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마을의 푸펠』 (니시노 이키히로/소미미디어)
일본 그림 동화책으로 4년간 35명의 그림 작가의 참여로 완성된 감동적인 책이다. 최근 본 그림 동화 중 그림과 서사가 가장 기억에 남은 책이었으며, 분위기 또한 아주 독특했다. 많이 보아왔던 그림동화와는 차별화된 그림책으로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점들이 독특했는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독특한 이야기의 배경
4천 미터 절벽 아래 굴뚝투성이 마을로 사람들은 바깥 세계를 전혀 알지 못한다. (굴뚝투성이 마을은 아침부터 밤까지 검은 안개가 피어올라 사람들은 파란 하늘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며, 반짝이는 별의 존재도 모른다.)
-독특한 이야기 전 이야기 (프롤로그)
핼러윈 축제로 온 마을이 들썩이던 날, 악마를 쫓아내려 피운 연기로 마을은 평소보다 더 무겁고 깊은 연기로 뒤덮인다. 그때 밤하늘을 달리던 배달부가 그 연기를 마시고 배달하려던, 두근두근 움직이는 심장을 굴뚝마을로 떨어뜨린다. 그러나 너무 컴컴해 심장을 찾을 수 없었던 배달부는 그대로 사라져 버린다.
-독특한 이야기 속 이야기 (루비치 이야기)
굴뚝투성이 마을의 유일한 어부였던 루비치의 아빠는 늘 호기심이 많았다. 기쁜 일이 있으면 집게손가락을 펴서 코밑을 비비곤 했다. 굴뚝 마을에서는 바다에 악마가 살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바깥 세계가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루비치의 아빠는 별의 존재를 아들에게 말해준다. 그런 루비치의 아빠가 파도에 휩쓸려 죽자, 루비치는 아빠의 사진이 담긴 은목걸이를 목에 걸고 다녔지만, 하수구에 빠뜨리고 만다. 푸펠을 만나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고 별의 존재 또한 알려준다.
-독특한 인물
*할로윈 푸펠 : 이야기의 주인공. 배달부가 떨어뜨린 심장이 굴뚝마을의 쓰레기더미에서 부풀어 올라 쓰레기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 헝클어진 머리에 낡은 우산을 쓰고 있고, 입에서는 독한 가스를 뿜어낸다. 모든 사람이 싫어한다.
*루비치 : 유일한 푸펠의 친구. 어부였던 아빠의 죽음으로 어린 나이에 굴뚝 청소를 한다. 호기심이 많았던 아빠는 별의 존재를 루비치에게 종종 말해 주곤 했는데 루비치 또한 푸펠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감동이 있는 이야기
푸펠과 어울린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괴롭힘을 당하게 된 루비치는 푸펠과 어울리지 않기로 한다. 그때부터 푸펠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괴롭힘을 견디며 홀로 지낸다. 그러나 푸펠은 자신을 제일 먼저 따뜻하게 대해준 루비치를 미워하지 않는다. 예전 루비치가 잃어버렸다던 은목걸이를 찾기 위해 하수구를 전전하지만 결국 찾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부서진 배가 있는 모래사장으로 루비치를 데려와 배에 한가득 풍선을 불어 달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자신의 생명이 꺼지기 전에 루비치에게 아빠의 은목걸이를 돌려주기로 결심한다. 루비치가 찾던 은목걸이는 바로 푸펠의 머리의 한 부품으로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빼내면 바로 생명을 잃게 되는 데도 푸펠은 망설이지 않고 돌려주려 한다. 루비치는 그런 푸펠의 마음에 감동을 받아 푸펠을 아프게 했던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전처럼 푸펠과 매일 만나 놀기로 한다. 그러면 아빠도 매일 만나는 거라면서. 둘은 연기 너머에 있던 바깥 세계로 배를 타고 올라가 반짝이는 별들을 보고 기뻐한다.
-감동의 극대화 (마지막 이야기)
푸펠과 루비치는 서로 아픔을 나누며 지내기로 한다. 그때 푸펠이 집게손가락을 펴서 코밑을 비빈다. 그 행동을 본 루비치는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핼러윈은 죽은 영혼이 돌아오는 날로 아빠가 바로 푸펠이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