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16. 06;00
이틀간 제법 센 바람이 불었다.
채 영글지 않은 도토리가 산길의 사방에 떨어졌고, 산길바닥엔 밤송이, 땡감도
보인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산길은 소나무 등 침엽수보다는 참나무 위주로 활엽수가
많은데 참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의 형태가 제각기 다르다.
1972~1974년쯤 독수리 오형제라는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이 있었는데,
테마(thema)는 지구정복을 노리는 비밀 결사대에 맞서서 5명의 소년 특공대가
활약을 하는 만화 드라마였다.
이후 1980년에는 한국판 독수리 5형제가 나왔고,
2014년에는 극장판 영화도 나올 정도로 꾸준히 출시되었고 어린이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늘에 어린이 세계를 장악한 독수리 5형제가 있다면,
다소 엉뚱하지만 산에는 산을 장악한 참나무 6형제가 있다.
정년 퇴직일이 며칠 남지 않았을 때,
은퇴자 교육 과정 중 숲 해설사와 함께 대모산 산행을 하며 꽃과 나무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참나무 6형제에 대해 숲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지.
사실 그때까지 수십 년 산행을 하며 나무와 야생화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건강을 챙기고 호연지기(浩然之氣)만 기르면 된다며 별 생각 없이 막걸리 서너 통을
짊어지고 산행을 즐겼다.
그날 해설사와 동행은 내 인생의 중대한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가 되었다.
그냥 도토리나무로 무심코 봐왔던 참나무의 종류가 이렇게도 많다니,
시골에서 자랐고 매주 빼먹지 않고 산행을 즐겼는데 참나무 종류를 제대로
구분하는 게 하나도 없었으니 말이다.
'굴참나무'의 껍질은 굴피집의 지붕 재료로 써 추위와 더위, 비가 샘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고 도토리도 실하다.
'졸참나무'는 도토리가 가장 작으며 떫은맛이 덜해 묵을 만들어 먹으면 가장
맛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떡갈나무'는 잎이 가장 큰데 잎사귀에 방부제 성분이 있어 떡을 싸는 용도로
사용하였으며,
'신갈나무'는 짚신에 덧댈 정도로 잎이 크며, 신갈나무 도토리를 다람쥐가 저장용
비상식량으로 많이 숨겨 두기에 산에는 신갈나무가 제일 많은 편이다.
'갈참나무'는 가을에 가장 늦게까지 단풍이 잘 들며,
'상수리나무'의 도토리는 임진왜란 당시 도망가던 선조임금의 수라상에 올렸다는
전설이 그날 교육을 받은 내용인데,
그날의 신선한 충격이 생생한 기억으로 남았고, 산의 나무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며
졸필이나마 글을 쓰는 모티브(motive)가 되었지.
나는 참나무의 종류를 도토리의 모양, 잎사귀의 크기와 형태로 구분을 하고, 미덥지
않으면 나무의 수피(樹皮)를 보고 판단한다.
굴참과 졸참, 갈참나무는 제대로 알 수 있는데, 지금도 신갈, 떡갈, 상수리나무는
혼동을 할 경우가 많다.
< 가죽나무 >
나는 내가 우리나라의 수천종이나 되는 나무 중 얼마나 알까,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우리나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발표한 수종(樹種) 분포도의 자료를 보면,
참나무 6형제가 24.2%로 21.9%인 소나무보다 많다.
따라서 참나무와 소나무만 제대로 알아도 46.1%를 안다는 계산이 나온다.
활엽수인 참나무의 분포비율이 높은 곳은 홍천, 인제, 춘천이며 김포는 산림 중
52.9%를 참나무류가 차지하여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으며,
침엽수인 소나무는 전 국토에 고르게 분포하며 안동과 울진군은 49.9%,
창녕군은 52.9%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다고 한다.
따라서 참나무류와 소나무류만 제대로 알아도 46.1%가 나오는데,
낙엽송으로 불리는 일본잎갈나무가 전국의 산림에서 4.5%, 잣나무는 2.4%가
분포하니 이를 합치면 50% 이상을 거뜬히 알게 되는 거다.
이밖에 아카시나무, 단풍나무, 박달나무, 들메나무, 황벽나무, 노각나무, 오리나무,
산벚나무, 때죽나무, 서어나무, 밤나무, 풀푸레나무, 이팝나무, 미선나무만
구분해도 꽤 많이 안다는 계산이 나오니 괜히 배가 불러지는 아침이다.
2021. 8. 16.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