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이락 (烏飛梨落) "억울하게 의심받거나 궁지에 몰린 상황"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이미 익숙한 우리 속담이다. 그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 양무제 때 승려 지의 (智顗)의 일화에서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법화경 (法華經)'을 깊이 연구한 그는 천태조 (天台宗)사상의 완성자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흔히 존칭으로 '천태대사 (天台大師)로 불리고 있다.
어느 날 깊은 산속에서 지자대사가 높은 바위 위에 앉아 좌선하고 있는데, 산돼지 한 마리가 그 앞으로 지나 급히 도망을 쳤다. 그리고 나서 바로 뒤미쳐 사낭꾼이 달려오며 물었다. "스님! 방금 산돼지 한 마리가 이곳을 지나쳤을 터인데,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아시오?" 지지대사는 사냥꾼을 일별하더니, 큰소리로 꾸짖어 말했다. "당장 그 활과 화살을 버려라," "네? 사냥꾼이 무기를 버리면 어찌 사냥감을 잡으란 말이오?" 사냥꾼은 어이가 없어 바위에 높이 앉은 지자대사를 올려다 보았다.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져 뱀의 머리에 맞아 죽었다. 그러자 죽은 뱀이 변하여 산돼지가 됐는데, 돌을 굴려 까마귀의 환생으로 태어난 꿩을 죽였다. 다시 죽은 꿩이 사냥꾼으로 태어나 산돼지를 쏘려고 하니,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젠 돌고 도는 악의 인연을 벗어던지라는 것이다."
지지대사의 일갈에 사냥꾼은 번뜩 깨달은 것이 있어, 그 자리에서 활과 화살을 버렸다. 바로 지지대사가 사냥꾼에게 말한 첫 구절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다 (烏飛梨落)'는 말에서 '오비이락'의 사자성어가 나왔다. '아무 관계 없는 일이 공교롭게도 다른 일과 같은 때에 일어나 의심받게 된다'는 의미인데,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속담과 함께 즐겨 쓰인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다간 주인이 그를 오얏 도둑으로 알 수도 있다는 말이니, 자칫 오해를 불러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일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