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엘살바도르·온두라스의 축구 전쟁
 
축구 열기가 광기로…
전쟁까지 부른 마지막 경기
 
축구 경기에서 양국 관중들의 감정이 격해질 때가 있지요. 축구 때문에 전쟁까지 벌인 두 나라가 있답니다. 바로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예요. 물론 두 나라 사이엔 해묵은 갈등이 있었어요.
중앙아메리카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는 독립 이후 정치적으로 불안이 계속됐어요. 역사적, 인종적, 언어적으로 공통점이 많았지만 두 나라 사이는 좋지 않았습니다. 20세기 초부터 엘살바도르인들은 온두라스로 대거 이주했어요. 이들은 '중남미의 유태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완이 좋아 경제권을 급속도로 장악해갔지만 온두라스인들에게는 배타적이었어요. 1968년 온두라스 정부는 토지 개혁을 선포하면서 눈엣가시 같던 엘살바도르인 수만 명을 추방했습니다.
▲ 3차전에서 엘살바도르가 승리하면서 양국의 감정은 격해져 전쟁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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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1970 멕시코월드컵' 중미 예선이 시작돼요.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는 각각 상대방의 홈구장에서 한 번씩 대결했어요. 1차전은 1969년 6월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열렸습니다. 그런데 경기 전날 엘살바도르 숙소 앞에 온두라스 사람들이 떼로 몰려와 밤새 폭죽을 터뜨리고 노래를 불렀어요.
다음 날 경기에서 온두라스는 피곤에 절어 있는 엘살바도르 선수들을 상대로 1대0으로 승리합니다. 한 18세 소녀는 경기에서 진 충격으로 권총 자살을 해요. 엘살바도르 사람들은 분노와 슬픔에 잠겼고 소녀의 장례식엔 대통령 이하 전 각료가 참석합니다.
온두라스 팀은 2차전 때 엘살바도르에서 응분의 대가를 치릅니다. 온두라스 팀 숙소 앞에서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는 건 기본이고, 호텔 창문을 깨거나 죽은 쥐를 던지기도 했어요. 호텔 요리사가 음식에 설사약을 탔다는 소문까지 들렸죠. 축구 경기가 시작되자 관중석에선 양 국민끼리 난투극을 벌여 몇 명이 죽어갔어요. 적진 한복판에 있던 온두라스 방송 중계팀은 "엘살바도르인에게 죽음을, 엘살바도르에 신의 저주를"이라며 부적절한 멘트를 했어요. 바짝 흥분한 온두라스에서는 엘살바도르 이주민들을 공격해 수십 명이 죽었어요.
1승 1패가 된 양국은 중립국 멕시코에서 결승전을 치러야 했어요. 멕시코 정부는 골머리를 앓다 관중보다 더 많은 경찰을 투입했어요. 관중석 충돌은 막았지만 선수들은 육탄전을 벌였어요. 엘살바도르가 3대2로 이겼지만 양국 감정은 극단까지 치달았죠. 양국은 국교도 끊어버렸어요. 며칠 후 엘살바도르 군대가 온두라스를 공격하면서 '축구 전쟁'을 시작해 서로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습니다.
조보성 무학중 체육 교사, ⓒ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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