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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상호방위조약 70주년 그 한계와 리스크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오는 10월 1일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이자 국군 창설 75년이 되는 날이다. 9월 26일에 열릴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는 한미동맹 70주년을 함께 기념하기 위해 10년만에 실시되는 서울 시가행진에 주한미군 300여 명이 의장대가 아닌 전투부대원으로는 처음으로 참가한다고 한다.
지난 70년간 한미동맹은 한국 안보에 특별한 지위에 있었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사회에서 ‘재조지은(再造之恩)’을 내세운 친중 사대주의가 판을 친 것처럼, 한국전쟁 이후 한국사회에서는 현대판 ‘재조지은’처럼 한미동맹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와 같은 대접을 받아 왔다.
그동안 한미동맹이 한국 안보의 주춧돌 역할을 해 왔지만, 닉슨독트린 이후 ‘한국 안보의 한국화’가 추진되면서 동맹의 성격도 변화해 왔다. 무엇보다 비대칭 동맹으로서 여러가지 한계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동맹의 안보딜레마를 겪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70년 한미동맹의 공과를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대북 전쟁억제력 및 해상교통로 안전 제공
한미동맹의 최대 공(功)은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때 전시증원군 파견과 후방지원을 통해 외부 침략군을 격퇴하도록 함으로써 전쟁억제력으로 기능해 왔다는 것이다. 현재 정전협정이 있지만 북한군이 백지화를 선언하는 등 껍데기만 남고 실제적인 전쟁 억제는 한국군과 주한미군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유사시 전시증원과 후방지원은 한국에 있는 유엔사령부와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다.
현재 비핵무기국가 한국은 주변에 중국, 러시아와 같은 공인된 핵무기국가와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인 북한의 핵위협에 항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최근 들어 북한은 노골적으로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확장억제력을 공약해 오다가 최근에는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창설해 이를 뒷받침하도록 제도화했다.
선진통상국가인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70%가 넘으며, 원유를 비롯한 수출입품의 대부분을 5개의 해상교통로를 통해 운송하고 있다. 우리의 가장 주요한 해상교통로인 대만해협 및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는 중국과 관련된 국제분쟁지역으로 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2,000해리가 넘은 해상교통로(SLOCs)의 안전을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한미동맹은 한국의 안전보장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의 세력균형자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안보 협력을 제공하는 배경에 자국의 세계패권과 국익을 보호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도 한미동맹이 그 동안 수행해 온 안보적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중·러 회색지대 갈등과 일본 독도 도발엔 무기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에 있어서 ‘절대반지’가 아니다. 한미동맹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국의 평화와 번영을 담보하기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적용절차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협의와 합의(consultation and agreement) 하에 취할 것”(제2조), “헌법상의 수속(constitutional processes)에 따라 행동할 것”(제3조)이라고 밝히고 있어 자동개입을 약속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주한미군이 전방에 배치돼 북한군의 남침시 ‘인계철선’ 역할을 담당케 했던 것도 자동개입을 이끌어내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하지만 주한미군사령부가 평택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인계철선 역할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조약상으로 미군의 참전은 의무가 아니며 미국의 일방적 의지에 좌우될 위험이 있다.
둘째, 적용대상에 대해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external armed attack)” (제2조)에만 작동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중‧러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진입과 중국해경의 한반도 주변해역 해양조사활동 증가, 일본의 독도순시선 출현 빈도 증가와 같은 주변국들의 회색지대 갈등(Gray Zone Conflicts)에 대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작동되지 않는다.
셋째, 적용범위를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lawfully brought under the administrative control of the other)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제3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독도에 대해 한국의 고유영토라고 명확히 인정하고 있지 않으며,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의 유엔 가입을 승인함으로써 북한지역에 대한 한국의 영토고권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 독도를 침탈하려고 해도 한미동맹이 작동될 여지가 없다. 또한 미군사령관이 전작권을 계속 갖고 있을 경우 한반도 유사시 북한영토에 대한 한국군의 권한은 제약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Z). 주변국들의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KADIZ에 진입할 경우 한국공군의 전투기가 긴급발진해 적기를 밖으로 축출한다.
중국-대만 분쟁에 연루될 위험성 내포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이 한국을 일방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상호’라는 명칭에서 보듯이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필요할 경우 한국도 미국에게 ‘적절한 수단과 조치’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서 한미동맹의 ‘연루와 방기’의 안보딜레마가 발생한다.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대만관계법’(1979)을 통해 대만이 중국의 무력공격을 받을 때 군사개입이 가능하도록 법제화해놓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해 미국의 군사개입을 공언하고 있다. 이럴 경우 다음 두 가지 이유로 인해 한국이 중국-대만 분쟁에 연루될 위험성이 높아진다.
첫 번째는 미국이 중국-대만 전쟁에 중국군의 공격을 받았을 때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이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미국에 대한 지원에 나설 경우이다. 금년초 미국의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주한 미 공군 4개 전투비행대대 가운데 2개 대대가 참전하고 오산·군산 공군기지와 제주민군복합항이 미군의 후방기지가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두 번째는 미국의 요구로 인해 한국해군이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에 동참하는 경우이다. 한국이 이 작전에 참가해야 할 동맹상의 의무는 없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한국판 인·태 전략서와 캠프데이비드 3국 공동성명에서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 존중‘을 명시함으로써 미국 주도의 ‘항행의 자유’ 작전에 동참할 뜻을 밝히고 있다.
만약 한국이 ‘항행의 자유’ 작전에 참가할 경우 중국측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된다. 2018년 9월 해군 문무대왕함이 중국이 실효 지배하는 파라셀군도(중국명 서사군도) 영해권에 들어가 15분간 머문 일이 있다. 이에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가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와 무관을 초치해 공식 항의했고, 서해에서의 불법어로 공동순시 합의를 번복했으며 제주 국제관함식 참가도 취소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이는 한국이 항행의 자유 작전에 동참했기 때문으로 의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9월 문무대왕함이 중국이 실효지배하는 파라셀군도(중국명 서사군도) 영해권에 들어갔다가, 미국 주도의 ‘항행의 자유 작전’에 한국이 동참하는 것으로 오해한 중국정부가 공식 항의하는 등 격렬하게 반발했다. 사진은 항행 중인 문무대왕함.
해양협력안보대화와 전작권 환수가 필요
한미동맹은 영구한 것이 아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전문에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 더욱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지역적 안전보장 조직이 발달될 때까지”라고 한미동맹의 유효조건을 밝혀놓고 있다. 이는 한미동맹이 일정 기간 집단방위의 역할을 하지만, 지역적인 협력안보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는 현재의 국제정세로 볼 때, 단·중기적으로 지역협력안보를 이룰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관련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자국의 배타적인 이익을 위해 국제관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EEZ를 설정하고 무해통항권도 제한하려고 하는 것도 협력안보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역내 긴장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우선 중국이 국제관례에 따라 EEZ 설정에서 ‘중간선 원칙’을 수용하고 EEZ 내에서 군함을 포함한 모든 선박에 대해 무해통항권을 인정해야 한다. 한미일도 3국 해양안보협력 프레임워크를 창설해 중국에 힘으로만 맞서기보다 중국도 포함된 새로운 해양협력안보대화를 만들어 중국으로 하여금 역내 국가들의 해상교통로 안전보장 약속을 받아내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빈번해 지고 있는 회색지대 갈등에 대처하기 위해 자주국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방위산업발전법을 제정하고 우주·미사일 개발의 족쇄로 작용했던 한미 미사일 지침을 철폐하는 등 자주국방의 기반을 닦았다. 남중국해의 불안정한 정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이것이 한국 방산 수출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연합사령관 자격으로 갖고 있는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조속히 환수하는 것이다.
전작권 전환 작업은 3단계 전환작업 중에서 제1, 2단계를 마친 상태이나, 윤석열 정부는 마지막 제3단계 검증작업에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동안 전작권 조기환수에 반대해 온 신원식 의원이 신임 국방장관에 내정된 만큼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회색지대 갈등과 일본의 독도침탈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한미동맹의 한계를 깨닫고 제3단계 전작권 환수작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출처 :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의 ‘절대반지’인가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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