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코스 : 전북학생교육원-세동치-부운치-철쭉군락지
팔랑티-바래봉-용산마을(11.7km. 5시간)
사진 : 엄동만 홍보부장
다람쥐 챗바퀴 도는 계절의 흐름이 철쭉의 시대를 열었다.
길어진 낮 길이 만큼 여유가 생긴 탓인지 행락객들이 붐빈다.
머나 먼 남원까지 4시간 반을 달렸다.
넉넉한 벌판과 연초록색 옷으로 갈아 입는 낮은 산들이
한껏 여유가 넘처나고 있다.
산 중턱 양지바른 곳에 잘 정리 된 묘지가 인상적이다.
천석군 만석군이 거느렸던 부농의 평야가 있는 땅이다.
전주와 나주의 합성어 전라도는 그래서 부유하다.
풍류가 살아 나고 마음이 부유해 부자가 된 고장이다.
지리산 바래봉 철쭉을 보러 산행을 시작했다.
전러북도학생교육원 주차장에는 몰려 온 차들로 붐볐다.
산행 초입부터 인파에 밀려 등산은 느리게 진행이 된다.
길게 줄을 서서 밀려서 산을 올라 간다.
가정과 마을을 비워놓고 죄다 지리산을 메운 사람들이다.
마치 병정놀이 하는 군사처럼 길게 줄을 지어 오른다.
지리산에 온 사람들은 그나마 복을 받았다.
산을 오를 수 있다는 자체 만으로 복을 받은 것이다.
인파에 밀려 함께 온 50여 무한인들도 헤처모여를 반복한다.
길게 이어지는 좁은 등산로는 비가 오지 않은 탓인지
먼지를 일으키며 호흡곤란을 초래하다.
최초의 길은 짐승이 냈다. 짐승을 쫓는 사냥꾼이 길을
넓혔고 계속해서 다니다 보니 길이 난 것이다.
긴 세월이 흐르면서 길은 고속도로로 발전을 했다.
인류가 태생하면서 먹고 살기위해 사냥을 했기에 걷기는
본능적으로 생겨 난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한 준비다.
인류의 DNA가 우리 몸속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길 위에 서면 걷고 싶은 본능이 생기는 지도 모른다.
초입부터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철쭉이 기쁨을 준다.
길을 걸으며 철쭉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선입견 때문인지
보이는 꽃들이 시시하게 보인다. 인간의 간사함이 드러난다.
인파에 밀려서 오르고 다시 오르며 마치 뱀이 기어 가 듯이
산을 오른다. 참고 산을 오르는 이유는 곧 꽃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희망에 속으며 삶을 살아 왔다.
무너진 희망을 다시 기다리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철쭉이 비어있는 자리에는 이팝꽃이 피어 위로를 해준다.
길을 걷는다. 길에는 애큿한 사랑이 있고 신비의 전설이 있다.
무장공비들과의 전란 이야기가 있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다. 길 따라 펼쳐진 역사와 인문학이 있다.
문득 10년전 로마에서 걸었던 560km 아피아가도가 생각난다.
로마군은 실패한 반란의 보복으로 6000여 노예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다. 200km 도로변에 시체를 전시했다.
"주여, 어디로 가나이까?" 베드로가 외던 길이다.
지금도 로마 아피아가도는 가는 곳곳에 과일나무가 있다.
로마군이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나무를 심었다.
길가에는 묘지가 있어 관광을 유인하고 있다.
그렇게 로마는 영토를 넓힐 때마다 길을 만들었다.
사각형 돌을 바닥에 깔았다. 2차선 규모이고 인도가 따로있다.
길을 통해 제국을 통일한 것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생겨났다.
철쭉을 만났다. 똘똘뭉쳐서 군락을 이루어 만개 했다.
식물의 세상에서 살아 남기 위해 떼를 지어 피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철쭉은 고을을 이루 듯 넓은 지리산을 수놓았다.
거대하고 웅장한 지리산의 몸체가 시야에 보인다.
거대한 지리산 산맥이 세상을 부리고 있었다.
바래봉에는 인파로 무너질 듯 휘청거리고 있었다.
바래봉은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과 닮아
그렇게 붙여졌다. 둥그스름하고 순한 산릉인데다가 여기저기
누군가 가꾸어 놓기라도 한 듯 초원에 철쭉이 무리지어 있다.
산 중턱에 자리잡은 철쭉의 세상이 환희를 준다.
철쭉이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바람에 흔들려 유혹한다.
꽃을 만지면 홍자색 입술을 들이대며 키스를 해준다,
호사를 누리며 철쭉과 한바탕 방탕을 즐긴다.
촉수를 들이대며 간지르는 꽃의 마법에 나는 죽눙이 든다.
매년 보는 철쭉이지만 연륜 탓인지 달라 보인다.
아쉬움 같은 그리움이 인다. 그리다와 울다의 중간이다.
그리움은 처음과 끝이 없는 과정을 걷는 길과 같은 것이다.
하염없이가 그리움에 잘 어울리는 말이다.
추억과 그리움은 우리의 뇌리에 오랫동안 각인 된다.
충격이 큰 추억은 쉬이 잊어지지 않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바래봉 철쭉이 너무 아름다워 오랫동안 잊어지지 않을 것 같다.
요란한 가지를 달고 위로 솟지 못한 나무 한그루가
길게 옆으로 뻗어 있다. 그리움과 회한이 교차 된다.
누군가를 기다릴 것 같은 그리움이 나무가지에 오열한다.
나무는 나이테를 옆으로 새기기에 장수한다.
수 백년을 기가렸고 죽는 날까지 기다릴 태세다.
나무의 세계에서도 그리움과 기다림이 존재하나 보다.
하산 길은 길고 바닥에 돌을 깔아서 다리에 통증이 왔다.
시멘트와 돌로 만든 길이 길게 이어진다.
긴 길을 내려가는 사람들의 소통장이 되었다.
걸으며 정치 이야기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곳이 길이다.
이 곳의 정치적 정서를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귀에 들려 왔다.
확실한 것은 사람은 서로 다르다는데 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 싸움이 된다.
쌀을 휘저어면 먹을 것이 나오지만 말은 휘저어면 싸움이 된다.
정치색깔이 농후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하산하는
연륜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길에 길게 깔린다.
현란한 입담에 무료함을 달래며 긴 하산을 마쳤다.
길가에 목탁을 두드리며 모금하는 스님도 있고 불화를
길에 깔아 놓고 파는 스님도 있다.
장애인이 엎드려 구걸을 하는 장면도 보인다.
철쭉 축제 기간이라 각설이가 요란하게 공연된다.
한참을 지켜보며 엉덩이를 들썩였다. 끼가 많은 각설이다.
축제장 곳곳에 먹거리가 진을 치고 유혹하지만 시간이 없다.
등산과 여행을 곁들인 산행을 마쳤다.
식당으로 옮겨서 하산주를 나누며 피로를 풀었다.
풀어야 할 것은 피로만 있는 게 아니었다.
소통되지 않는 악우들과의 소통도 함께 푼 하산주 자리였다.
801차를 돌파한 무한의 25년 역사가 쌓여가고 있다.
어린 새가 날지 못하는 이유 더 준비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무한도 더 준비 할 시간이 필요하다.
봉사와 희생을 하는 회장님 이하 임원들의 노고가 결코
헛되지 않은 자리였다. 수고가 너무 많았다.
함께 걸어가는 무한산악회라는 길에서 우정을 나누고
춤을 추는 미래가 되기를 기원 해 본다.
첫댓글 명예회장님
바래봉 후기글 잘읽고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좋은시간되세요
명예회장님 덕분에
늘 산행 후기글
감명깊게 잘 읽어봅니다.
함께한 산행
대단히 수고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명예회장님 산행후기 경의를 표합니다
명예회장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쭈욱 부탁드립니다
명예회장님
바래봉산행하신다고수고하셧고
또산행후기읽고또읽어도그날바래봉
좋앗던기억그대로쓰여져잇네요
감사하고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