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점 1점 차이를 두고 프리메라리가에서 1, 2위를 달리는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와 레알마드리드(이하 레알) 두 팀이 드디어 만났다. 바르셀로나는 최근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었고, 레알은 지난 리그 경기에서 승리로 한숨 돌리긴 했지만 샬케04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패하는 등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사실상 승점 6점짜리 경기로, 남은 일정이 적지 않지만 우승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양 팀이 갖는 명성만큼, 두 팀 간의 더비를 일컫는 ‘El Classico’의 긴 역사만큼, 리그 우승을 두고 펼치는 중요성만큼 내용적으로도 흥미진진한 경기가 펼쳐졌다.

(△ 이번 경기 득점으로 엘 클라시코에서 라울과 같은 수의 득점을 올리게 된 호날두.)
1. 주전이 돌아온 레알마드리드
라모스, 페페, 마르셀로, 모드리치 등 주전들이 모두 돌아온 레알은 지난 샬케04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안정적인 중앙수비들이 돌아오면서 수비의 안정감을 찾았고 MSN 트리오를 상대로 준수한 수비력을 뽐냈다. 더불어 모드리치의 복귀 역시 수비적 안정감을 더해주었다. 모드리치의 경우 강력한 수비력을 뽐내는 중앙 미드필더는 아니지만, 중앙에서 밸런스를 잡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듯하다. 공수 양 측면에서 선수 간의 간격을 유지시켜주면서, 팀의 조직을 긴밀하게 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다했다. 측면의 마르셀로 역시 준수한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 가담을 앞세우면서 호날두의 좋은 조력자가 되어주었다. 주전이 돌아오자 레알은 시즌 초반처럼 확실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팀이 공수의 밸런스를 찾자 BBC 역시 힘을 발휘했다. 제대로 된 공격지원을 받자 특유의 역동적이고 빠른 공격을 선보이면서 바르사의 골문을 위협했다. 특히 중앙 공격수로 나선 벤제마의 움직임이 돋보였다. 본인도 좋은 공격을 펼쳤고, 넓은 활동량으로 수비를 끌고 다니면서 호날두와 베일에게 공간을 제공했다. 벤제마의 움직임이 살자 베일과 호날두의 움직임도 더욱 살아났다.호날두의 골 역시 벤제마가 만든 공간에서 생겨났다.
후반으로 가면서 체력 저하와 함께 수비의 조직력이 떨어진 것이 아쉬웠다. 혹사 논란이 있었던 크루스, 갓 부상에서 복귀한 모드리치의 체력 저하로 공수 간격이 벌어지면서 공수 양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체력이 저하된 후 모드리치와 크루스의 잦은 패스 미스까지 이어지면서 흐름을 잃고 말았다. 크루스, 모드리치가 최고의 컨디션에서 보여주는 경기력은 분명한 강점이지만, 체력 저하가 이어질 경우 이들을 대체할 선수들이 마땅치 않다는 것은 시즌이 말미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레알의 약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새로운 FC바르셀로나
시즌 초반 스콜스에게서 혹평을 받으며 펩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평을 받기도 했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는 엔리케의 바르사가 된 듯 하다. 여전히 이니에스타, 라키티치 등 좋은 미드필더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팀의 중심은 공격진인 ‘MSN’에게 가 있는 모습이다. 메시는 이제 패스에도 새로운 즐거움을 느낀 듯 공격 전개 시 핵심 시발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메시의 역할 변화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수아레즈와 네이마르라는 개인 능력이 출중한 동료 공격수들의 존재이다. 개인 능력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를 순간적으로 부수면서 공격에 나선다. 동시에 세 공격수 모두 공이 없는 상태에서의 침투 움직임이 빼어나고, 패싱에도 센스가 있는 만큼 위협적인 드리블에 이은 킬러 패스도 위협적이다. MSN 세 선수만으로도 공격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이다. 어느 선수가 터질지 모른다는 점은 상대하는 입장에서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변화된 바르사의 모습은 이번 경기에서 뽑아낸 득점에서 잘 지켜볼 수 있다. 수아레즈가 순간적으로 라인을 깨고 그림같은 득점을 뽑아냈는데, 현재 바르사의 강함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 할 것이다. 과거 페드로와 같은 윙어형 선수들이 쓰리톱으로 나설 때와 달리 메시에 국한되지 않는 득점 루트는 메시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메시가 득점이 절대적으로 적은 것도 아니고 경기력 역시 여전히 매우 훌륭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팀 차원에서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전반적으로 경기를 쥐고 흔드는 장악력은 떨어진 기색이 보이지만, 줄어든 공격 시간에도 불구하고 더 간결하고 파괴적인 공격을 선보였다. 전반은 오히려 레알이 좋은 수비로 MSN을 막으면서 본인들의 페이스로 경기를 이끌었지만 후반전 수아레즈에게 실점한 이후 전방으로 적극적으로 전진하는 레알의 배후를 노린 역습이 실로 매서웠다. 네이마르의 여러 차례 마무리가 아쉬웠을 뿐이다. 점유율은 떨어졌지만 펩이 팀을 떠난 이상 새로운 스타일을 찾아야 했다. 지금 바르사의 전술은 팀과 매우 잘 어울어진 듯하다.
3. 개인 능력이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두 팀 중 어느 팀이 승리했다고 해도 그럴만하다고 인정해 줄 수 있는 경기였다. 전반전은 레알이 다소 우세했고 후반전은 바르사가 경기를 주도했다. 전체적인 경기 양상은 양 팀이 비등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양팀 모두 득점할 찬스를 잡았지만 역시 ‘골’로 확실히 마침표를 찍은 바르사가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가 서로 빠르게 공격을 주고받는 난타전 양상을 띠면서 개인능력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MSN이 순간적으로 수비 한 명을 벗기는 능력은 후반 내내 레알의 수비를 괴롭혔다. 뒷문이 불안하면 측면 수비 역시 공격 가담을 줄일 수밖에 없고, 공격에도 침착함을 잃기에 쉽다. 체력이 점점 떨어지면서 이러한 어려움은 가중되었다. 레알이 팀 차원에서 톱니처럼 맞아 들어간 움직임을 통해 득점을 만들어냈지만 결국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수아레즈의 눈부신 볼 트래핑에 이은 환상적인 마무리, 즉 개인능력이었다. 98년 월드컵 네덜란드vs아르헨티나의 4강전이 베르캄프의 볼 트래핑과 슛으로 기억되듯, 이번 엘 클라시코는 수아레즈의 골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다.
게다가 바르사의 MSN이 갖고 있는 1:1 개인 능력 때문에 레알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는데 바로 ‘경고’의 늪이었다. BBC 라인이 직선적이고 전방지향적으로 ‘공간’에 대한 강점을 갖는 반면에, 순간적인 드리블과 상대방의 움직임을 역이용하는 움직임에 능한 MSN은 ‘상대 선수’에 대한 강점을 가진다. 순간적으로 상대 수비를 드리블로 제쳐낼 수 있다는 뜻이다. 1:1로 지속적으로 부딪혀야 하는 레알의 수비진으로서는 이들을 때때로 거친 파울로 끊어야 할 때가 종종 있었다. 결국 팀 전체가 경고를 6장이나 받았고 라모스, 카르바할, 페페까지 수비진이 줄 경고를 받으면서 후반전에는 1:1 상황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1경기의 승리라고 치기엔 바르사에겐 꽤 중요한 승리였다. 4점으로 차이를 벌이면서 약간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고, 챔피언스리그에서의 기분 좋은 승리의 분위기마저 이어갈 수 있었으니 최고의 결과라 해도 무방하다. 레알의 입장에서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 하지만 제 3자 된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남은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이번 경기의 패배로 차이가 벌어지긴 했지만 4점이라면 아직 포기하기에 이르다. 무엇보다 부진 빠졌던 지난 몇 경기와 달리 훨씬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레알의 팬이라면 승리가 무엇보다 달콤했겠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프리메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 타이틀이다. 회복한 경기력으로 추격자로서 타이틀에 어떻게 도전하는지 지켜보는 즐거움이 쏠쏠한 시즌 후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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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었니?! 살았니?!)
첫댓글 잘봤습니다 쌩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