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스또메르와 에쿠우스...
배우 유인촌과 배우 박정자...
표현하는 말(馬)과 쏟아내는 말(語)...
유시어터에서 홀스또메르(얼룩말이야기-톨스토이원작)를,예술의 전당에서 에쿠우스(피터세펴/작-실험극장)을 보았습니다.
홀스또메르는 얼룩말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인간과의 관계성을 통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을 질타하고 집착과 무소유에 대해 깊은 생각을 가지게끔 해주는 내용입니다..
에쿠우스는 열일곱살난 소년 알랜이 여섯마리의 말의 눈을 찔러 정신병원 상담치료를 을 통해 드러나는 심리적 분열과 소년을 치료해나가는 의사 다이샤트의 이중적 심리를 묘사해내는 작품입니다.
두 작품다 모두 감동적이고 너무나도 희곡적인 가치가 큰 작품들이라서 저는 오늘 작품이야기보다는 배우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홀스또메르에는 배우 유인촌, 에쿠우스에는 배우 박정자가 있었습니다.
무대에서 움직임하나 시선하나가 관객들을 휘어잡기에 충분한 배우들이지요..
하지만 전 배우 유인촌때문에 울고 배우 박정자때문에 울었습니다.
배우 유인촌은 배우인 내가 공연을 보는 내내 극처음부터 긴장감을 받고 짜릿짜릿한 전율로 배우를 바라보게 했습니다. 공연시간 2시간 40여분동안 유인촌이란 배우는 뛰고 뒹굴면서 전혀 화려하지도 않게 너무도 너무도 말다웠습니다.
무대에서 튀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였습니다.
배우인 내가 왜 배우인가? 왜 해야하는가? 왜? 왜? 왜? 라는 한단어만을 떠오르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너무나 배우다웠습니다.
전 울수밖에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습니다.
전 배우 유인촌을 너무나 사랑할수밖에 없었습니다.
-참고로, 배우 유인촌은 쉰이 넘은 배우입니다. 그리고 극장의 대표이고, 극단의 대표입니다만 항상 같이 하는 젊은배우들보다 더 많은 연습을 한답니다..공연하기 2-3시간전부터는 스탠바이가 되어있고, 공연을 위한 트레이닝을 하는게 젊은배우들 못지않답니다..-같이 공연하시는 정규수선배님의 말씀이었습니다..규수선배님도 유인촌이란 배우와 함께 작품을 한다는게 자랑스럽답니다.-
배우 박정자는 내가 배우의 꿈을 가지고 이루게끔 해준 배우입니다.. 너무나 존경했습니다.
하지만. 에쿠우스에서 배우 박정자는 배우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광대였습니다...
공연을 보면서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고, 배우 박정자가 연기할때는 차마 내가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속이상했습니다..가슴이 터져버릴듯이 속상했습니다.
배우 박정자는 너무나 화려했습니다.
무대에서 걷고, 뛰면서, 소리치면서 혼자만 했습니다.
어느누구도 배우 박정자 곁에 가지를 못했습니다.
거만했습니다..그래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 배우 박정자씨도 육십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배우의 카리스마가 너무 강해, 연출자마저도 박정자라는 배우를 두려워한답니다. 그래서 배우 마음대로 했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배우인 내가 배우때문에 감동받기는 처음이었고,
배우때문에 속상하기도 처음입니다.
물론, 배우가 모든역을 다 소화해낼수는 없습니다.
물론 그럴수없다는것도 압니다. 다만 최선을 다하고 그역에 다가서려고 노력을 하면서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해야한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분명 배우는 무대위에서 보입니다.
관객을 속일수는 있지만, 자신을 속일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보입니다. 얼마만큼의 진실을 다해야하는지..
단지 무대위에서만이 아니라 무대에 오르기전에 무대밖에서의 최선이 얼마만큼 고통스러워야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