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개신교 목사들 중심으로, 이중직 목회에 대해 '말'이 많다. 헌데 솔직히 나는 별 관심이 없다.
2. 필경, 옛날 같으면 나도 관심을 갖고 한 마디 보탰을 텐데, 요즘은 그런 관심 자체가 '사치'스럽게 느껴져서다.
그래도 굳이 몇자 적어본다.
3. '이중직 목회'란 대체로 작은 규모의 교회를 목회하는 목사들이 교회에서 주는 월급만 갖고는 생활이 버거우니까 주중에 다른 직업을 병행하며 목회를 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한국 개신교의 퇴락 속도가 가파르다 보니까 이중직 목회를 할 수밖에 없는 목사들의 숫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4. 대략 11-12년쯤 전인가, 내가 페북에서 (비교적 선도적으로) '앞으로 이중직 목회를 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따라서 젊은 목사들은 목회 외에 다른 직업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해보인다'는 뉘앙스의 글을 몇 차례 썼다가, 그야말로 댓글로 '융단 폭격'을 맞은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만 해도-그래봤자 겨우 10년 전인데도- 한국 개신교 안에 이중직 목회에 대한 이해가 생소했던 까닭이다.
당시 댓글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신랄하게 나를 비방했던 사람들의 논리는, 얼마나 믿음이 없으면 목사가 세상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한국 개신교의 쇠퇴에 관련한, 그리고 목사 수급과 관련한 통계들을 유심히 보고 있었기 때문에, 얼마 못가 상당수 목사들이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로 생활할 수 없는 세상이 곧 올 것을 확신했다.
5. 아니나 다를까, 그로부터 5-6년쯤 지나니, 여기저기서 목사 이중직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그만큼 다급해진 것이다.
심지어 십 수년 전에 나에게 믿음이 없다고 조롱하고 비방했던 사람들조차 무슨 공청회나 세미나에서 '이중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웃픈 모습도 봤다.
6. 하지만 나는 2016년 무렵부터는 생각을 바꿨다.
목사가 이중직을 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면, 차라리 목사직을 반납하고 일반 직업을 갖고 가족을 부양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생각을 바꾼 이유에는, 내 자신의 경험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
곧 나 자신이 월요일부터 토요일 밤 늦은 시간까지 출판사와 아카데미를 경영하기 위해 '진액'을 쏟아보니, 주말에 교회를 섬길 여력, 즉 최소한의 에너지조차 남아 있지 않는 현실이 생각을 바꾸는 데 적잖게 일조했다.
그에 반해, 사실 양질의 설교를 준비하고, 교인들을 수시로 케어하는 일에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가!
솔직히 이중직 목사는 그럴 만한 정신적-신체적 여유가 절대적으로 열악하다.
7. 그때로부터 또 수년이 지난 작금에, 나는 이제 그런 문제 자체에 관심이 없다.
그런 문제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그야말로 사치스럽게 보여서다.
바꿔 말하면, 지금 한국 개신교는 어떤 '이론'이나 '논쟁'이 무의미해 보일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는 현실이다.
8. 일례로, 내가 4일 전에 들은 이야기다.
요즘 우리나라 청년들과 청소년들 가운데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학교 친구나 직장 동료들 앞에서 '사실은 말야, 나 교회 다녀'라는 말을 털어놓는 것을 가리켜 자기들끼리 '커밍아웃'한다고 표현한단다.
이 정도로, 지금 30대 혹은 심지어 40대 이하에서 교회를 다니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고충을 겪는 일인지, 과연 기성세대 개신교인들이 알기나 할까?
그리고 왜 이 땅에서 개신교 신자가 된다는 것이 마치 '커밍아웃'해야 하는 것 같은 일이 되었는지,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왜 이렇게 된 것인지, 기성세대가 과연 자신들의 책임을 느낄까?
9. 이런 현실에서, 앞으로 10년 전후로, 아니 5년도 안 걸릴지 모르지만, 장차 목사가 되거나 또는 여전히 개신교 신자로 남아서 신앙생활을 유지할 소위 '다음 세대'가 어떤 고난의 길을 걸어야 할지, 과연 기성 세대 목사들은 상상이나 될지 모르겠다.
사실상 자신들이 싸놓은 오물 때문에 교회 생태계가 이렇게 된 건데 말이다.
그런 판국에, 무슨 논의니 토론이니 훈수니, 이 따위 것들이 얼마나 사치스럽고 뻔뻔한 짓거린가.
10. 아무튼 내 주변에도 이중직 목사들이 꽤 많다.
어쩌다 보니, 요즘 내 주변에는 잘 먹고 잘 사는 목사들은 거의 없고, 다들 아둥바둥-간들간들 사는 목사들 투성이다.
나는 그런 목사들을 만날 때마다,
무슨 신학 토론이니 교회 개혁이니 갱신이니, 이 따위 기름칠한말 같은 것은 입에도 안 담으려고 조심한다.
그 대신에 '따뜻한 밥' 한끼 대접한다.
혹 주머니 사정이 여유가 있으면, 고기 한 근 산 다음 '집에 가서 식구들하고 구워먹으라'고 쥐어준다.
좀 더 여유가 있으면 지갑에서 10만원, 20만원 꺼내서 찔러준다.
그리고 마음 속에는 울분이 가득차 있으면서도, 착하디 착해서 자기 입으로는 직접 욕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가난한 목사들을 대신해서, 내가 욕을 해준다.
야, 썅놈의 배부른 목사님들아, 바로 너희들 때문에 한 세대도 못돼서 한국교회가 망한거야. 제발 그만 좀 떠들어!
새물결플러스 김요한 대표 페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