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약국의 은인
7년 전, 늘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때였다. 그날은 갑자기 두통이 심하게 와서 진료 예약날짜는 아니었지만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갔다. 다행히 예약 환자가 그리 많지 않아 조금 기다리니 내 차례가 되었다. 교수님은 여러 가지 검사를 했고 별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며 영양제와 진통제가 함유된 링거를 처방했다.
그런데 링거를 맞으려면 먼저 치료비를 납부해야 하는데 진료를 위해 여러 검사를 많이 하는 바람에 예상보다 돈이 훨씬 많이 들어 링거 주사비가 15,000원이 부족하게 되었다. 하필 그날은 카드도 가져가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지금 당장 머리가 아파 링거를 맞아야 하는데 먼저 치료비를 납부해야만 주사를 맞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진료마감 시간이 다 되어 직원들이 퇴근해 비리면 오늘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집에 갔다 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정말 답답하고 어찌할까 고민을 하다가 몇 번 약을 처방받았던 병원 앞 약국에 가서 계산 지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 직원은 두말 않고 주저없이 너무나 감사하게 자신의 지갑에서 15,000원을 꺼냈다. 그러면서 "아픈 것만큼 서러운 것도 없는데, 이 돈으로 빨리 치료받고 다음에 오실 때 주세요" 라고 말했다.
정말 이렇게 고마운 사람도 있구나! 너무 감동이었다. 나를 믿고 돈을 빌려주다니.... 일단 병원 마감 전에 주사를 맞아야 해서 돈을 고맙게 받고 병원에 납부한 후 무사히 주사를 맞았다. 그 후 곧바로 집에 가서 돈을 챙기고 커피와 도넛을 산 후 그 약국으로 갔다. 다행히 퇴근 전이었다. 빌린 돈을 돌려주고, 커피와 도넛을 주면서 연신 그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평소에도 처방받은 약을 받을 때면 "빨리 나으세요". 자판기에서 커피 뽑아 드세요" 하며 굉장히 친절하고 웃는 모습으로 아픈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고마운 직원이었다. 살면서 남에게 잊지 못할 선행을 배푸는 이런 은인을 만난다는 게 참으로 축복이고 살맛나는 게 아닐까. 지금도 기억난다. 나를 믿고 돈을 빌려준 그 고마운 직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