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요즘 호박 때문에 제가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애호박은 적당히 커야 맛있는데
자고나면 훌쩍 커버려 저녁 어스름 밭에 올라가 휘 둘러보다가 이따만한게 덩굴 속에서
나타나면 무서워서 양귀비 간이 콩알 만해집니다.
단호박이가요? 쪄서 먹는것, 한 번 따서 쪄 보았는데 덜 여물었다는.... , 이건 또 마디게 크네요.
수박처럼 두드려도 보고 만져도 보지만 여물었는지 아닌지 도통 감을 못잡겠어요. 옆엔 고구마와
땅콩이 장마 중에 줄기가 날로 뻗어가고 있어요.
상추도 싱싱하고 고추도 잘 크고 있어요. 아주 예전에 매운 고추 먹고 응급실 신세 한 번 진적 있는데 그 이후로는
매운 고추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자두는 약을 치지 않아 반은 떨어지고 그나마 반은 제 구실하느라 올 여름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옆엔 부추, 옆 가게 형님이 보고 웃더군요. 봉이 높다고, 평평해도 될 부추밭은 봉이 높고 봉이 높아야 될 땅콩과 고구마 밭은
또 펑퍼짐하다고,ㅎㅎ 아직은 모르는것 투성이지만 차츰차츰 배워가는 중입니다.
꽃도라지가 이렇게 이쁘게 피었는데 이틀도 못가고 몰살당하고 말았네요.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지만 꽃과 꽃몽오
리만 갉아 먹는 얌체족이 이 밭 어딘가에 살고 있어요. 우측 배관 위에다가 올려 놓은것 보이죠? 그래도 소용
없더군요. 좀 어수선한 텃밭 한쪽입니다. 이곳에서 화분 흙 갈이도하고 거름도 만들며 씨앗 뿌려 개체수를 늘려
외부로 보내기도 하고 또 꺾꽂이도 하고...등등, 그러는 곳입니다.
꽃이 지고 난 구름미나리아제비, 잎이 얼마나 크고 싱싱한지 잎만 즐기는 것도 쏠쏠하네요. 그리고 두더지 정말
얄미워요. 백합 알뿌리를 다 갉아 먹질 않나 흙을 파헤쳐 식물을 죽이질 않나... , 그 와중에 두세송이 꽃피워준 백합
향이 한 밭 가득합니다. 하루에 한두 차례 두더지가 식사하고 나면 장화를 신고 올라가 흙을 꼭꼭 밟아 주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뜨거운 햇볕에 뿌리의 수분이 증발해 식물이 죽거나 몸살을 심하게 하거든요. 그 두더지 식성도 좋고
힘도 얼마나 센지 정말 못당하겠어요.
이상, 푸른 물결을 타고 가는 양귀비의 텃밭 화음이였습니다.
나이도 모르고 더군다나 처지도 모르고 제 가슴팍에서 너무나도 충실하게 소용돌이 치는 것들을 푸닥거리 하기엔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제 손길이 닿았던 것들, 제 맘길이 닿았던 것들 하나 하나에 저렇게 맑은 계절들이 넘실거렸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한편의 동화를 읽는듯하네요,,전원생활의 물씬함이 덧없이 정겨워 보임니다,,,윗쪽사진 애호박으로 부치게를 해먹으면 넘 좋을텐데,,,막걸리 한잔하고,,,,ㅎㅎ 좋은 사진 잘보고 감니다 늘 건강하고 행운이 가득하시길,,,,
오늘이 딱 그런 날이네요. 비가 오면 엄마가 해 준 부침개가 먹고 싶어집니다. 포실포실한 방 아랫목에 엎드려 만화책도 읽고 싶고 또 낮잠도 자고싶고...
좀 취한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돌아 다니다가 여기 글과 소리, 어렵게 찍은 찍담이에 끌려 한참을 머물다가 갑니다. 곰마니~
...토닥토닥, 그러네요. 좀 취하셨네요. 여기요....꿀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