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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승 9단이 보내온 '이등병의 편지'
이등병 조한승의 군생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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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 "2%의 부족한 투지를 채워오겠다" - 입대 전 '월간『바둑』' 엄민용 기자의 '맛의 발견'코너에 남긴 그의 마지막 한 마디였다. 조한승 9단은 지금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군생활을 하며 '투지' 를 채우고 있을까? 봄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토요일 오후, 고된 훈련소 생활과 수색대대 적응훈련을 마치고 첫 외박을 나온 조한승 이병을 만나보았다. 제27보병사단(이기자부대) 수색대대 이등병 조한승 서울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의 거리였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를 넘어 몇 분 안가 조한승 9단이 자대 배치 받은 곳에 도착했다. 화악산 기슭에 자리 잡은 이 부대는 얼마 전 GOD의 김태우가 있어 유명세를 탔던 곳이기도 하다. 이기자, 백골, 칠성...마치 조폭을 연상시키는 무시무시한 부대명은 춘천 102 보충대에 입대한 '남자'라면 가슴속에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을 이름들이다. 2년 군생활의 운명이 결정될 사단배치를 앞두고 '몇 사단이 편하네, 어디를 가면 개고생,'이라는 뜬소문에 가슴 졸이던 그 때가 생생히 기억나실 분도 있을 터이다. 전방부대 중에서도 ‘이기자부대 27사단 ’은 군기가 세기로 소문난 부대이다. 동원예비군까지 ‘훈련은 무자비하게’ 라는 27사단의 모토를 철저히 적용시키는 부대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이곳 수색대는 의외로 인기가 높다. '한번 하는 것 멋지게 해보자'는 근성 있는 젊은이들이 지원하는 곳이라고. " 수색대대는 이기자부대에서도 가장 힘든 곳입니다. 이곳에 와서 1년 정도 되는데 훈련 등으로 정말 지겹도록 걸었습니다." 조 9단을 기다리며 정문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병사에게 이곳 생활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하였다. 위병소에서 면회신청을 한 후 20분 정도를 기다리자 말끔한 군복차림의 조한승 이병(?)을 만날 수 있었다. 70번 훈련병의 추억 바짝 군기가 들어 약간 긴장한 모습이 여느 이등병과 다르지 않았다. 부모님과 같이 차를 타고 근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아직 100일이 안된 군 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신병훈련소 생활은 많이 힘들었죠? “ 그 당시는 힘들다고 생각했는데...지금 생각하면 할 만했습니다. 다만 주말마다 눈이 많이 와서 쉬지 못하고 눈을 치워야 하는게 힘들었습니다.” 훈련소에서도 바둑기사 조한승을 많이 알아보던가요? “나이대가 거의 21살~ 22살의 어린 나이라 직접 저를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훈련병들의 아버님들이 관심을 가지셔서 몇 마디 물어보는 친구들은 있었죠. 나이 차가 많아서 관심을 받다보니 다들 제가 프로기사라는 사실은 알게 되었습니다. 바둑을 잘 모르는 훈련병이 대부분이라 '바둑' 자체보다 바둑을 둬서 얼마 버는지, 그걸 더 궁금해 하더군요. 입대 전 GS칼텍스배 우승상금으로 5천만원을 받았다고 하면 다들 굉장히 놀랍니다.” 조한승 9단은 82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29 세이다. 일반적으로 육사를 졸업하고 중대장으로 진급하는 나이대가 대략 27세 부근인 걸 감안하면 매우 늙은(?) 이등병인 셈이다. 신병교육대에서는 소리질러야 하는 경우가 많았을 텐데, 작은 목소리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았나요? "평소에 말하는 어조와는 달라서 좀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크게만 말하면 되니까요. '다,나,까'로 끝나는 군대식 어투도 이제는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 군대에서 누구나 초코파이의 추억이 하나씩 있는데, 정말 맛이 있던가요? 신병교육대에서는 주말에 종교활동을 한번 가서, 캔커피 한 개와 초코파이 2 개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훈련소에서는 단 것을 접할 기회가 없다보니 초코파이가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금도 한 통은 먹을 수 있을 겁니다. 훈련소에서 사격점수는 어땠나요? 프로기사의 집중력이라면 정확도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등수에는 들지 못했지만 잘하는 편이었습니다.사격우수자는 포상으로 전화통화를 하게 해주었는데, 어머니와 통화를 하고는 다들 울고 나오더군요. 안 하는게 나았을지도 모르죠. (웃음) 이 인터뷰는 인터넷 기사로 나갈 텐데 혹시 지금 동료 기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잠시 생각하더니 )"'바둑 공부가 가장 쉬운거니까 지금 열심히 해라'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웃음) 군대에 와서야 하늘에 별이 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요즘 이등병의 월급은 얼마정도죠? “대략 8만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수색대는 훈련때 헬기레펠을 뛰면 위험수당으로 14만원을 줍니다.” 자대배치 후 고참들이 사준 PX의 냉동식품이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맛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군대 PX에서는 만두,닭강정 등을 포장된 냉동식품을 전자렌지에 데워 먹는다.)아직도 변함없이 일요일에는 햄버거가 나오고, 조한승 이병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가 카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맛스타, 오바로크, A급, 뽀글이.. 대화 도중에 나왔던 군생활 용어들이다. 바둑에 관한 것을 물어보기 미안할 정도로 현재의 생활이 강하게 이등병 조한승의 의식을 잡고 있는 듯했다. 비록 대국은 못하지만 일과시간을 마친 후 잠시 인터넷검색 정도는 할 수 있어서 최근 농심배 일정과 BC카드배의 진행상황등 최신 바둑뉴스는 다 알고 있었다. 훈련소에서 불침번을 서는 매일 밤은 자신의 바둑과 미래에 관한 고민의 시간이었다. 또 한편 군대에 와서야 하늘에 별이 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최근 바둑계로 복귀하여 무패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이세돌 9단의 경우를 보면 “초일류기사에게 휴식기간이 과연 나쁜 것인가”에 관한 의문도 든다. 바둑의 기술적인 면이 거의 완성된 초일류기사라면 잠시 바둑을 잊어보는 것이 오히려 기나긴 승부에는 약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다림질이 덜 된 군복의 각이 덜 잡힌 것에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니 이미 군 생활에 적응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몇 개월만 지나면 지금처럼 긴장한 모습은 털어버린 유들유들한 군인아저씨가 되어 있으리라. 조한승 이병에게 격려의 편지나 위문품을 보내고 싶으신 분은 이 주소를 쓰시면 된다.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 사서함 93-4호 수색대대 본부중대 이등병 조한승 |
첫댓글 어이구..강원도로 가셨네. 이기자부대...ㅡㅡ 암튼 고생하시고, 몸건강히 제대하세요.
힘드시겠어요.몸 건강히 군생활하시고 다시 바둑두시는 모습 보고싶네요.
멋지네요!
다녀오시면 더 당당해지는거에요 ^^
조한승사범님 사진과 기사를 보니 기분이 아주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