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독자
고인이 썼던 의자에 앉았다
사선으로 곁눈을 주니 포개진 책들이 보였다
맨 위는 “나는 당신을 만나 감사합니다”였다
내가 깊게 관여한 책이었다
그 아래는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였다
2015년에 쓴 내 책이었다
고인은 8년 만에 내 책을 다시 읽었다고 했다
감사쓰기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원리 같다고 했다
흐르고 흘러 쌓인 기억들을 재편집할 수 있는 글쓰기
글쓰기로 달라진 과거가 새로운 인생을 만들 수 있는 글쓰기
창고에서 먼지를 입은 내 책을 꺼내 사람들에게 알렸단다
만날 때마다 책을 써줘서 고맙다고 했다
겉으로 말은 못 해도 속은 뭉클했다
내 책이 역주행이라는 걸 하게 되나
하지만 잊었다
흐르는 대로 산다는 걸 배운 내 책을 잊는 게 나았다
또다시 사유하고 써야 할 질문들이 쌓여 있어서
* 사람은 늘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잉태 중이어서(*플라톤)
평생 애독자가 만들어 줄 내 세상은 끝났다
내 세상은 내가 만들어가야 했다
늘 그렇듯이
그래도 울컥한다
나를 알아준 애독자가 세상을 떠나서
이렇게 다시 말할 수밖에 없어 미안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평안히 잠드소서!”
첫댓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반갑습니다. 선생님. 항상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김서정 감사합니다 ^^
오늘 딜쿠샤에 왔습니다. 어둑한 계단을 살금살금 오르던 그 옛날이 생각나네요 ^^
더운 여름 건강하게 지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