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는 전국시대 여섯 나라로 하여금 진(秦)에 복종하도록 설복한 중국 최고의 유세가이다.
그렇지만 그도 처음에는 매우 가난하고 초라한 생활을 하였다.
훗날 그는 종자(從者)들을 이끌고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녔지만 그를 등용하는 왕이 없었다.
그러자 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였기 때문에 그는 초왕(楚王)을 찾아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대왕께서 저를 채용하지 않는다면 저는 진나라로 갈까 합니다.”
초왕이 시큰둥하게 대답하였다. “마음대로 하시구려.”
장의가 다시 아뢰었다.
“제가 진나라로 가긴 하지만 어찌 대왕의 은덕을 잊겠습니까? 저는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혹 제가 돌아올 때 가져오기를 원하시는 진나라 특산품은 없으신지요?”
“금은보화라면 우리나라에도 많으니 걱정 마시오.”
“그렇지만 미녀라면 어떻습니까?
진나라에 미녀가 많다는 것은 대왕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시큰둥하던 초왕이 갑자기 관심을 나타내었다.
장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진나라 미녀들에 대해 설명하였고,
마침내 초왕은 장의의 여비로 많은 돈을 내놓았다.
장의는 소문을 내어, 자기가 초왕에게 한 말이 초왕이 총애하는
후궁인 남후(南后)와 정수(鄭袖)의 귀에 들어가도록 하였다.
그러자 두 미녀는 새로 올 진나라 미녀에게 총애를 뺏길까 걱정이 되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일을 처리 해달라는 뜻으로 장의에게 많은 선물을 보냈다.
떠나기에 앞서 장의는 짐짓 취한 체 하며,
“대왕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를 격려해 주시면 고맙겠나이다” 하였다.
이에 초왕은 남후와 정수를 불러 장의에게 술을 따르게 하였는데,
두 여인이 나타나자 장의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초왕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대왕, 제가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무슨 실수를 저질렀다는 게요?”
“제가 진나라 미녀들을 자랑한 것은 저의 보는 바가 너무나 적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두 분 귀비를 보고 나니 진나라 미녀들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가 명백해졌습니다.
저를 죽여주십시오.”
초왕은 섭섭하기도 하고 만족하기도 한 마음으로 도리어 장의를 격려하였다.
“그렇소? 내 귀비들이 그렇게 미인이오?”
이렇게 하여 장의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재물은 물론 왕과 귀비들의 신임까지 얻을 수 있었다.
-《리더의 아침을 여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