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친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참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했을 것입니다.
지난 3개월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니 인생의 최말단까지 떨어져서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치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가 믿는 예수님과의 대화가 깊어지고 진정한 회개와 감사 기도, 그리고 찬양을 드리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칠십 고개를 코앞에 두고 인생길의 깔딱 고개와 맞닥뜨렸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육십 아홉이 되었지만 건강 만큼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운동과 취미생활, 대중강의와 글쓰기 등
을 열심히 하다보니 하루가 금새 지나갔습니다. 욕심이 지나쳐서 무리하기 일쑤였고 과음을 일삼는 나날도 이어졌습니다.
마침내 나를 지극히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사랑의 채찍을 드셨습니다.
어느 날 아침운동을 하고 집에서 면도를 하면서 샤워를 하는데 오른쪽 목에 조그만 멍울이 만져졌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동네 이비인후과를 방문했더니 대학병원을 가보라고 했습니다. 단순한 혹이겠거니 했지만 덜컥 겁이 났습니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설마 했습니다.
이대 목동병원으로 예약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에 유튜브를 보니 성남에 있는 위드심의원(조우진 원장)이 목멍울을 잘 본다고 해서 먼저 찾았습니다.
조직검사를 거쳐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2023.7.20) 멍울에서 악성 종양이 발견되었다는 충격적인 설명이었습니다.
처음 듣는 '경부전이암' 이었습니다.
원장은 청천벽력같은 얘기를 아무 거리낌없이 내뱉었습니다.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며 이내 정신을 차렸습니다. "내게도 예외없이 암이 찾아왔구나 "하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언젠가 어느 기도원 정문에 걸려있었던 현수막에 적힌 글인데 의미가 깊어 강의를 하면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암은 병이 아니다. 낙심이 병이다. 웃읍시다. 하하하!"
우선 믿는 자로서 나도 "마음을 확실히 다잡자"라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습니다.
그래도 막상 암이라고 하니 죽음이 금방 생각이 났습니다.
주변정리를 시작했습니다.
꼭 필요한 책을 제외하고 모든 책을 다 버렸습니다. 옷도 정리를 했습니다.
내가 없을 때, 자녀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위해 미리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내가 잘못해서 찾아온 것이기에 암친구에게 잘 지내자고 부탁 아닌 부탁을 했습니다.
언젠가 내게 찾아오는 병은 모두 친구로 생각하고 잘 대해주자고 다짐했었는데 좀 고얀 친구가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곧 이대 목동병원으로 전원이 되어 다음 날(2023.7.21) 아침 암환자로서 진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암환자가 되니 대학병원에서 진행하는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MRI, PET 등 여러가지 검사를 거친 후 최종 결론은 목 멍울 근처에 있는 편도에서 악성 종양이 생긴 것으로 진단되었습니다. 이른바 편도암 1기(초기)로 잠정 결정을 내리고 주치의는 무조건 수술 날짜를 잡자고 했습니다.
일단 수술날짜를 좀 넉넉하게 잡았습니다.
남는 기간 동안 유튜브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특히 암관련 책을 사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다른 병원에도 가 보라는 주위의 권고에 따라 신촌 세브란스병원, 노원구에 있는 원자력병원, 댕큐서울이비인후과를 거쳐 나름대로 정보를 모았습니다.
결론은
수술과 방사선치료를 두고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수술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로봇수술을 하기로 하고 잠정 결정을 했습니다. 비용이 약 이천만 원이 들지만 다들 권유해서 수술날짜까지 잡았습니다.
그동안의 정보를 종합하니
일본과 미국은 일단 방사선치료를 우선으로 하는데 우리나라는 무조건 수술 위주로 한다고 합니다.
특별히 두경부암에 해당하는 편도암(초기)은 방사선치료가 잘 되기때문에 가능한한 수술을 하지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일본의 암전문가(와다 히데끼)가 쓴 책에서 정보를 많이 얻었습니다. 나이가 칠십이 넘으면 몸에 칼을 대지 말라는 당부가 있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세브란스의 로봇수술을 포기하고 방사선치료 쪽으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일산의 국립 암센터로 정하여 방사선치료를 하기로 하고 예약을 했습니다.
주치의 선생님으로 방사선종양학과
문성호 교수가 정해지고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워낙 초기라 예후가 확실히 좋을 것이라고 단언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방사선 치료와 더불어 항암치료를 병행하자고 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근치(뿌리까지 치료하는 것)를 목적으로 하자는 주치의의 주장을 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저런 절차를 거쳐 2023.9.4(월)부터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항암치료 6회, 방사선치료 30회라는 치료목표가 주어졌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항암치료가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시스플라틴이란 항암제는 독성이 강하고 3~4시간에 걸쳐서 주사를 맞아야하는 고통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고 독성이 강한 항암제라 지레 겁을 먹었습니다.
그래도 6회에 걸친 항암치료를 무사히 잘 견뎌냈습니다.
방사선치료 역시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비록 20분 정도 짧은 시간에 가만히 누워있으면 치료가 되지만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항암치료와 함께 30회를 채워야하니 보통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공휴일은 다 빼다보니 추석연휴에다가 한글날 까지 끼여있어서 치료기간은 늘어만 갔습니다.
그래도 다 참아내고 드디어 종착역에 다달았습니다.
오늘(2023.10.20 금요일)자로 방사선치료 30회를 다 채웠습니다. 병원 관계자들도 무사히 잘 견뎌냈다고 응원의 말씀을 건넸습니다.
앞으로 한 달 후에 확인을 한다고 합니다. 이미 좋은 예후가 예견되고 주치의 선생님도 그렇게 보는 것같습니다. 통계적으로 갑상선암과같이 초기 편도암도 5년 생존율이 100%로 나와서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큰 경험을 했습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천국행 티켓을 기꺼이 받으려고 했는데 그 기간을 연장시켜 주실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한 번 죽는 것은 정한 이치인데 좀 일찍 부르시는 것같아 약간 섭섭하긴 했습니다.
처음엔 인간적인 기도를 했습니다.
몸된 성전을 너무 혹사하고 잘못 사용한 것에 대해 깊이 회개했습니다.
물론 고쳐달라고 간절하게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기도할 때마다 고쳐주신다는 응답 대신에 "너는 감사만 해라"는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것입니다.
병들어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벽에다 써붙여 놓고 나도 힘을 얻었습니다.
"이 병은 죽을 병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함이요 하나님의 아들로 인하여 영광을 얻게 하려 함이라"(요한복음 11장 4절)
늘 묵상하는 이 말씀도 힘이 되었습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하기사 나이들면 예외없이 생로병사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그것이 인생의 진리입니다.
우리의 짧고 덧없는 인생을 성경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그렇습니다.
잠간 왔다가 사라지는 안개와 같다고 했습니다.
나의 시, '님이시여'의 한 구절 입니다.
"님이시여
내 앞에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이 겹칠 때
당당히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그리하여 인생이 고난의 연속임을 깨닫고
고난을 감사로 바꾸는 역사를 이루게 하소서"
이번 고난을 감사로 바꿀 수 있도록 은총을 베풀어 주신 것으로 믿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치료과정에서 나타난 후유증이 남아 있습니다.
몸무게도 6~7kg 정도 빠지고 튼튼했던 다리근육도 약간 부실해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정상적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이번을 계기로 가정예배를 부활하고 새벽기도회에 참석하여 하루를 말씀과 기도로 엽니다.
지난 날의 잘못을 진심으로 회개합니다.
이제부터는 다시
참 신앙인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말 그대로 변하여 새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앞으로 주어지는 하루하루는 제 인생에서 주님께서 덤으로 주신 축복의 나날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너스로 받은 하루, 하루입니다.
허투루 보낼 수 없습니다.
신실하게 살다가 주님이 부르시면 흔쾌히 이 땅을 떠나고 싶습니다.
주님과 함께 영원한 안식을 누리겠지요. 천국에서.
끝으로 절망 속에서 희망을 주신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추신) 이 번에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값진 경험을 하셨네요.
인생의 깊이를 더욱 진실하게 깨닫는 시간이였고 은총의 시간이셨네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시고 멋진 노후를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