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대천지수(不俱戴天之讐)
같이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원수
不 : 아니 불. 俱 : 함께 구. 戴 : (머리에)일 대. 天 : 하늘 천. 之 : 갈 지. 讐 : 원수 수.
나라가 힘이 없어지면 그 나라 국민 개개인의 일생도 따라서 불우해 진다.
1909년 하얼빈역에서 한국 침략의 원흉(元兇)인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해 민족의 울분을 푼 민족의 영웅 안중근 의사는 그 이듬해 3월 26일 중국 여순감옥에서 사형을 당했다.
안 의사는 재판 과정에서 조금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처신했고, 사형당하는 순간까지도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사형이 확정된 뒤에도 코를 골면 천장이 진동할 정도로 잠을 편안히 잤다고 한다.
안 의사는 사형당하기 직전, “내 시신을 왜놈 치하인 조선 땅에 묻지 말고, 하얼빈 근처에 묻었다가 해방이 되거든 조국으로 옮겨가 안장해 달라”고 유언을 했다.
그러나 몇 차례의 노력에도 아직까지 그 시신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안 의사 순국 이후 그 가족은 불행의 길을 걷게 되었다.
첫아들은 안 의사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안 있어 7살의 나이로 죽었다.
일본의 독살이라는 설이 있다.
둘째 아들 안 준생은 일제 때 중국 상해에서 조그만 상점을 운영하면서 일본에 매수가 되어 일본의 밀정 노릇을 했다.
또 1939년 10월 16일 서울에 있는 이등박문을 추모하는 박문사(博文寺)라는 절에서 이등박문의 아들을 만나, “우리 아버지가 잘못 생각해서 그런 일을 저질렀으니, 우리 아버지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고,
이등박문의 아들은, “개인적인 원한으로 그런 것이 아니니 원한을 갖지 않는다”는 관대한 아량을 베푸는 것처럼 했다.
이등박문의 아들은 점잖은 군자처럼 보였고, 안중근 의사의 아들은 비굴한 범죄인의 아들처럼 보였다.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난 것처럼 가장했지만, 총독부의 치밀한 사전 계획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 민족 전체의 자존심을 꺾는 음모작전에 안 의사의 아들이 철저히 이용당한 것이다.
얼마나 악랄하게 밀정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김구 선생이 1945년 귀국하기 직전에 장개석(蔣介石) 중국 주석을 만나 여러 가지 부탁을 하는데, 그 가운데는, “안 준생을 반드시 잡아서 처단하라”는 항목이 있으니, 독립운동가들을 많이 괴롭혔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안 중근 의사의 아우 안 정근은 김구 선생과 사돈관계에 있었음에도 김구 선생이 이런 부탁을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래서 안 준생은 해방이 되어도 귀국도 하지 못하고 상해에 남아 있었다.
그 뒤 살며시 귀국해 부산에서 살다가 1952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 부인은 그 뒤 아들딸을 데리고 조용히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안 의사의 손자는 의사가 됐으나 지금은 중풍으로 식물인간이 되어 있고, 그 외동아들 토니 안은 미국 국적을 갖고 미국 통신회사에 다니고 있다.
안 의사의 유일한 증손자인데, 한국말도 전혀 못하는 형편이다.
이등박문의 외손 계통으로 5대손이 되는 사람이 지난 3월 9일 일본의 외무대신이 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 유력한 정치가인데, 자신이 이등박문의 후손이라고 늘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한 몸을 바친 안중근 의사의 후손들도 잘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아들의 살기 어려운 약점을 파고들어 일본이 간교하게 악용해 그 후유증이 영원히 남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몸 바친 선현들의 공덕을 기리고, 그 후손들을 잘 보살피는 일을 국가에서 더 적극적으로 전개 해야겠다.
아버지나 임금을 죽인 원수와는 같은 하늘 밑에서 살 수 없다는 의미로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 ‘불공대천(不共戴天)의 원수’라는 말을 써 왔다.
이등박문의 외후손이 일본의 외무대신이 되었다는 보도를 보고 이 말이 생각나서 적어 보았다.
= 받은 글 편집 =
漢陽 Jun. |
첫댓글 9월의 세번째 휴일날을 잘 보내시고 계시는지요 오후시간에 음악소리와.
한자공부, 좋은글을 읽으면서 머물다 갑니다 가을비가 끝치고 나니 흐린날씨와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고 있네요 이제는 무더위는 물러 가겠지요 남은 휴일닐 오후시간을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