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금요일 저녁에 큰딸네와 둘째딸네가 김장을 해서 돌아간다고 본가에 모였습니다.
아이들이 학교 다녀오고 사위들도 퇴근한 다음에 출발했으니...
저녁이 늦어서 시장기를 느꼈던지 휴게소에서 입을 다신 모양입디다.
아내는 미리부터 저녁 준비를 해두었으니 얼른 밥상을 차려내었습니다.
평소라면 밥 한 공기씩은 거뜬히 해치웠겠지만 모두 조금씩 시늉만 내더라구요.^*^
외손자들이 호두과자 봉지를 쓰윽 들이밀며 드시라고 권했습니다...
근데 그 과자 봉지에는 ‘호도과자’라고 인쇄되어 있더군요.
‘호두’는 본래
오랑캐 호(胡) 자와 복숭아나무 도(桃) 자를 쓰는데요.
원래는 ‘호도’였다가 지금은 ‘호두’가 표준어입니다.
우리말에는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리는 모음조화 규칙이 있는데,
요즘은 이 규칙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모음 ‘ㅗ’가 ‘ㅜ’로 변해버린 거죠.
이에 따라
호도(胡桃)가 호두가 되고,
장고(杖鼓)가 장구가 되며,
자도(紫桃)가 자두가 된 거죠.
이런 경우 혼란을 막기 위해 어느 한 말을 표준어로 정하고 있는데
모두 뒤에 오는 단어를 표준어로 했습니다.
그래서 호두, 장구, 자두가 표준어가 된 사정입니다.
토요일에 김장 마흔 포기를 버무렸고, 일요일에 각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호두과자 봉지 속에는 아껴둔 게 몇 알 남아있었으니...
아내와 나눠서 먹긴 했네요.
다시 시작하는 월요일에도 좋은 일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
첫댓글 선생님 집은 미풍양속이 이어지고 있네요.
김장을 위해 멀리 있는 핏줄들이 모일 수 있는 풍경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호도가 아닌 '호두'과자, 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