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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김태연이 모문화센터 프로그램 중 하나인 '오지마을 체험' 에 다녀와 쓴 소감문임. 설명이 없어서..^^
메밀묵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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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 임계면 도전리 안도전 마을 - 아직까지 디딜방아가 남아 있는 우리나라 몇 안되는 강원도 산골 중에도 옛날 생활 방식이 그대로 남아있는 오지마을이란다 딱 60~70년대 전형적인 시골집을 떠올리면 되지
토욜 오후 서울을 출발하여 굽이굽이 강원도 산간 도로를 타고 1박을 위해 도착한 곳은 아마 들어봄직한 '아우라지'라는 곳.. 밤에 비가 촉촉히 내려서 빗소리를 들으면서 첨 만난 왕언니(?)들과 소주잔 기울이면서 인생의 철학과 사랑의 원리를 한 수 아니라 여러 수 전수 받을 수 있었던 밤이었다.
담날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 2천원짜리 우산을 급히 사들고 - 안도전 마을로 출발. 왕복 2시간이 족히 넘는 트레킹을 하면서 우리 나라 가을 산천의 아름다움과 강원도의 힘(?)을 온 몸으로 느끼고 체험했다. 트레킹 중간중간에 몇몇 집을 직접 방문하여 그 깊은 산골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지금도 옛날 방식 그대로 아무 불편없이 살고 계신 걸 보기도 하고.
가을 단풍 정말 아름답더라, 공기는 말할 필요도 없고. 약한 비가 오다가 맑게 개니까 더 운치있구..
다음 귀착지인 숯 가마를 가는 도중 점심식사를 위해 들른 횡성의 어느 식당. 정말 말이 필요없는 음식들과 그 맛. 내가 강원도에 온 걸 다시금 일깨워 주는 식사였지.두부가 탐스럽게 떠 있는 콩비지 청국장에 고추장더덕무침은 기본이고 양미리 조림은 나도 여기서 처음 먹어보는 거였는데 그게 양미리인지 어떻게 알았던 걸까. 주부경력 몇년째 되는 아줌마들도 모르던데..
게다가 도시에선 귀하디 귀한 두릅을 한 접시 가득 데쳐 나물로 무쳐냈고 총각김치 또한 어찌나 감칠 맛이 나던지, 집에선 밥 반공기 맥이려면 몇시간을 쫓아다녀야 한다던 어린 아들 둔 엄마가 그 애가 그 김치를 보더니 환장을 하고 밥을 댐비더라면서 식당서 결국 김치 한봉지를 사 들고 갔다. 그 아삭하고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란..쩝쩝. 평소엔 잘 안 먹게되는 명란젓도 어쩜 그렇게 감칠맛이 나던지.. 아 그전에 쓰께다시
쪼로 먹었던 메밀묵 무침, 정말 맛있었지만 전날 밤 소주와 곁들여 먹던 옥산장의 메밀묵 맛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김치와 함께 부치는 메밀전과 독특한 맛과 향이 나는 심상찮은 배추김치, 거기에 쫀득쫀득한 메밀묵! 밥이랑 같이 먹었던 반찬보다 이 술안주가 더 기가 막혔다.
암튼 그렇게 정신없이 밥그릇과 반찬 접시를 깨끗이 비워내고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강원도 횡성의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숯공장. 숯가마 크기로 보면 영월에 더 큰 가마가 있다지만 그곳 횡성에는 숯가마가 무려 14개나 된다던가? 전날 숯을 한번 구워내고 아직도 한증막 같은 열기가 남아있는 숯가마 속에서 찜질을 하느라 들어 앉아 있는 관광객들. 공기 좋은 곳에서 질 좋은 숯 기운과 적외선이 나온다는 황토 진흙 숯가마 속에서 찜질을 하는 사람들 모습 정말 이색적이었다. 그 가마 앞에 나와서 다다미 돗자리에 누워 열을 식히며 바람을 쐬는 여인네들을 보니 정말 신선놀음이 따로 없더구만.
앞쪽에선 갓 구워 낸 숯으로 돼지고기 바베큐를 즐기느라 정신없는 사람들 한 무리...냄새만 맡고 지나 가려니 정말 아쉽더라.
이곳을 끝으로 강원도 오지마을 기행은 끝나고 서울로 돌아 오는 길은 정말 짜증이 날 정도로 막히더군.
태어나서 그렇게 길 막히는 건 첨이었지싶다. 양평 쪽으로 왔는데 거기
유흥시설들이 정말 장난이 아니더군. 라스베가스의 한 곳을 떼어다 놓은 것같은... 각양각색의 건축물들과 저마다 개성있는 주제의 레스토랑, 호텔, 위락시설 등등등. 정말 악소리가 절로 나는 곳이었다.
하여간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정말 길었다. 엉금엉금 기어 오는데 난 그 와중에도 라디오 주파수를 이리저리 맞추기를 몇 차레. 드디어 두산이 삼성을 꺽고 4승 2패의 성적으로 한국 시리즈 통산 세번째 우승을 하고 말았다는 낭보를 들으며 토욜과 일욜 여행 중에도 계속 졸였던 마음을 비로소 놓으며 이제 야구 끝났으니까 내년 시즌때 까지 5개월 동안 뭔 낙으로 사나 하는 생각을 할 무렵 겨우 도착을 하고야 말았지.
헥헥(수다맨 버전)
길고도 짧았던, 그리고 꽤 피곤했던 주말이었다. 카메라를 가져 갔음에도 그 놈의 귀찮음에 사진한장 못 남긴 가을 여행이었지만 다음 기회에, 올해가 안된다면 내년에도 꼭 또 가리라는 핑계 내지 여지를 남긴 거라고 위로 내지 자기 변명이라고 치고, 정말 다시 한번 꼭 찾고 싶은 추억이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