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그게 뭐 특수교사나 발도르프 교사라는 자의식 때문에 다른 게 아니라 그냥 좀 더 사람이라서 다른 것 같아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겨울을 맞이하며 쓰는 교실 일기
용기가 부족한 저는 무엇을 배워도 꽤나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것을 수업에서 꺼낼 수 있습니다. 가을과 겨울 사이에 느낀 건 용기는 어느날 불현듯, 영감처럼 찾아오기도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에게 흙을 만지게 해주면 좋겠다. 왠지 우리반 아이들이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영감이요.
흙작업이 아이들에게 그렇게 좋다는데 치유의 힘이 있다는데 들어도 엄두가 안났습니다.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처럼 내 영혼을 느끼며 온기를 채우는 수업이 상상이 안돼서요.
그런데 용기가 찾아온 다음날 용감하게 흙을 꺼내었더니 그 이후로는 강물처럼 자연스레 흘러갔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모습보다 더 아름답고, 잔잔하게, 여운을 남기며, 그리고 온기를 느끼며.
우리반 아이들도 "이 공을 나라고 생각해보세요." "나를 때리거나 떨어뜨려서 놀라게 하지 않아요. 그리고 나라고 생각하고 계속 따뜻한 손으로 사랑을 가득 담아요." 이 말을 알아듣는듯 이대로 하더라구요. 책상에도 놓지 않고 삼십분동안 자기 손 위에서 올리고 쓰다듬고 공을 바꿔서 친구에게도 사랑을 전하자는 말에 친구공을 만지고는 "@@이 공 정말 따뜻해" "아..! 힘들다." 하는 생각치 못한 말도 하고요. 다 완성한 공을 천 위에 올리자 탄성소리가 절로 나오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저마다의 내면의 소리가 나오기에 신기해하며 아이들을 보았네요.
그리고 여름 연수에서 만든 흙작품도 함께 놓아 12월을 맞이하는 교실 풍경이 완성되었어요.
겨울과 흙이 잘 어울리네요. (내 마음의 영향일지도...^^) 어제 읽고 이야기 나눈 구절(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앎, 43쪽) 에서 '수업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차이는 교사가 살아가면서 항상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그리고 그 생각들을 그 교사가 교실의 문을 들어서며 함께 가지고 간다는 점에 근거합니다.'
읽고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교사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잖아요. '문'의 의미에 대해서도... 교실의 문도 달리 보여 삭막한 모듈러교실 문이지만 창을 내었어요.
첫댓글 "수업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차이는 교사가 살아가면서 항상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그리고 그 생각들을 그 교사가 교실의 문을 들어서며 함께 가지고 간다는 점에 근거합니다."
ㅡRudorf Steiner.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앎] 심지어 1강.
추운 시국에, 어떤 이들은 더 추운 시절들을 보내고 있는 듯 하여, 좀 따뜻한 글 하나 올려봅니다.
감사합니다.
공교육 안에서의 흙빚는
아이들 환하고 이쁜 표정
볼수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