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링을 위한 힐링] #71. ‘큰물’에서 놀자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 여느 사람에 비해 이런저런 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사람을 비유할 때 흔히 쓰는 표현입니다. 난 사람은 어느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 재주를 발휘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든 사람은 주로 지식이나 학문 등에서 우러러볼 만큼의 경지에 이른 사람을 일컫습니다. 된 사람은 사람 됨됨이, 즉 성품과 언행이 모든 이의 귀감이 되는 생활을 한 사람을 두고 이렇게 표현합니다.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기계적인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너나없이 웬만큼 그 매뉴얼에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다다르게 되는 성과에 불과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굳이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 하며 여느 사람의 삶과 차별화하거나 구분하여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모름지기 사람은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어른들의 충고, 당부도 그 맥을 같이하는 말입니다. 예전엔 이 가르침을 그냥 ‘당연한 말씀, 좋은 말씀’ 정도로 치부했습니다. “아, 누가 몰라서 안 하나.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은걸” 하며 그렇지 못한 자신을 합리화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개인적으로 버겁거나 거부감이 일지 않는다면 이것을 삶의 중심을 여기에 두는 것도 의미 있다 여깁니다. 이 속에서 개인적 성취나 사회적 성공을 얼마나 이룰 수 있느냐는 ‘두 번째’ 문제입니다. 스스로 깨닫고 배워나가는 자신의 노력 못지않게,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일상의 환경 또한 그 자신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워낙 복잡다단한 세상이다보니, 때로는 ‘큰물’보다 ‘작은물’이 더 나은 듯 말하기도 합니다. ‘큰물’에서 이리 휩쓸리고 저리 끌려다니느라 체력 소진하느니, ‘작은물’에서 갈피를 잡고 물길을 끌고 나가는 게 더 낫다고. 하지만 상식적으로 봐도, ‘큰물’에서 큰 고기가 나오고 ‘작은 물’에선 작은 고기가 자랍니다. “모름지기 큰물에서 놀아라”는 어른들의 훈계는 이런 세상 이치에 대한 깨달음의 결과겠지요. 비록 겉으로는 거창하지 않더라도 내 배움에 더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배움을 기대할 수 있다면 그 또한 ‘큰물’로 여겨도 무난할 것입니다. 어떠하든 굳이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 따위가 아니어도 자신 삶의 환경으로서 ‘큰물’은 중요합니다. 도자기를 빚을 때 어느 도요(陶窯)에서 작업하느냐에 따라 자기(瓷器)가 되느냐 옹기(甕器)가 되느냐, 갈리듯이. [필링을 위한 힐링] #70. 관심이 ‘의미’를 만든다 이른 아침, 그날도 마찬가지였지요. 한갓진 상태는… 가려는 길 저만치에 한 여자가 가만히 서 있는 것 말고는 말이죠. 주변에 그녀 말고는 인적이 없었기에 차츰차츰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냥 스쳐 지나치기엔 괜스레 궁금증을 일으키는 무엇이 있었습니다. 멀찌감치 눈에 띄었을 때부터 가까이 갈 때까지 그녀는 한 모습, 같은 자세였습니다. 꼼짝 않고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마치 무엇에 홀린 듯, 입을 반쯤 벌린 상태도 변함없이. 매일 지나다녀 주변 풍광을 외우다시피한 터라, 뭐 새로울 게 없을 텐데 하면서도 그녀가 응시하는 쪽을 살폈습니다. 내친 김에 말도 건넸습니다. “뭐, 있나보죠?” 그녀는 그 자세 그대로 나지막하게 읊조렸습니다. “저~어~기.” 풍광은 뻔한 거고, 해서 이어붙인 말이 “아, 고양이를 좋아하시나봐요?” “아니!” 여전히 눈길은 그대로 둔 채 그녀는 제 짐작의 오류를 일러주었습니다. “그냥 보기 좋아서. 철쭉이랑 소철이랑, 그 속에 같이 어울린 고양이까지…” “아! 네…” 알 듯 모를 듯, 더 이상 아침부터 ‘헛갈리기’ 싫어서 가던 길로 발걸음을 뗐습니다. 그러는데, 그녀의 말이 내 뒷발치에 걸렸습니다. “관심을 가지면, 아무것도 아니던 것이 별 게 됩니다.” 아무런 ‘관계’도 아닌 두 사람이 어느 한 날, 아침 시각에 짤막하게 나눈 ‘관심’. 그 덕에 초로의 그녀에게 인상 깊은 말을 ‘얻었습니다’. ‘관심을 갖게 되면, 아무것도 아니던 것이 별 게 된다.’ 길 가며, 김춘수 시인의 <꽃>이 자꾸 되새겨졌습니다.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 LG그룹 BLOG |
출처: 마음의 정원 원문보기 글쓴이: 마음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