭前一葉落(정전일엽락)-뜰 앞에는 나무 한잎 뚝 떨어지고,
床下百蟲悲(상하백충비)-침상 밑에는 벌레소리가 슬프도다.
忽忽不可止(홀홀불가지)-홀홀히 이 마음 걷잡을 수 없나니,
悠悠何所之(유유하소지)-끝없이 자꾸 어드메로 가는고.
悠悠何所之(유유하소지)-유유히 어디로 향하는가
片心山盡處(편심산진처)-한조각 마음은 산끝난곳으로
孤夢月明時(고몽월명시)-외로운 꿈은 달밝을을 때에나
南浦春波綠(남포춘파록)-남포에 봄물결 푸를 때면
君休負後期(군휴부후기)-그대 뒷 기약 잊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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