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칠백여든여덟 번째
경물중생輕物重生
죽음을 마주할 용기 없이, 우리는 삶을 진지하게 살 수 있을까요? 선현들은 우리가 유한한 생명임을 자각하고 죽음을 마주해야 보다 나은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일러줍니다. 그래서인지 죽음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서길수 전 서경대 교수는 생전 장례식을 여섯 차례나 열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연극배우 박정자 씨도 강릉 해변에서 어깨춤을 추며 엔딩 파티를 열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더러 하는 모양입니다. 생전 장례식은 살아 있을 때 시공간을 함께하며 맺어졌던 인연들을 정리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마지막 과제는 화해입니다. 관계는 늘 엉켜 있죠. 죽음 앞에서는 따질 일이 없습니다. 미리 풀어내면 남은 자도, 떠나는 자도 가볍습니다.” 자신을 ‘임종 감독’이라고 부르는 청란교회 송길원 목사의 말입니다. 생전 장례식의 공통된 키워드는 ‘웃음’과 ‘축복’, ‘감사’라고 합니다. 어느 유명 연예인의 부친도 엔딩 파티를 직접 치르며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는 하루하루를 전보다 소중하게 여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죽음은 갑작스레 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맞이하는 것”이라며 “살아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와 마음을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답니다. 결국 생전 장례식의 본질은 “감사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경물중생輕物重生, 외물外物을 경시하고 내 생명을 중시한다는 뜻입니다. 돈이나 명예, 직위와 같은 외물 때문에 내몸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성경에서도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오.”라며 삶의 목적이 무엇이며 지금 이곳에 있는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일깨워줍니다. 삶을 선물 받아 감사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