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7월도 가속력으로 탄력이 붙어가는 시간이다
정원에 핀 빗물을 먹은 배롱나무는 더 붉게 보인다
여름으로 가면 꽃들이 적어진다
봄날은 꽃들로 지천에 가득하
다가 여름에 피는 꽃은 무궁화만 볼 수 있다
여름내내 꽃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꽃이 배롱나무 꽃이 아닌가 생각되다
우리집의 겨울은 야산 아래라 다른 곳보다 3~4 도 더 춥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의 소설처럼
매서운 겨울 추위에 배롱나무의 여러 가지들이 죽고, 한 두가지만 간신히 살아서 정원에 외로이 배롱나무꽃을 피우고 있다.
꽃이 오래 핀다고 그리고 100일동안 핀다고 하여 백일홍 나무로 불리어진다
도종환 시인의 백일홍 글이다
"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 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대부분의 꽃들은 꽃대마다 동시에 꽃이 피는 특성을 가지는데 비해,
배롱나무꽃은 아래서부터 위까지 꽃이 피어 그걸 다 피워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석달이 넘는다고 한다
비 내리는 아침에 배롱나무 꽃을 보면서 두 시인의 '배롱나무꽃' 시귓를 읽어 보면서 우리 인생도 이렇게 서로 서로 도와가면서 더불어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 조선윤- 배롱나무꽃
"화무십일홍이요
열흘 붉을 꽃 없다지만
석 달 열흘 피워내어 그 이름 백일홍이라
뜨거운 뙤약볕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꽃봉오리 터지던 날
진분홍 주름치마 나풀거리며
살랑이는 바람결에 살포시
미끈한 속살 내비치는 한여름의 청순한 화신이여!
제 안에 소리없이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도 온몸 다해 다시 피워내어
폭죽처럼 터져 선혈처럼 낭자하다
반들반들한 수피에 붉는 간질나무여
화려한 꽃그늘 밟으며
꽃폭죽 맞으며 여름 가고
꽃카펫 밟으며 가을 온다.
* 배롱나무 꽃 - 정진규
어머니 무덤을 천묘하였다
살 들어낸 어머니의 뼈를 처음 보았다
송구스러워 무덤 곁에 심었던 배롱나무 한 그루
지금 꽃들이 한창이다
붉은 떼울음,
꽃을 빼고 나면 배롱나무는 골격만 남는다
너무 단단하게 말랐다
흰 뼈들 힘에 부쳐 툭툭 불거졌다
꽃으로 저승을 한껏 내보인다
한창 울고 있다
어머니, 몇 만리를 그렇게 맨발로 걸어오셨다"
이 일을 먼저 나부터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되길 소망해 본다
호정골에서
정종병 드림
첫댓글 여름철에 보기 힘든 꽃
배롱나무꽃이 있어 다행한 일입니다.
귀한 꽃이네요.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