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표 시인의 청소년 시집 『우리는 어딨지?』가 푸른사상사의 <청소년시집 4>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진로 문제, 친구 관계 등 여러 가지 고민을 끌어안고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들의 다양하고도 생생한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시인은 학생들이 겪는 결핍과 슬픔을 다독이며 서로 어울려 살아가야 할 삶에 대해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준다.
■ 시인 소개
홍일표(洪壹杓)
충청도 시골에서 태어났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등잔불로 어둠을 밝히며 살았다. 문명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지만 달과 별이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 살았고, 물방개와 꾀꼬리, 진달래가 지천인 마을에서 메뚜기와 같이 뛰어놀았다. 대처로 나와 살게 된 중학교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 교내 백일장에서 장원을 하고, 당시 전국 규모의 『학원』 문학상과 『학생중앙』 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와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몇 번의 낙선 끝에 1988년 『심상』 신인상과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이 되었다. 그동안 『살바도르 달리풍의 낮달』 『매혹의 지도』 『밀서』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등의 시집을 냈고, 평설집 『홀림의 풍경들』, 산문집 『조선시대 인물 기행』 등을 펴냈다. 지리산문학상과 시인광장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E-mail:phyo58@hanmail.net)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비겁의 역사
대화 / 동생 / 오늘도 나는 / 괜찮아 / 노총각 /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 나쁘다, 넌! / 공범 / 게임왕 / 비겁의 역사 / 거짓말 1 / 급훈 / 애플데이 / 아버지의 겨울 / 엄마
제2부 프린들 주세요
곰 / 알바생 / 거짓말 2 / 자퇴 / 책무덤 / 식단표 / 프린들 주세요 / 꼰대 / 이상한 일 / 사시 / 왕따 만세 / 첫사랑 / 모르는 사람
제3부 이상한 곳
요즘 것들 / 따라 하지 마 / 예은이 / 비교하지 마세요 / 국어 쌤 / 엄마 나라 / 학급 회의 / 이상한 곳 / 정답 / 예외에 대하여 / 어른들의 예의 / 왜? /학교 가는 길 / 하면 된다 / 기죽지 마
제4부 미래형
발전반 / 싸움 / 미술 쌤 / 미래형 / 학교 공장 / 어쩌라고 / 그해 여름 / 조유빈 / 붉은 노을 / 지하철 풍경 / 엄마 / 무단결석 / 그날 / 이상한 질문 /친구 / 새별이
■ 작품 해설:안녕, 목소리들 - 이혜미
■ 시인의 말
어느덧 38년이 지났다. 처음 교단에 섰을 때가 스물네 살, 아련하고 애틋하다. ○○여고의 교정은 늘 푸른빛으로 출렁였다. 날마다 설렘과 기대로 이어지던 푸성귀 같은 8년의 시간을 지나 창덕궁 옆 ○○고교에서 나머지 30여 년의 세월을 보냈다. 많은 아이들과 만나고 헤어졌다.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기쁨도 많았지만 절망과 분노, 슬픔도 많았다. 이 시집에 내가 만난 아이들의 삶을 여러 무늬로 새겨 넣었다. 돌아보니 그들과 함께한 세월은 축복이고 기쁨이었다.
퇴임을 앞둔 지난해부터 청소년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간 날 때마다 일기 쓰듯 한 편 한 편 적어 나갔다.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니 자주 가슴이 먹먹했다. 여러 가지 고민과 상처로 아프게 살아가는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고, 훗날 손녀, 손자들이 중고등학생이 되어 읽을 수 있는 시편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 작품 세계
홍일표 시인은 등단 후 지금까지 네 권의 시집을 상재하며 깊은 사유를 경유하는 특유의 유려한 감각과 세련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시 독자들을 사로잡아 왔다. 『살바도르 달리풍(風)의 낮달』 『매혹의 지도』 『밀서』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등에서 만날 수 있는 놀라운 발견과 비유들은 이번 청소년 시집 『우리는 어딨지?』에도 이어지고 있다. 세심한 속기사처럼 들려오는 목소리들을 충실하게 받아 적는 시인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마치 그 상황을 직접 겪고 있는 듯한 생생한 체험을 선사한다.
학교는 온갖 감정과 생각들이 뒤섞여 펄펄 끓고 있는 마음의 용광로다.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말과 마음이 뒤엉키는 곳. 게다가 진로 문제, 친구 관계, 공부까지 더해지면 학교는 감당하기 어려운 장소가 된다. 사춘기는 성장 중인 마음과 몸이 부딪히며 균형 감각을 익혀 나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서 느끼는 기분과 느낌은 청소년들이 꼭 들여다보아야 할 지점인데, 입시 공부에 모든 초점을 맞춘 학교의 시스템은 스스로를 성찰하고 돌아볼 틈을 주지 않는다. 답답한 교실 안에서, 부모님과 선생님의 압박 속에서 학생들은 점차 마음을 기댈 자리를 잃어간다.
이번 청소년 시집 『우리는 어딨지?』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마음속 목소리, 내밀한 고백이 담긴 시들이다. 독백은 내면에서 울려 퍼지는 침묵 속의 소리이자 메아리로 쓴 일기다. 창문에 입김을 불어 그 위에 곧 사라질 글자를 쓰듯 시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 구석에 숨겨 두었던 속내를 안개처럼 읊조린다. 시인은 아이들의 감정과 마음에 빙의하듯 다가가 실감나는 구어체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의 시선은 대부분 소외되고, 가난하고, 외로운 마음 곁에 머문다.
―이혜미(시인) 해설 중에서
■ 추천의 글
“눈치 보지 마! 넌 옳고 자유로워.”
따듯한 선생님의 애정 어린 응원
홍일표의 청소년 시를 읽자면 통쾌하다. 후련하다. 속 시원하다. 그리고 때론 민낯의 너와 나를 다 보여 줘서 불편하다. 아프다. 시인은 마치 아이들 마음속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 다 읽고 나니 꼰대 같은, 아니 꼰대인 선생으로, 어른으로 부끄럽다. 미안하다. 학생도 선생도 자신을 정면으로 직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만 이 시를 읽기 바란다. 홍일표의 시집 『우리는 어딨지?』를 나를, 우리를 찾아가는 작은 나침반으로 비유하고 싶다. 청소년의 현실과 정체성의 변화 그리고 청소년의 눈높이를 가늠하지 못하는 작금의 시와는 다른 지점에 홍일표의 청소년 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