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해진 햇살 이우는 폐허의 들에 무서리 귀향을 채근하고
제 몸 썩힌 한 알의 밀알은 만삭의 꿈을 잉태하고 먼 길 떠납니다
가풀막 곤두박질로 계절을 채록하던 구절초 고개 숙여 가을을
배웅합니다 새무리 솔향 무등 타고 서녘으로 날갯짓 서두는데
무한천공에 시를 짓던 푸른 언어는 색색의 낱말 모아 이별의
문장을 씁니다 구루터기 여문 옹이는 무너지는 천지를 온전히
품어 줍니다
햇솜 고실한 갈섶 갈퀴맨발 물오리 둥지가 훈훈하겠습니다
마른가지 움켜쥐던 간절함도 이젠 고만두리니 홀로이 情이 고픈
잎새, 겨울 기슭으로 물낯 여울여울 동승을 청합니다
떠나는 것들의 뒷태는 쓸쓸한 그림자만 길어집니다
[퇴고]
폐허의 들에 무서리 귀향을 채근합니다
창백해진 안색의 햇살 이우니
제 몸 지울 밀알은 만삭의 꿈을 잉태하고 먼 길 떠납니다
가풀막 곤두박질로 계절을 채록하던 구절초 고개 숙여 가을을
배웅합니다 새무리 솔향 무등 타고 서녘으로 날갯짓 서두는데
무한천공에 그물코 엮어 시를 짜던 푸른 언어는 색색의 낱말을
모아 이별의 문장을 씁니다 구루터기 여문 옹이는 무너지는
천지를 온전히 품어 줍니다
햇솜 고실한 갈섶 갈퀴맨발 물오리 둥지가 훈훈하겠습니다
마른가지 움켜쥐던 간절함도 이젠 고만두리니 홀로이 情이 고픈
잎새, 겨울 기슭으로 물낯 여울여울 동승을 청합니다
떠나는 것들의 뒷태는 쓸쓸한 그림자만 길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