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역사] 개고기
고대 중국 땐 흔히 먹고 로마도 제사상에 올려… 반려동물 이후 안 먹어
입력 : 2024.01.16 03:30 조선일보
개고기
▲ 1910년 프랑스 파리에 ‘개고기 전문 정육점’을 개업했다고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요. /위키피디아
2027년부터는 대한민국 안에서 개고기의 제조와 유통이 완전히 금지될 예정이에요. 얼마 전 이런 내용을 담은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죠. 이른바 '개고기 금지법'입니다.
이를 두고 찬반 의견이 나뉘고 있어요. 개고기 금지에 찬성하는 쪽에선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알맞은 변화"라는 입장인 반면, 반대하는 쪽에선 "다른 동물과 달리 개를 먹으면 안 된다고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해요. 인류는 언제부터 개를 먹었을까요? 또 개를 식용하는 문화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대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개고기가 주된 식재료 중 하나였다고 해요. 중국에서는 한나라(기원전 3세기~기원후 3세기) 때까지는 개고기를 흔히 먹은 것으로 나타나요. 그러나 한나라 말기부터 반려동물로 개를 기르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점차 개고기를 덜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문화가 퍼지고 개고기를 꺼리는 유목 민족 왕조가 들어서며 개고기 문화는 위축됐습니다.
서양에서도 오랫동안 개를 먹었어요. 고대 로마(기원전 8세기~기원후 6세기)에서도 개고기를 신에게 바치는 제사상에 올리는 고기 중 하나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점차 개를 반려동물로 키우면서 개고기 문화는 쇠퇴했지만, 유럽인들이 개고기를 섭취하는 경우는 19~20세기까지도 있었습니다. 전쟁 때문입니다. 전쟁으로 물자가 부족해지면 살려고 개를 먹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1870년에 발발한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당시에는 파리에 개고기뿐 아니라 고양이 고기, 쥐고기까지 유통하는 정육점이 있었다고 해요.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거부감이 없어진 일부 사람끼리는 소규모로 개고기를 사고팔았다고 하네요. 20세기에 일어난 제1·2차 세계대전 당시나 1930년대 세계 경제 대공황 당시에도 유럽인들이 개를 먹었다고 해요. 극지 탐험을 떠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남극 탐험으로 유명한 스콧과 아문센은 약해진 썰매개를 잡아먹으며 탐험대의 식량을 보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많은 서구권 국가에 개고기 먹는 나라로 알려져 있죠. 한국 역시 고대사회부터 개고기를 먹었지만, 고려 시대(10~14세기)에는 불교 장려와 함께 살생을 금지하는 교리의 영향으로 개고기뿐 아니라 육식 문화 자체가 쇠퇴했어요. 개고기 소비가 늘어난 것은 이후 조선 시대로 접어들면서랍니다. 유교 국가인 조선은 개고기 문화를 금기시하지 않았어요. 개고기가 유교 성인(聖人)인 공자와 맹자가 살던 고대에 널리 퍼져 있었다는 이유로 꺼리지 않은 거죠. 푸줏간에서 개고기를 유통하는 등 개고기를 먹는 식문화는 조선 시대에 신분을 가리지 않고 널리 퍼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광복 이후 경제가 발전하면서 식량이 비교적 풍족해지고, 개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그러면서 "개고기를 금지하자"는 목소리도 점차 커졌답니다. 특히 1988 서울 올림픽 때는 외국인들에게 개고기 식당이 보이지 않도록 일제히 식당을 골목 안쪽으로 옮기기도 했어요.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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