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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팔고, 주식 사회 환원까지… 안철수 캠프 준비중?
■ 정치권, ‘안철수’ 놓고 동상이몽… 박세일 신당, 평화재단, 야권통합 신당서 ‘러브콜’
■ 여당 인사 A “박형준 특보, 지난해 말 MB 지시로 법륜·윤여준·박세일 등 접촉했다”
■ 한 정치학자 “야권 통합후보로 나오는 순간 ‘안철수 식’ 정치 실험은 무너질 것”
안철수는 ‘박근혜 대세론’을 단번에 잠재우고 유력 대선후보로 떠올랐다. 그는 부인 명의의 아파트를 처분하며 재산 정리에 들어간 데 이어 최근엔 1500억원에 달하는 보유주식을 사회에 환원했다. 안철수 대권 프로젝트가 이미 가동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월간중앙>이 ‘안철수 신당’ 가능성을 포함해 안철수의 대권 물밑 행보를 추적했다.
불과 3개월이 채 안 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고 ‘박근혜 대세론’의 숨통을 눌렀다. 11월 11일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가상대결 설문조사에서 안 원장은 47.7%의 지지율로 38.3%의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을 앞섰다. 지난 3년간 박 전 대표의 양자대결 구도 속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를 앞지른 예비 후보는 그가 유일하다. 심지어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안철수 신당’의 총선 지지율이 36.2%로 한나라당(23.4%)과 야권(16%)을 제쳤다.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 정치권 최대 이슈는 ‘안철수 모시기’다. ‘청춘 콘서트’를 진행하며 ‘안철수 띄우기’에 공을 세운 법륜의 평화재단, 12월 ‘대 중도정당 창당’을 예고한 박세일 한반도통일재단 이사장까지 모두 안 원장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안 원장의 등장은 10·26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시작됐다. 그는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문제를 들어 ‘반 한나라당’의 정서를 강하게 표출했고, 야권 통합후보로 나온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공개적으로 지원했다. ‘청춘 콘서트’를 통한 젊은 세대와의 강연에서는 “대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는200만 개 이하여서 나머지 일자리는 중소기업이 감당해야 하지만 대기업 횡포 때문에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보수 가치보다는 진보와 개혁의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그가 내년 대선의 가장 강력한 야권 통합후보로 주목받는 이유다.
하지만 안 원장은 과연 야권통합 대선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있을까? 정치권에선 이미 머리를 가로젓기 시작했다. 안 원장은 의사 집안 출신으로 기본 정치성향은 보수에 가깝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엔 벤처신화의 주인공으로, 노무현 정부 취임식 때는 대한민국 대표 국민 8인 중 한 사람으로 단상에 올랐었다. 한때 참여 정부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고사했다.
그는 최근 <중앙일보>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나는 정치할 체질이 아니고 관심도 없는데 딱 한 번 고민한 적이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제의를 받았지만 고민하다 거절했다”며“이유는 나 혼자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의지는 있었으나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파트너가 필요했다”던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참여해왔다. 2008년 5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미래경제산업분과 위원을 시작으로 지난해부터 방송통신위원회 기술자문위원과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 비상근 위원,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제 2기 민간위원으로 활동한다. 또 2010년까지 포스코의 사외이사로6년간 활동했고 이사회 의장까지 지냈다.
안 원장의 서울시장 후보 도전과 전격 철회 과정도 흥미롭다. 그는 처음에 ‘시민후보’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대세는 야권 통합 후보 쪽으로 기울어졌다. 안 원장은 결국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하고 심정적 지지를 선언했다.
민주당 정치인 K씨는 “정치와는 무관하게 살아온 안 원장이 1970~80년대 운동권이 기반인 야권 통합후보로 나오기는 심리적 부담감을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안 원장은 정치권에 등장한 직후엔“반 한나라당”을 내세우다 이후 “건전 보수당이면 지지” 같은 발언을 하며 갈팡질팡했다.
야권의 한 인사는 “안철수 원장은 기본적으로 보수 색채가 강하다. 그가 지금은 한미 FTA 문제나 복지정책에 입을 다물지만 정치판에 본격 뛰어들면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한다.이부분에서 야권과 얼마나 뜻을 같이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안 원장의 정치 지향점이 야권 통합 신당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안 원장은 분명히 서울시장 후보 출사표를 던지면서 ‘한나라당은 희망이 없고 민주당은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기존 정치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권통합신당은 상당 부분 민주당의 울타리 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또 진보적 색채가 강할 수 밖에 없는 야권통합신당은 안 원장이 가치로 둔 ‘탈 이념’에도 맞지 않는다.”
현재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주축으로 한 장외 친노 인사 중심의 ‘혁신과 통합’, 친야 단체는 야권통합신당을 추진한다. 12월 17일로 아예 날짜까지 못 박아 놓았다.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이사장은 “안철수 원장이 오면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안 원장은 아직 아무런 답신도 보내지 않았다.
‘혁신과 통합’의 한 관계자는 “문제는 안 원장이 끊임없이 독자 정당으로 가려는 움직임이다. 이 독자 정당은 법륜의 평화재단, 박세일 이사장의 신당을 포함한 제 3지대 모두를 포함한다. 지금으로선 안 원장이 어느 쪽으로 이동할지 알 수 없어 야권 쪽에서도 눈치를 살핀다”고 말했다.
부인 명의 아파트는 왜 팔았나
안 원장이 과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느냐는 추측이 난무하지만 안 원장의 정치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고 보인다. <월간중앙>은 최근 안 원장의 부인인 김미경 씨 소유로 된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올림픽 훼미리 아파트가 10·26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10월 초 11억 원에 팔렸음을 확인했다. 직접 이 거래를 담당했던 아파트 단지 내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를 10월 초순 한 대리인이 와서 거래하고 갔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가 매매된 때와 비슷한 시기 언론에서는 그가 여의도 J아파트에서 용산의 P주상복합아파트로 이사를 간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안 원장은 비슷한 시차를 두고 아파트 두 개를 거의 동시에 처분한 셈이다.
11월 14일 안 원장은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의 절반인 1500억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이 회사 주식 37.1%(372만 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14일 현재 주가 8만1400원을 기준으로 그의 지분 총액은 3028억원이니 절반이면 1500억원에 달한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갑작스러운 아파트 이전이나 보유주식 사회환원 같은 안 원장의 행보를 정치권 진출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인다. 보수 진영은 물론이고 진보 진영에서도 ‘안철수 검증’ 작업이 시작되면서 나온 ‘방어적’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안 원장이 보유한 주식에 몇 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안 원장은 2001년 안철수연구소 코스닥 상장 시 BW(신주인수조건부 전환사채)를 대량 발행해 자기 지분을 확보했다. 당시 안철수연구소에 산업은행은 9억원, LG창업투자는 5억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이때 안철수연구소의 회사 가치는 50억 대에 달했다.
한 주식 전문가에 따르면 “안 원장이 자기 지분을 늘리면 다른 투자자의 지분이 낮아진다”며 “정상적이라면 다른 투자자들이 BW발행을 쉽게 승인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W 발행이 이사회를 통과했다면 산업은행 등이 파견한 등재 이사들이 감시 감독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의심을 면할 길 없다고 했다.
동종업계의 한 벤처기업인은 “2002년 당시 안철수연구소에 파견 나왔던 산업은행 이사 K씨와 그가 투자를 진행했던 벤처기업 네 곳 대표들의 투자비리가 적발돼 검찰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그는 “이때 안 원장도 조사를 받았지만 급격한 건강 악화를 이유로 검찰 조사가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당시 검찰조사 기록에 따르면 K씨와 벤처기업인들이 투자 비리, 주가 조작과 연관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K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5년에 추징금 11억9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안 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았는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안철수 캠프’ 배후엔 평화재단?
안철수가 움직인다면 누가 그를 돕는다는 말일까? 현재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평화재단이다. 실명도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평화재단이 운영하는 평화교육원의 조민 부원장이 최근 여의도 인근에서 YS 정권의 행정관이던 K모 씨와 J모 씨를 만나 ‘안철수 캠프를 만드는 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대선 캠프가 실제 가동된다면 선거 경험을 가진 정치 라인의 실무진이 필요해진다. 평화재단과 정토회 그룹 안에는 이념적 색채가 짙은 보수·진보 인사들이 뒤섞여 있다. K모 씨와 J모 씨는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며 K모 씨는 2007년 이명박 후보의 정책 특별 보좌역을 지내기도 했다. 한나라당 유력 정치인 측에 따르면 “현재 법륜이 움직이는 캠프 인력 90%가 MB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물들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조 부원장과 함께 안철수 캠프 실무진으로 거론되는 또 다른 인물로는 서초동 모 로펌의 대표 J씨와 한 외국계 회사 법률팀에 있는 L씨다. J씨와 L씨는 모두 평화교육원이 매월 진행하는 평화리더십아카데미(PLA)의 동문 회원이다. PLA 회원은 현재 5기가 진행 중이며 회원은 270여 명에 이른다. 평화재단 지도부 사이에선 한 때 “신당 창당을 위해 이 PLA 조직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 거론된 당사자들은 모두 ‘안철수 캠프’ 사람이라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조 부원장은 <월간중앙>과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은 어떤 말을 해도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나는 유력한 대선 후보 캠프를 움직일 정도의 엄청난 일을 할 만한 능력도 안 된다”며 “설사 어떤 개연성이 있더라도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캠프 일을 돕고 있다는 변호사 J씨와 L 씨도 모두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했다. 조 부원장이 만났다는 YS비서실의 행정관 출신 K모 씨도 <월간중앙>과의 통화에서 “조 부원장과는 대학 동기라 가끔 만날 뿐이지 안철수 캠프 문제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안 원장의 배후에 끊임없이 평화재단이 등장하는 이유는 안 원장과 법륜의 긴밀한 관계 때문이다. <월간중앙>은 지난 10월호에서 법륜이 이끄는 평화재단과 안 원장의 관계를 추적 보도한 적이 있다. 안 원장은 지난해 말 평화재단이 진행하는 중·장년 대상의 제3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에 강사로 초청받으면서 법륜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법륜은 전국 20~30대를 대상으로 개최해온 ‘청춘 콘서트’에 안 원장을 전격 투입해, ‘안철수 파워’를 확인했다.
평화재단 관계자는 “법륜은 오랫동안 기본 정치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제 3지대’ 건설의 국민운동을 꿈꿔왔고 안 원장이 그 역할을 주도할 적임자로 생각했다. 안 원장도 이 생각에 동감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박경철 원장과 함께 전국25개 지역을 돌며 4만7000여 명을 상대로 강연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갔다. 그러던중 안 원장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갑자기 출사표를 던진다.평화재단쪽과 사전 협의가 되지 않은 듯이 비쳐졌다.
평화재단 지도부 중 한 사람인 윤여준 전 장관은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원장은 내년 12월 대선에 나갈 준비를 했는데 갑자기 서울시장 후보에 출사표를 던지니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윤 전 장관은 내 멘토도 아니고 그런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둘의 관계는 틀어졌다고 알려졌다.
윤 전 장관도 이 사태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그가 대선에 나가든 말든) 더 이상 내 관심사는 아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후 평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청년·대학생 리더십아카데미 강좌 안내문에서 안 교수의 사진과 이름은 빠졌다. 이는 안 교수가 일단 평화재단과의 관계에서 한 발 빼는 신호로 해석됐다.
여권의 A의원에 따르면 “윤 전 장관과 안 원장의 관계를 회복시키려고 법륜이 가운데 서서 윤 전 장관을 달래기도 해봤지만 그가 뜻을 굽히지 않아 법륜이 따로 안철수 공들이기에 힘을 쏟는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전히 평화재단 지도부 중의 한 사람인 조민 부원장은 안 캠프의 주역으로 거론된다. 윤 전 장관은 평화교육원의 원장이고 조 부원장과는 긴밀한 관계다. 평화재단이 안철수를 세우는 신당을 실제 추진한다면 윤 전 장관과 안의 결별은 어떤 목적을 전제로 벌인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최근 <월간중앙>과의 통화에서 윤전장관은 “서울시장 선거이후로 나는 안철수와 관계되는 어떤일도 관여하지 않는다”며 “책을 마무리하는 일때문에 정신이없고 최근 한달간은 미국까지 다녀와 다른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안철수와 완전히 결별했다”는 윤 전 장관의 말이 사실일까. 이 부분에 대답하기 위해선 우선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윤 전 장관은 올해 5월 <월간중앙>이 마련한 ‘보수재집권플랜’ 대담에서 박세일 이사장, 이상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나와 “박근혜는 이제 링에 올라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친이계가 중심이 돼 게임이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회적이지만 보수가 재집권하려면 ‘박근혜 신당’을 재촉해야 한다는 뉘앙스의 말이다.
‘윤여준의 기획’으로 알려진 평화재단의 ‘청춘 콘서트’는 <월간중앙> 대담이 이뤄진 비슷한 시기인 5월부터 안철수·박경철 주연의 전국 투어가 시작됐다. 이미 제 3세력의 중심인물로 ‘안철수 만들기’ 기획이 진행되는데 다른 한 편에서 ‘박근혜 신당’의 필요성을 역설한 셈이다. 윤 전 장관 말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여권의 한 정치인은 “윤 전 장관이 외곽에서 박근혜 신당을 주도했지만 여의치 않게 되자 법륜과 더불어 안 원장을 내세워 제 3정파 결성을 시도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안 원장이 통제불능이 되면서 야권으로 기울자 윤 전 장관은 일단 2선 후퇴를 했고 물밑에서는 여전히 어떤 그림을 짜는지도 모를 일”이라는 말도 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과 박근혜 대표 시절 한나라당 선대위 부 본부장을 지낸, 정치판 최고의 책사로 소문난 그가 ‘대권주자 1위’ 안철수를 포기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킹 메이커’ 법륜과 박경철은 누구인가
“지난해 법륜이 나에게 와 안철수를 중심으로 뭉친 소셜테이너들을 규합해 정치판을 갈아 엎을 생각이니 병풍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법륜과 가깝게 지낸 한 재야 인사가 전한 증언이다. 이 말로 봐서는 법륜이 이미 지난해부터 ‘안철수 신당’의 밑그림을 짰다고 보인다. 도대체 법륜은 누구이고 종교인인 그는 왜 ‘킹 메이커’ 역할을 자임하려 할까.
법륜은 1953년 생으로 본명은 최석호로 알려졌다. 1988년 정토 포교원을 시작으로 수행공동체 ‘정토회’를 설립했다. 정토회의 기본 사상은 “개인의 깨달음에만 머무는 종교가 아닌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사회 변혁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이다.
법륜은 1990년대 중반 식량지원 같은 대북사업을 시작으로 평화통일운동, 자연환경보호운동, 제3세계 구호운동까지 많은 사회활동을 벌여왔다. 법륜의 정치 내공은 이런 오랜 시민사회운동 경력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법륜은 통일정책 연구기관인 평화재단 외에도 국제구호단체인 JTS, 환경운동단체 에코 붓다, 국제평화·인권센터인 좋은 벗들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좌·우파 성향을 모두 가진 자유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이 점은 안 원장과 일치되는 부분이다. 법륜은 북의 기아, 식량, 인권, 구금, 탈북자 등 대북 활동 전반에 개입해왔다.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에도 대북 라인이 형성했을 정도로 대북 소식에 정통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법륜의 인맥은 광범위하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문규현 신부 같은 진보 인맥부터 보수 진영의 박세일 이사장, 소설가 김홍신, 방송인 김제동, 조국 교수 등 영향력 있는 소셜테이너 다수와도 폭넓은 인맥을 쌓아왔다. MB 정부 최고의 실세이던 이재오 전 특임장관과도 아는 사이로 알려졌다. DJ시절 정책 특보를 지낸 S씨는 “법륜의 형인 최석철은 고려대 상대를 다녔고 5·16 직후 한 시국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다”며 “이재오 전 장관도 이 시국 사건과 관련이 있어서 둘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법륜이 경주고를 중퇴한 까닭도 이 시국사건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 운동권 출신인 여권의 한 인사는 최근 지인을 만나 “1980년대 운동권 시절부터 법륜을 알았다. 그는 진보적 활동가였다”고 돌이켰다. 그때는 진보 쪽에 더 가까웠을지 모르나 법륜은 지금 오히려 보수 진영에 비해 진보 진영 측과의 왕래가 뜸하다고 알려졌다.
북한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한 진보진영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북한 활동을 하는 인물임에도 우리 쪽과는 거의 왕래하지 않는다. 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그가 북한 인권운동과 대북지원 운동을 같이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법륜은 수십 년 동안 북한을 자유자재로 왕래하고 조직을 확장하면서 정부 견제를 거의 받지 않았다고 안다. 정권의 비호가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요즘 ‘신당설’이 솔솔 흘러 나온다. 지난 총선과 서울시장 선거의 패배로 당내 쇄신 논쟁이 뜨거워지면서 쇄신파와 친이계 일부가 법륜이 이끄는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지면 그쪽으로 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1월 10일, 법륜은 한나라당 내 쇄신파 그룹인 ‘민본 21’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강연을 두고 친박계 일부에서는 “안철수 멘토로 알려진 법륜을 초대해 강연을 듣는 게 제정신이냐”는 말도 나왔다고 알려졌디. 이 자리를 주선한 건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이었다. 현 의원은 “법륜 스님과는 10여 년 전부터 잘 알고 지낸 멘토 같은 분으로 오래전부터 한번 강연 자리를 마련하려고 생각해왔던 것이지 안철수 신당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법륜이 ‘제 3정파’ 의 그림을 그리면서 ‘유능한’ 여권 인사 영입에도 힘을 기울인다는 사실은 여권의 한 유력 정치인 A씨의 증언을 통해 확인했다.
“법륜과 윤 전 장관, 김종인 전 청와대 수석, 안철수 원장과 박경철 원장 5명이 올해 초 만나 제 3 정파를 만드는 데 성공하려면 정치권 인사도 영입해야 한다는 논의를 했다고 안다. ‘여·야의 괜찮은 인물 서너 명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법륜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는 말도 들었다.”
법륜 외에 ‘안철수 신드롬’을 만드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박경철 원장이다. 그는 지금의 유력 대선주자 ‘안철수’가 나오기까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 역할은 줄어들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박 원장은 안 원장이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을한 직후 그와 뜨거운 포옹을 했고, TV 카메라엔 박 원장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했다.
박 원장의 고향은 경북안동으로 영남대 의대를 졸업했다.자칭 ‘시골의사’를 하면서2007년부터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같은 책을 쓴 후 주식투자 분석가로 유명해졌다. 이후 정치·문화평론가로서 이름을 날리며 폭넓은 행보를 해왔다. 트위터 팔로워 수 39만 명을 넘는 인기 트위터리안으로 소셜 네트워크의 여론을 형성하는 핵심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가 트위터에 올리는 글 대부분은 가족과 최근 출간한 책 이야기, 음식 얘기 등 소소하고 인간적인 정이 넘치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사회적 이슈에 개혁적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최근 그의 트위터에는 안 원장의 주식 사회환원 문제를 둘러싸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원장이 보여주는 개혁적 성향과 방송인 김제동,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등 지인의 면면을 보면 진보 쪽에 가깝지만 그는 여권 인사들과도 꾸준한 인맥을 유지해왔다. 박 원장은 MB 정부 들어 주호영·이재오 두 특임장관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주호영·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둘 다 박 원장과 같은 지역 출신이다.
박 원장은 안 원장과 언제 처음 만났을까? 한 벤처 기업인은 박 원장을 이렇게 기억한다. “2007~2008년 박경철 원장이 주식 투자 관련 책으로 유명해지면서 당시 벤처업계 대표도 많이 만나고 다녔다. 안철수 원장과의 인연도 그때 시작됐다고 짐작된다.”
박 원장은 2009년 개그맨 최효종과 함께 MBN에서 <박경철의 공감 플러스>를 진행했다. 초대 손님의 면면은 그의 광범위한 인맥을 설명해준다. 소설가 황석영을 비롯해 김제동, 조국 교수, 배우 김여진을 비롯해 보수 쪽 인사로 언론인 조갑제, 대통령미래기획위원장 곽승준, 소설가 이문열 등이 나왔다. 이때 법륜과 안철수도 초대손님으로 등장했다. 당시 안 원장과의 토론 주제가 ‘차기 대선후보론’이었다.
최근 만난 여권 정치인 한 명은 박 원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내가 옆에서 지켜 본 박경철은 정치 프로다. 그는 한나라당 정치인 열 명도 대적할 정도로 정치 감각이 뛰어난 인물이다. 사회 개혁 의지도 있겠지만 정치적 야망이 큰 인물임엔 틀림없다.”
‘박세일 신당’을 움직이는 건 청와대?
‘안철수’에 러브콜을 보내는 또 하나의 세력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쪽이다. 박 이사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신당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 대 중도 통합을 전제로 국민 통합형 가치 정당을 연내에 가시화한다”고 밝혔다. 여의도 바깥의 국민들을 중심으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신당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박세일 이사장의 한 측근은 최근 <월간중앙>과의 통화에서 “박세일은 기존 구보수, 구진보의 틀을 깨고 신보수, 신진보를 새로 묶는다는 가정 하에 안철수와 문재인의 영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을 꼽은 이유는 친 노무현 세력의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로 PK 민심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이사장이 포함된 ‘혁신과 통합’은 이미 민주당 세력과 야권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공표했고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혁신과 통합’이 보수 색체가 짙은 박세일 신당으로 흡수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안철수 영입도 현재 박 이사장의 꿈일 뿐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반 한나라’를 내세운 안 원장이 박세일 신당에 가담하리라고 예상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박세일 이사장이 추진하는 신당은 청와대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받는다. 최근 만난 여권의 한 유력 정치인 B씨의 증언을 들어보자.
“지난해 말 MB는 박근혜와 야권 통합을 견제하려고 박형준 청와대 특보에게 제 3의 세력을 찾아보라고 지시했고, 이런 목적 하에 박 특보가 법륜과 윤여준 전 장관, 박세일 이사장을 만났다고 알고 있다.이때 안철수 원장의 얘기도 거론됐다고 들었다.”
그는 심지어 “안 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다는 이야기가 돌 때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그를 응원하는 마음이 생겨났다”며 “아마 한나라당 내 국회의원 상당수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한나라당 개혁 세력과 안 원장의 화학적 결합이 폭발적인 수준이 되리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얘기였다.
<월간중앙>은 박형준 청와대 특보에게 전화와 문자로 지난해 말 회동에 대해 확인을 시도했으나 응답을 받지 못했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청와대에서 법륜과 박세일을 모두 접촉했다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남북문제 등에서 개혁 성향이 강한 법륜과 비교적 보수 색이 짙은 박세일 이사장은 각자 갈라져 ‘제 3의 길’을 모색했다고 보이지만 해석은 분분하다. 굳이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아니라도 청와대 실무진이 대통령의 임기 후를 대비해 여러 분야의 사람을 충분히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 원장은 지난해에도 MB 정부로부터 총리직 제안을 받았으나 고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반면 청와대 측과 사전협의를 했다면 대통령의 의중이 어떤 방식의 형태로든 실렸다는 뜻이고, 이는 현재 움직이는 제 3세력의 창당 움직임 배후에 청와대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살 소지가 다분하다.최근 만난 여권의 한 인사는 ‘박세일 신당’에 강한 의구심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지난 6월 6일 박세일 이사장이 주도해 63빌딩에서 치러진 ‘선진통일연합’ 창립대회에 참석했었다. 3000여 명가량이 모였는데 무슨 새마을운동 경진대회 같았다. 나이 50~60세 안팎의 사람들이 모여 태극기를 흔들던데 이런 조직이 진보 세력까지 아우르는 게 말이 되는가. 태생이 보수적인 데다 MB의 후원 세력이라는 인상이 강한 박세일 신당의 생명력은 길다고 보지 않는다.”
한국 정치사를 돌아볼 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실험’이 이긴 사례가 많다. 호남을 배제하고 충청(JP)과 영남(YS) 세력이 합친 ‘3당 합당’으로 김영삼 정부가, 충청(JP)과 호남(DJ)이 연대해 김대중 정부를 창출했다. 2002년 정몽준-노무현의 결합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 김형준 교수는 “안철수도 한국 지형에서 한 번도 안 해본 실험을 해야 한다. 기존 정치권의 확대판인 야권 통합후보로 나오는 순간 그의 실험은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까지는 아직 1년이란 시간이 남았다. 안 원장 자신의 권력 의지와 상관없이, 그는 이미 국민이 절실히 요구하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안 원장의 배후와 보유주식 사회환원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지만 이번에 그의 통 큰 행보는 ‘안철수 파워’의 존재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기존 정치권은 권력을 어떻게 잡을지를 고민한다. 야당의 질긴 통합 논의가 그 사례다. 하지만 안철수는 파워(권력)가 생기면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안철수식 정치’는 이미 시작됐다. 파격적 행보로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면 언제든지 권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한 정치평론가의 해석이다.
<자료 : 월간중앙(박미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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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징글징글한 암덩어리
이명박 아바타라 그런지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
이미지 정치는 반짝이지 영원히 가지 않는다.
윤여준, 안철수는 결국 민주당에서 신분세탁을 위해 잠시 머무르다 나왔고 김종인도 또 그럴꺼고. 그림이 그려지네. 이명박, 윤여준, 법륜, 안철수.김종인, 이상돈. 그리고 구동교동. 박영선은 이들의 행동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