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장 구속사 강해
그의 백성을 보호하시는 하나님
1. 하나님의 보호를 받는 요셉
형들의 계략으로 애굽으로 내려간 요셉은 바로의 시위대장 보디발의 노예로 팔려갔다. 보디발(שׂףכיזף) 이라는 이름은 애굽의 태양신인 ‘레(RE)가 보내주신 자’라는 뜻으로, 종교적인 색채를 강하게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이름에 신적인 요소를 담는 것은 당시 우상에 깊이 물들어 있던 사회적인 관습이기도 했다. 특히 애굽은 우상숭배가 극에 달할 정도로 백성들이 섬기는 신의 종류가 다양했다. 이처럼 우상 숭배가 극에 달한 사회 속에서 요셉은 보디발의 눈에 들어 가정 총무로 발탁되었다. 요셉이 우상숭배가 심화된 사회 속에서도 그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시위대장의 가정 총무가 되었다는 것은 의미 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마치 적진의 핵심부에 침투한 용사와 같기도 한다.
여호와 하나님은 보디발의 노예가 된 요셉을 특별히 사랑하셨다. 하나님은 범사에 요셉의 하는 일이 늘 형통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심으로서 보디발의 눈에 들도록 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요셉이 가정 총무가 된 후에도 특별히 복을 주심으로 보디발의 가정은 요셉을 통하여 하나님의 복을 누리는 특권을 받게 되었다. 결국 우상숭배의 핵심부인 보디발의 집에 하나님을 섬기는 요셉이 들어가 하나님의 복을 전달함으로서 우상 숭배에 빠졌던 사람들이 하나님의 복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은 요셉이 복의 전달자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보디발은 이러한 요셉에게 지대한 신임을 갖고 집의 모든 소유를 요셉의 손에 맡기고 요셉으로 하여금 집안 일을 담당하여 처리하게 하였다. 요셉은 자신이 종으로 팔려간 보디발의 집에서 이처럼 귀하게 쓰임 받고 가정 총무라는 높은 직책을 얻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여호와 하나님의 각별하신 배려에 힘입어 요셉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중직에 서게 된 것이다. 형들의 모략으로 종으로 팔릴 때만 하더라도 전혀 앞길을 예측할 수 없었던 요셉이 바로의 시위대장에게 발탁되어 가정 총무라는 직책을 얻게 된 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2.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요셉의 인식
요셉이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입어 보디발의 가정 총무가 된 데에는 요셉에게도 그만한 요소가 있었다. 모세는 “요셉은 용모가 준수하고 아담하였더라”(창 39:6)고 함으로서 요셉이 비범한 인물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미 “요셉은 노년에 얻은 아들이므로 <여기에서 노년에 얻은 아들이라는 말은 지혜로운 아들이라는 뜻임> 이스라엘이 여러 아들보다 그를 깊이 사랑하여 위하여 채색옷을 지었더니”(창 37:3) 라고 모세가 밝힌 것처럼 요셉은 용모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매우 지혜로운 자였다. 그만한 인물로서의 요셉이 애굽으로 팔려오게 된 사건과 그 일을 통해 여호와 하나님께서 모든 범사에 자신에게 형통케 하시는 일들을 볼 때 무감각하게 여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요셉은 단순히 자신의 운명이 형들에 의해 침해를 당했다고 여기거나 여호와 하나님의 절대적인 독단에 의해 일방적으로 끌려 다닌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 자신의 용모와 지혜가 타인들에 비해 월등하게 수려하고 뛰어날 뿐만 아니라 가나안에 있을 때에 두 차례에 걸쳐 꾸었던 꿈을 마음에 담고 있던 요셉으로서는 자신이 애굽에 팔린 사실과 매사에 여호와 하나님의 적극적인 돌보심을 통해 구속사에서 수행하여야 할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사려 깊게 생각하게 하였던 것이다. 특히 요셉은 아버지 야곱을 통해 아브라함의 언약이 성취되어야 할 것과 그 언약이 성취되기 위해 생육하고 번성하여 하나의 민족을 이루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에 대하여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처한 현재의 상황에 대하여 유달리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비록 구체적으로 애굽에서 요셉이 수행해야 할 일이 어떤 것이고 그 일이 하나님의 나라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쓰임 받게 될 것인가에 대해선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이 하나님의 일을 완수함에 있어 특별한 역할을 하게 될 것에 대한 인식만은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요셉이 하나님 나라의 진행에 있어 자신이 수행해야 할 특별한 사명에 대하여 얼마나 인식하고 있었는가는 보디발의 아내의 유혹에 대하여 매우 냉정하게 거절하는 것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당시 종의 신분은 주인의 명령에 따라 절대 복종하는 처지에 있었다. 요셉이 비록 가정 총무라는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할지라도 그의 신분은 보디발의 종에 불과했다. 종에 대해서는 일종의 재산적인 가치 정도로 인식하거나 하나의 소모품 정도로 알고 있는 보디발의 아내로서는 요셉을 자기 마음대로 대우하거나 처분하여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만한 위치에 있는 보디발의 아내가 요셉의 용모에 끌려 눈길을 준 것은 그만큼 요셉을 인간적으로 예우하고 요셉의 인격을 존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 보건대 보디발의 아내는 요셉을 단순히 욕정을 채우기 위한 육체적인 정욕의 대상으로 대하지 않고 평소 요셉에 대하여 대단한 호의를 가지고 대하던 중 마음에 끌려 요셉과 동침하자고 유혹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만일 보디발의 아내가 요셉을 단순히 종으로 취급하고 우발적으로 자신의 욕정을 채우기 위한 하나의 소모품으로 여겼다면 요셉의 주인으로서의 권력을 행사하여 얼마든지 요셉의 인격을 무시하고 자기 만족을 얻고자 했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 요셉이 거역한다면 주인의 권한으로 요셉을 죽이든지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보디발의 아내는 요셉을 종으로 취급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친분을 가깝게 유지하며 은근히 요셉의 마음을 끌어 자신의 정부(情夫)로 삼고자 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요셉은 단호히 거절한다. “나의 주인이 가중 제반 소유를 간섭치 아니하고 다 내 손에 위임하였으니 이 집에는 나보다 큰 이가 없으며 주인이 아무 것도 내게 금하지 아니하였어도 금한 것은 당신뿐이니 당신은 자기 아내임이라 그런 즉 내가 어찌 이 큰 악을 행하여 하나님께 득죄하리이까”(창 39:9). 요셉은 보디발이 자신을 가정 총무로 인정하고 자신을 믿어 온 신의에 대하여 저버릴 수 없어서라도 그 처의 요청에 대하여 거절하여야 했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 나라의 진행에 있어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책임의식 때문에 유혹에 대하여 과감하게 거역할 수 있었다. 요셉에게 있어서 보디발의 아내의 유혹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그 유혹에 응하지 않으면 곧 그것은 요셉에게 죽음을 가져다 줄 뿐이었다.
요셉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과 호의를 가지고 있던 보디발의 아내는 끈질기게 요셉을 유혹하였다(창 39:10). 요셉은 아예 보디발의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조차도 만들지 않음으로서 교묘한 유혹을 뿌리치고자 하였다. 요셉이 가정 총무로서 보디발의 아내와 친숙히 지내지 않고 그 요구를 거절함으로서 멀어진다는 것은 가정 총무로서의 자리에 대하여 전혀 연연해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만일 요셉의 행위에 대하여 보디발의 아내에게서 미움을 사게 된다면 요셉은 언제든지 가정 총무의 자리를 박탈당하고 여느 노예들처럼 종으로 전락되고 말 것이다. 그러한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보디발 아내의 집요한 유혹을 멀리하고자 한 것은 그만큼 요셉의 마음 자세가 흩어지지 않고 자신이 존재하는 삶의 목적에 대하여 분명한 의식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요셉에 대하여 끊임이 없는 연민을 느끼고 있던 보디발의 아내는 끝까지 요셉을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엿보고 있던 중 어느 날 요셉이 직무 상 집에 들어온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침 요셉과 단 둘만 있고 다른 사람이 아무도 없는 호기를 포착한 보디발의 아내는 요셉의 옷을 잡고 동침하자고 강력히 애원하였다. 요셉은 잡힌 옷을 벗어 던지고 간신히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그러자 그렇게 요셉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보디발의 아내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어 요셉이 자신을 겁탈하려 했다는 누명을 씌워 남편인 보디발에게 요셉을 처벌하여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평소 요셉을 귀하게 여기고 있던 보디발은 요셉을 자신이 관장하는 왕의 죄수들이 수용되어 있는 옥에 가두었다. 보디발이 요셉을 옥에 가둔 것은 대단한 호의였다. 자신의 아내를 겁탈하려 한 자를, 그것도 종의 신분으로서 주인의 아내를 희롱하려 한 죄는 사형에 해당하기 때문에 능지처참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옥에 가둔 것은 요셉의 인물됨에 대하여 보디발이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요셉을 가정 총무로 발탁할 때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 하실 뿐만 아니라 범사에 형통케 하심을 친히 보았기 때문에 보디발은 요셉을 가상히 여기고 있던 차 요셉을 죽이지 않고 감옥에 가두는 특전을 베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