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대금산, 임은 떠나시고 그리움만 남네.
(경남 거제시 장목면 대금里 및 연초면)
다음 불 로그:-kims1102@
청명시절(淸明時節)인데 어지러이 비 내리니,
길 가는 나그네 시름겨워 하네.
술집 주막 어디 있는가 물으니,
목동(牧童)은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는구나.
(시조시인(詩調詩人) 만당(晩唐)의 청명 조(調)에서)
늦은 봄의 절기라는 청명(淸明), 한식(寒食)이 지난지도 벌써 며칠이 되었다.
식목일(4월 5일)과 겹친 청명(淸明)은,
이 날 부터 날이 풀리기 시작해 화창해지기 때문에 청명이라 하는데
농가에서는 이 무렵부터 바쁜 농사철에 들어간다.
논밭의 가래질, 논밭 둑 다지기, 보리밭 매기, 채소 파종 등을 시작하느라
농가에서는 일손 구하기가 힘들 때다.
올해는 청명 다음 날이 한식(寒食)이다,
예로부터 설,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로 일컫는데 한식이라는 명칭은
이날에는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다는 옛 습관에서 나온 것이다.
민간에서는 여러 가지 주과(酒果)를 마련하여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기도 한다.
봄의 절기인 청명과 한식이 지나니 나른한 봄날이 시작된다.
봄철은 나른하고 피로를 쉽게 느끼는 증상으로 환경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하여 생기는 춘곤증(春困症)이 제일 먼저 찾아온다.
몽환적(夢幻的) 상황일까?
문득 삼국유사와 향가인 “서동요(薯童謠)”가 생각났다.
옛날에 “마를 캐는 아이(薯童:서동)”이라고 불린 소년이 있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살던 서동은 신라 진평와의 셋째 딸이 절세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서라벌로 향한다.
첫눈에 반한 그는 공주를 아내로 맞겠다고 결심하고 꾀를 하나 낸다.
“선화공주는 남몰래 밤마다 서동을 만난다.”는 가사의 서동요(薯童謠)를 아이들이
부르도록 한 것이다.
딸을 오해한 진평왕은 공주를 귀양 보냈고 궁 밖에서 기다리던 서동은 그녀를
유혹한다는 무왕과 선화공주의 국경을 뛰어 넘는 러브스토리다.
공주와 함께 고국으로 돌아온 서동은 훗날 백제 30대 무왕이 된다는 얘기다.
일장춘몽(一場春夢), 지금 나는 봄을 꿈꾸고 있는 걸까?
오늘은 경남 거제에 있는 대금산(大金山)을 산행하는 날이다.
거제 대금산은,
경남 거제시 장목면 대금里 및 연초면에 있는 높이 438m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진달래 명산이다.
거제도의 북단에 위치한 산으로 신라시대에 쇠를 생산했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세가 순하고 비단 폭 같은 풀이 온 산을
덮고 있어 크게 비단을 두른 산이라는 뜻의 같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봄이면 진달래가 아름다운 산이다.
1997년부터 이 산 진달래 군락지에서는 꽃이 만개되는 시기에 맞춰 진달래꽃
축제를 개최한다고 한다.
며칠째 날씨가 화창해지면서 봄기운이 화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마음이 들 뜬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집에 박혀있지를 못하고 밖으로
나가려고한다. (그것은 본능이다.)
오늘은 45명의 회원들이 만석을 이루며 대금산산행에 참여를 했다.
특히 여성회원들의 복장은 밝고 화려해지면서 예뿐 봄꽃을 연상케 한다.
산행버스는 거제를 향해 남해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길 벚꽃은 벌써 꽃이 지기 시작했고, 새로 피기도하고,
산 벚꽃은 활짝 피어 화사한 빛깔로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성숙한 여인처럼 산야(山野)는 꽃무늬정장차림으로 늦봄의 정취에 흠뻑 취해있다.
거제는 광주에서 길이 멀어 오전 11시에 산행기점인 명동마을에 도착했다.
명상마을 버스정류장에는 몇 대의 산행버스가 미리 주차를 하고 있었다.
이미 회원들이 출발을 한 빈 버스도 있었고, 이제 산행을 시작하는 버스도 있었다.
우리들의 산행은 오전 11시 20분부터 시작되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우리는 명상마을에서 출발을 해야 하는데 한 구간을 더 지나
명동마을에서 하차를 해서 진달래군락지로 올라가는 길을 놓치고 산 뒤쪽으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대금산 뒤쪽에는 진달래가 없었다.
산행하는 사람은 우리회원들뿐이고 어쩌다 내려오는 사람들은 모르는 얼굴이다.
최근 산을 감싸고도는 도로가 뚫려 산 중턱까지 자동차로 닿을 수 있게 되어
일요일이면 사람들로 붐빈다고 한다.
등산로는 여러 갈래이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 데다 거제도라는 섬 분위기와
잘 어울려 등산과 여행을 겸한 하루 산행지로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간이주차장도 몇 군데 도로변에 설치되어있었는데 진달래군락지로 연결되는 것
같았으며 축제 때 이용된 것 같았다.
얼마를 올라가다보니 대금산정상의 암峰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숨이 가팠지만 산은 높지 않아 힘이 덜 들었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았다.
더구나 대금산의 호위(護衛)봉인 시루峰(358m), 중봉(285m)이,
이 산에 비해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 산이 우뚝해 보이고 정상이 바위
봉우리라 실제 높이보다 우람하고 드높게 보였다.
중봉을 가리켜 중금山이라 하는데 조선 말기에 축성한 성이 있다.
이 성은 대금, 시방, 율천 등 3개 마을 주민들이 성을 쌓고 군량을 저장하여
남해안의 각 진에 공급하는 일에 함께 참여했다는 산성(山城)이며,
이곳에는 약수터와 기우제를 올리던 제단이 있고 약수터에는 칠석과 보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목욕하고 마시기도 했다고 전한다.
정상에 올랐다.
정상 아래쪽으로 진달래군락지가 펼쳐지고 벚꽃군락지도 보였다.
남해바다의 푸른빛과 진달래의 분홍빛, 흰색의 포말이 부서지는 해안선을 함께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지닌 산이었다.
대금산 정상 아래쪽과 시루峰쪽에 진달래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아쉽게도 시기가 조금 늦어 진달래꽃의 연붉은 화려함이나 벚꽃의 흰빛 화사함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새로 피어나는 꽃과 아직 시들지 않은 진달래가 봄의 향취를 느끼게 해준다.
임은 떠나도 그리움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김소월의 詩 진달래꽃)
우리 팀이 늦게 도착했는데 산행1팀들은 전망대 정자 밑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발 빠른 산행 1팀과 함께하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볼거리산행 때라 유유자적하며
함께 거닐 수 있어 좋았다.
“로즈”와 “카라”에게 그런 얘기를 했더니 웃기만 한다.
대금산산행은 진달래구경이 아니면 산행거리가 짧아 흥미가 없어진다.
하산을 서둘지 않았어도 산행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상포마을에 도착하니 오후 2시
10분밖에 되지 않았다.
산행이사가 시간활용을 위해 김 영삼대통령기록전시관, 생가와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관람하기로 했다.
거가대교가 길게, 길게 이어지면서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김 영삼대통령기록전시관, 생가(生家).
거제에서 출생하여 민주화를 위하여 투쟁하고 최연소 및 최다 국회의원으로서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대통령이다.
제1전시실, 제2전시실, 생가는 복원했다.
대통영의 좌우명은 대도무문(大道無門)이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
경남문화재 자료(제99호)로 지정,
UN분수광장, 흥남철수작전기념비, 탱크전시관, 디오라마관, 6.25역사관, M.P다리,
포로생활관, 여자포로館, 포로사상 대립館, 무기전시장, 포로수용소 유적박물관,
철모공장 등 여러 전시장이 있다.
지금은 지구온난화현상으로 봄꽃이 순서가 없이 동시에 피어난다.
산수유, 매화, 진달래, 벚꽃, 동백, 목련, 개나리, 이름 모를 산꽃, 들꽃, 야생화가
산과 들과 마을 어귀에도 지천으로 피어있다.
피고, 지고, 다시 피어나는 세상은 온통 꽃 세상이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김소월의 詩 산유화)
(2015년 4월 10일)
첫댓글 진달래꽃이 만개하는 시기를 놓쳐 조금은 섭섭하데요.
님은 가시고 진한 그리움만 남네요.
너무 기대가 컸었나봐요. 엄청난 진달래 향연을 상상했으니 말예요.
그래도 멀리서 보이는 바다와 진달래의 조합은 아름답게 남아있네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댓글 고맙구요, 5월의 붉은 장미처럼 항상 아름답고 정열적으로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