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지방 폭설이다
눈송이가 크기도 하다
마치 기름에 넣기 직전의 찹쌀 과즐 모양
넓적한 것이 나불나불 하얗게 쏟아진다.
순식간에 창밖은 하얀 세상이다
아직 새순을 못 올린 앙상한 나뭇가지에
살금살금 내려앉는 눈송이들
빈약한 가지에
앉을 자리가 어디 있다고
눈이 오면 갈 데가 있다
가는 거야 늘 가지만 눈이 온다면
특별한 의식처럼 가는 곳
올핸 눈이 자주 와서 좋은 것을
이럴 줄 알고 초겨울 정자네 신발가게서
속에 누런 털이 수북이 붙은 빨간 장화를
사 놨겠다
겉은 싸구려 비닐이어도
우둘우둘한 장화 바닥으로 넘어질 일 없고
속 창시기가 인조털로 꽉 찬 것이 푹푹 빠지는
눈 속엔 그저 그만이라
나이 들어 행복의 조건 중에
편한 의복과 신발도 들어 있다는 걸 알게 될 줄이야
하얀 눈이 창턱에 내려앉았다가
금 새 물이 되어 흐르는 카페 창가 내 자리
무쇠 난로가 검은빛 도는 내부를 더욱
가라앉게 만드는 그곳
눈길 걷느라 빨갛게 달아올라
들어선 나를 보고
무심하게
무심한 듯 난로 문을 열고 장작을 던지는
그를 향해 “더워요, 안 넣으셔도
”예. 그럴께요.
돌아서는 그의 뒷머리가 짧게 다듬어져 있어
뒷덜미 쪽이 산뜻하게 드러나 있다
깨끗한 그의 용모가
저 짧은 두 발의 영향도 있으려나
목소리
그의 목소리를 온전히 끌어내어
점쟁이가 쌀알 고르듯
손가락으로 콩을 던지듯
한 알 한 알에 신기 불어 넣어
주문을 읊고 답을 얻어 다시 그에게 묻고 싶다
목소리
그의 목소리엔 어떤 울림이 있는지
울림이 없다면 느낌이라도 전해질까 해서
그가 처음으로 “예 그럴께요 란
소리로 답했다
목소리 듣자고 다시 어떤 언어를 구사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생략하자
세상에 떠도는 말은
다 알고 있고
다 써먹어 본,
써 보려고 애썼던 나의 세월이
무슨 이까짓 것에 주저하는지
도통 알 수 없어라
말 않고 바라보는 것만도
이렇게 많은 말을 속으로 생산해 내는데
살면서 왜 그토록 많은 말을 지껄이며 살았을까
눈이 오면
특별한 의식처럼 갈 곳이 있다.
나에게는 빨간 장화가 있고 장화 속엔 인조털이
나의 외로움 녹여 줄 만큼 따뜻하게 깔려있으니
눈이 와서 행복한지
장화가 있어 행복한지
그의 목소리 하나 간직해서 행복한지
아, 모르겠다.
첫댓글 세상에 떠도는 말은
다 알고 있고
다 써먹어 본..
***
연륜이 있기에
뭐든
다 해보고 써먹어도 보고..
빨간 장화에
하얗게 내리는 흰눈의 조화로움이
예쁜 마지막 겨울을
아름답게 장식 하는듯 합니다
눈 오는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 봅니다
마알간 날씨에 햇볕이 고운 이곳 남도에서는 동경하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와우 ~~!
그쪽은 다시 겨울모드로 변했군요
대전 날씨는
운동하기 아주 좋은 날씨네요 ᆢㅎ
같은 나라이어도
이러하네요
빙판길 조심하십시요
저 그동네 살고 싶어요~~
몇년전 사놓고
때 탈까봐 못신는 털구두 있거든요~~
눈오는날 따뜻한 난로가 있는 그곳에도 가보려고요~~
잔잔한 눈이 오는 풍경을 그립니다.
아~폭신폭신한..빨간장화!
얼마나 따뜻할까요?..
글찮아도..오늘아침 강원도사는친구가
눈온다고 소식보내줬거든요
그 음성!..듣고싶어라~ㅎ
이상 기온에 하얗게 날리는 눈길을 장화신고 걸으실 운선님
즐기는 시간이 되실듯 싶답니다
빨강 장화에 하얀눈
장작불 난로에
혼자 와서 커피마시는 할머니
너무나 멋집니다
울운선님
여유로운 마음 때문에 행복하신 겁니다.
여유가 있으면 매사 주위를 살펴볼 수 있고 당연히 행복은 덤으로 주어질 테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
운선님 말씀대루 올겨울엔 내두 폭신폭신한 빨간장화로 당첨! ㅎㅎ
미국살면서
눈본지도 오래되가네요
좁은 나라
이리도 다를수가요
대구는 넘 따땃했어요
눈내리는 날
폭신한 장화신고
난로가 있는 창가에서
말없는 혼커피할머니
풍경이 그려집니다
서울로 가는 길에
이쯤되면 ..
그 곳이....아니
그 분이 궁금해 집니다.
빨간 장화 신고..
눈 밭 걸을 운선님을 마음 속에 그려 봅니다.
찻 집 창가 자리는 아마도 일부러 비워 두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든든한거지요
옛날 십구공탄 시절 500장만 지하실애 쌓아놓으면 든든하듯이,
강원도 쪽에 큰눈이 내렸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몇해전 만 같아도 카메라 챙겨싣고 달려갔을지도 모르지만
이젠 장거리 운전이 너무 무서워 엄두도 못내네요~~~
운선님 글을 읽노라면 참 우리말이 , 우리글이 예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수 없습니다~~
많이 부럽기도 하구요~~~
오늘은 십만원 알바까지 하느라 퇴근이 늦었습니다~~ ^^
아내는 예배당 주말행사 에 가고 샤워하고 침대에누워 TV 보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 거봐~~ ! 내 이럴줄 알았어....저녁 사먹으라니까....... >
한소리 듣고는 신라면 한봉 삶아 아내가 싸온 김밥이랑 둘이서 먹었습니다 ㅎ~~
빨간장화 부스처럼 장화싣고 발자국 남기며. 걸어가는 당신
상상의 나레를 펴봅니다
어떤기분일까 하는 ㅎ
운선님이라면 눈으로, 몸으로 하시는 말씀이 더 깊을 듯 하네요
빨간 장화에 눈꽃송이
그림자 ᆢ ᆢ
뽀시락
뿌시락
뽀드득
예쁜이 어엽쁘게 눈망울
돌리면 새하얀 벌판은
나잡아봐라 눈꽃에 취하여 웃음짓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