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01 공정한 대입 허상일까, 이상일까?
학생 잠재력? 부모 경제력?
대체로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이 입시에서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인식된다. 그런데 그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 2015년 발표된 논문 <학생 잠재력인가? 부모 경제력인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20배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먼저 소득-지능 상관관계와 부모-자식 지능 상관 관계를 이용해 서울시 각 구별 학생의 잠재력 추정치를 도출 하고 이에 따른 가상의 서울대 합격률을 산출했다. 그 결과 강남구 일반고가 0.84%로 최대치, 강북구 일반고가 0.50% 로 최소치를 기록했다. 1.7배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는 어땠을까. 2014년의 실제 서울대 합격률은 강남구 일반고가 2.07%, 강북구 일반고가 0.11%를 기록해 20배 정도의 차이를 나타냈다(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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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잠재력 추정치(진짜 인적자본)로 예측했을 때의 서울대 합격률과 실제 서울대 합격 률(겉보기 인적자본)의 차이는 부모 경제력에 따른 치장법 차이로 설명될 수 있다. 겉보기 인적자본은 수능 성적, 스펙, 출신 고등학교 학생부 등의 간접지표를 이용해 평가한 인적자 본으로 치장법(사교육, 선행학습, 특수고 진학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이런 치장 능력은 부모 경제력이 높을수록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팀의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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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인 모델과 실제의 이러한 차이는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치장법(특수고 진학, 선행 학습, 사교육 등)의 차이에 기인 한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즉, 우리의 대입 시스템이 잠재력이 높고 실제 실력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 데 그리 성공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력이 대입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대표적 사례는 재수생 비율이다. 지방보다는 서울 학생이, 서울에서도 강남구 학생의 재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표2). 교육특구 내 일부 학교에서는 재수생을 포함한 N수생이 재학생 수를 넘어선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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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박홍근 의원실(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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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19학년의 서울대 정시 모집 합격자 중 재수생 비율은 55.4%로 2년 연속 50% 이상을 기록했다(표3). 경제력이 높을수록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고, 결과 역시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상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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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조기졸업, 검정고시 등
자료 종로학원하늘교육
서울대 정시 모집의 경우 최근 3년간 N수생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했다. 2019학년 정시 재수생 비율은 55.4%로 2년 연속 50% 이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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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지위 악용, 한국 사회 뇌관을 건드리다
경제력이 대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엄밀히 이야기하면, 경제력보다는 부모의 학력 수준이 학업 성취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2010년)>에 따르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자녀의 학업 성적이 좋고, 지위가 낮을수록 성적이 부진하다’는 것은 거듭 확인된 사실이나 소득 수준은 부모의 교육 수준만큼 강력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아무리 돈을 들여 사교육을 시켜도 꼭 상위권을 차지하는 건 아니라는 우리의 경험과도 통하는 지적이다.
그런데,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이른바 조국 전 장관 사태 다. 현재 학생부 종합 전형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 면서 스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교수와 같은 지인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지위를 가진 층에게 유리한 입시 제도에 대한 분노가 정시 확대로 나타난 것이다. 영향력이 애매한 경제력에 비해 사회적 지위는 이용할 수만 있다면 확실한 결과를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이사는 “사회적 능력을 이용해 입시 관련 서류를 거짓으로 꾸미는 것은 대부분의 계층이 따라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는 능력이다. 이런 사회적 능력의 악용을 허용한 과거의 입시 제도인 입학사정관제의 단점들을 현재의 종합 전형은 많이 개선했고 앞으로도 개선해나갈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이런 입시의 변화에 대해 알지 못해 지필고사로의 회귀 현상이 빚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시 확대 여론을 극소수의 최상층과 상층의 갈등이 빚은 결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배제의 법칙으로서의 입시 제도(2019)>에 의하면 주관적 계층 의식이 상층일수록 정시 전형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하층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최상층의 경제적·물질적 공세 속에서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나머지 상층은 중간층과 함께 치열한 입시 경쟁을 경험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종합 전형과 정시 비율을 둘러싼 논쟁은 상층과 중하층의 갈등이라기보다는 극소수의 최상 층과 상층의 갈등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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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 계층의식이 상층일 때 입시 제도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고 종합 전형보다는 정시를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관적 계층의식이 높아질수록 종합 전형과 정시에 대한 격차는 더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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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부모 능력의 영향을 지울 수 있을까?
교육부는 2022학년 대입 개편안 발표 이후에도 종합 전형에 대한 불신이 이어지자 지난 11월 28일 종합 전형 공정성 강화, 대입 전형의 합리적 비율 조정, 사회 통합 전형 신설 등을 골자로 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부 등 대입 전형 자료가 공정하게 기록될수 있도록 부모 배경, 사교육 등의 외부 요인을 차단하고, 학교와 교원의 책무성을 강화했다. 부모 배경 등의 외부 요인 차단을 위해 2024학년 대입(현 중2)부터는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모든 비교과 활동과 자기소개서는 폐지되고 수상 경력, 개인 봉사활동 실적, 자율동아리, 독서 활동 등을 대입에 반영하지 않는다. 소논문, 진로 희망 분야, 교사 추천서는 2022 학년(현 고1)부터 폐지된다. 학생부 비교과 영역 개선안에 의하면 2024학년 대입을 치르는 현 중2부터는 정규 교육과정 외의 모든 비교과 활동이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 셈이다.
진 이사는 “비교과 영역을 반영하지 않아도 현재 많은 활동이 교과 시간 안에서 이뤄져 학생의 역량을 측정할 길은 넓어 졌다. 그러나 정시 확대로 인해 학교 교육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 배재고 장지환 교사는 “발표된 대로 모든 학생의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을 기록하게 하고 교사들에게 샘플을 제공 한다면 천편일률적인 기록 중 학부모가 신경 써 만들어낸 차별화된 진로, 동아리 등의 기록이 대학의 평가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위험이 오히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학부모가 입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도보다 고교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의 긍정적 측면을 기대하는 의견도 있다. 목동 미래탐구 유용현 소장은 “올해 핵심적인 변화는 공통 고교 정보 폐지라고 할 수 있다. 서류 블라인드 평가로 학교명의 영향력이 사라져 학교들이 교육과정 내실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PART 02 올바른 멘토 엄마 배경 말고 노력!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와 같은 배경을 활용 혹은 악용하는 것과 자녀의 교육과 입시를 위해 부모로서 노력하는 것은 분명히 구별되어야 하지 않을까. 공정 사회라는 가치를 지향하 면서 자녀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멘토 엄마의 역할은 무엇일지 선배 엄마들과 전문가의 조언으로 정리해봤다.
POINT 1 정확한 입시 이해는 기본
학생 스스로 진로를 정하고 진학할 대학과 전형을 결정해 노력할 수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부 분의 학생들은 아직 어리고 시야가 좁아 시행착오를 거칠 확률이 높다. 부모가 정확한 입시 이해를 바탕으로 여러 대안중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아주대 의예과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김영아(가명, 48·경기 용인시 성복동)씨는 “의대를 준비했는데 3학년 1학기에 내신을 망쳤어요. 고민 끝에 종합 전형을 포기하고 수능 올인 작전으로 변경했지요. 나중에 입시 결과를 살펴보니 아이 내신 으로도 종합 전형으로 원하던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더라고요. 1등급 극초반이 아니면 의대 종합 전형은 불가능하다는 말은 누가 만든 건가요? ”라고 토로했다.
동국대 한의예과에 입학한 자녀를 둔 이지연(가명,47·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아이가 반수를 했어요. 재수 종합 학원에서 수시 원서를 쓰는데 교과 전형으로 한의예과를 써보자고 했어요. 내신이 별로 안 좋아 가능할까 싶었는데 수시 최저 기준을 맞추고 몇 번 추가 합격이 돌다보니 합격한 거예요!
세상에 그러면 재수는 왜 한 거죠?”라며 후회했다.
유 소장은 “종합 전형의 경우 내신 커트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불확실한 소문, 한 명의 성공 케이스, 아무도 모르는 내신 기준 등의 입시에 대한 어설픈 이해가 오히려 독이 된다. 입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자녀의 특성을 파악해 수시와 정시의 방향을 같이 잡아나가는 것이 학부모가 해야 할 일” 이라고 설명했다.
POINT 2 학습보다 진로! 진로 결정의 중요성
입시에 성공한 학부모들은 아이의 진로 결정이 ‘터닝포인트’ 였다고 입을 모은다. 인생의 목표가 생기고 진로가 정해지면 그에 맞는 활동을 하면 되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 할 필요가 없어 대입의 과정이 단순하고 명료해진다는 것이다.
자녀가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조희영(가명, 54·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씨는 “아이가 야구를 정말 좋아했는데 야구 선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야구 심판이 되겠다고 했어 요. 남편이 스포츠 매니지먼트 관련 신문 기사를 오려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게 계기가 됐는지 그쪽으로 진로를 정했 어요. 좋아하는 것도 실컷 보고 돈도 번다나요? 일찍 진로를 정하고 일관된 활동을 하니 입시 결과도 좋았지요”라며 뿌듯해했다.
자녀가 홍익대 미술대학에 입학한 김수현(가명, 49·서울 양천구 신정동)씨는 “아이가 중학교 때 화장을 시작했어요. 예뻐 보이지도 않고 팔색조처럼 화려하기만 했는데 ‘색채 공부를 해보는 건 어떠니? 그럼 화장을 더 잘하게 될 거야!’ 라고 했지요. 미술학원에 다니게 되면서 미대를 지원하는 친구들과 친해지고 자연스럽게 대입까지 함께 치르게 됐어요”라며 아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이야기했다.
장 교사는 “고교 학부모로서 올바른 역할은 진로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다. 학생과 관심 분야에 대한 진솔한 대화 등 학생과 함께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대학이나 고교에서 실시하는 전공 체험을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렇게 설정된 진로 방향을 바탕으로 교사 와의 상담을 통해 학교 교육과정을 살펴보며 학생에게 필요한 과목을 올바르게 선택하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전했다.
POINT 3 전문가에게 맡기지 말라! 내 아이는 내가 가장 잘안다
내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역시 부모다. 입시를 모른다고 교사나 입시 컨설턴트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 알지 못하는 만큼의 내 아이의 장점과 활동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때로는 아이 본인도 모르는 부분을 부모는 찾아낼 수 있다.
자녀가 연세대 이과대학에 합격한 이지혜(가명, 46·서울 노원구 중계동)씨는 “특목고 준비 때 자기소개서 첨삭을 받았 는데 첨삭을 받을수록 아이의 특성은 없어지고 밋밋한 자기 소개서가 됐어요. 그래서 대입 자기소개서는 아이와 함께 지금까지 해 온 활동을 쭉 나열한 뒤, 몇 개를 선택하고 서로 의논하면서 완성해 나갔지요. 재미있는 건 본인이 직접 한활동인데도 기억을 못 하는 것도 있고, 제가 보기엔 정말 괜찮은 활동인데 본인은 대수로워하지 않는 것도 있었어요. 이런 걸 발견해주는 게 엄마가 할 일인 것 같아요”라고 자기소 개서를 함께 구성해볼 것을 권한다.
자녀가 한양대 공대에 진학한 김은정(가명, 49·서울 서초구 잠원동)씨는 “내신이 안 좋아 정시 준비를 했어요. 주위에서 수능은 무조건 응시자가 많은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도 암기를 싫어하는 애 특성상 생명과학 은 아니다 싶어서 물리, 지구과학을 선택했는데 오히려 어렵 다던 물리를 만점 받아서 그 덕을 많이 봤죠”라며 아이의 특성을 잘 살펴볼 것을 추천했다.
타임교육 입시전략연구소 이해웅 소장은 “재수생의 경우 자신의 실패를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생기기도 하지만 고3은 스스로 알아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 미숙한 경우가 많다.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자녀가 입시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다. 조언해주는 것은 좋지만 부모가 리드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POINT 4 자녀가 원할 때 도움 줄 수 있게
엄마의 정보력은 자녀의 역량을 100%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무기다. 대부분 학업·학원·학교 등의 정보는 알음알음으로 전해지고 일면 폐쇄적이기까지 하다. 자녀가 SOS를 외칠 때 언제든 달려갈 준비를 했다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녀가 고려대 어문 계열에 진학한 김미경(가명, 49·서울 강서구 마곡동)씨는 “직장맘이라 주말에 열리는 학원 설명회는몇 번 갔었는데 이해 안 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러다 지인이 추천해 준 유료 입시 설명회에 참석했는데 사뭇 다르더라 고요. 무료 학원 설명회 10번 가서 얻을까 말까한 정보 같은 느낌이랄까요. 반 모임에서 살짝 아는 것을 풀었더니 엄마들 모임에 초대를 받았어요. 그래서 동네 내신 학원 정보도 얻고 학교 경시에 대한 경향도 듣고요. 정말 신의 한 수였지요” 라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자녀가 예비 고2인 박수진(가명, 45·경기 성남시 정자동)씨는 “마음 맞는 엄마들과 공부 모임을 해요. 교육 전문지를 구독하고 2주에 한 번씩 모여서 같이 읽고 의견도 나눠요. 학원 얘기, 학교 얘기 여러 가지 정보도 나누고 수다도 떨다 보니 스트레스도 확 주는 느낌이에요”라며 근황을 전했다.
이 소장은 “교육 정보를 얻는 채널은 언론, 전문 매체, 공교 육, 사교육 등을 들 수 있는데 언론은 정제되지 않은 정보를 무작위로 쏟아내고, 공교육은 원론적인 경향이 있다. 사교육을 통한 정보는 불안감 마케팅을 피하기 어렵다. 넘치는 정보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전문지 등을 활용해 자기만의 기준을 올바르게 세워 취사 선택할 수 있는 현명함이 요구된다” 고 조언했다.
내일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