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봄이 왔다. 아직은 초 봄이지만 날씨는 제법 따뜻하다.
가지밖에 없던 썰렁한 나무에도 아주 작게나마 새싹이 돋았다.
여름에는 이 작은 새싹들이 자라 무성한 나무가 되겠지.. 하며 길을 걷는다.
노오란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이 병아리 같다. 노란 체육복에 노란 머리끈을 한 여자 아이가 눈에 띈다. 그 옆에 빨간 머리띠를 한여자 아이도 눈에 띈다.
하늘을 보았다. 높다. 맑다. 좋다. 햇살이 내 볼을 꼬집는거 같다. 기분좋게 따스하다. 아침 상쾌한 공기 맞으며 봄을 느끼며 출근했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걷다보니 세 정거장을 걸어왔다. 시계를 보니 지각이다.
선생님이 지각이라니.. 아직은 선생님이 아니지만 난 오늘부터 아니 30분뒤로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엄연히 교대도 나오고 교생 실습도 다닌 나였다. 그런데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선생님 한 분이 사표를 내시는 바람에 내년에 발령이 나기로 한 내가 그 선생님 자리를 대신하기로 했다. 그래도 처음 맞는 반인데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는데 웬지 자리 체우기 위해 발령난거 같아서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학교 주변은 크고 깨끗한 아파트로 둘러 쌓여 있었다. 돈많은 집안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란걸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우정초등학교' 우리학교 이름이다. 나는 3학년 3반 담임이라고 한다.
첫날부터 지각이라고 눈치주시는 선생님이 계시는 반면에 너그럽게 웃음으로 넘겨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다. 아이들은 새로운 선생님이 오신다는걸 알았는지 내가 들어갔을땐 너무 조용히 있었다. 오히려 내가 더 어색했다.
"선생님 이름은 김 봄 이에요. 얘기는 다들 들었죠.? 앞으로 우리 반 담임선생님이에요. 조금 낯설고 적응도 잘 되지 않겠지만 앞으로 잘 지내보도록 해요."
난 우선 내 소개부터 했다. 아이들은 말똥말똥 날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난 당연하다는 듯이 아이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 보았다. 내가 찾고 있던 아이는..
없는것 같다.
난 원래 선생님이 꿈이 아니었다.
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아나운서가 꿈이었다. 말도 잘하고 얼굴도 예쁜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한 남자가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내 인생을 바꿔 논 남자 .. 이 여름..
우리는 같은 중학교를 다녔다.
애국 조회 시간이었다.
"지금 호명하는 학생은 즉시 단상으로 올라와 주세요. 1-1반 박나리, 2-3반 김 이슬, 1-12반 김 봄, 3-1반 이 여름 학생. 위 학생은 빨리 단상으로 올라 와 주시기 바랍니다"
난 내 이름이 불런건가 확실히 모르고 있었다. 아이들이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이름이 봄이랑 여름이래 키키 " "이름 진짜 웃기다"
내 쪽에서만 웃음 소리가 난 것이 아니었다. 3학년 쪽에서도 웃음소리가 났다.
난 황당하기도 하고 챙피하기도 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분명 아이들은 내 이름을 가지고 놀리는 거였다.
"김 봄, 이여름 학생 안나왔나요? 빨리 나오세요" 선생님과 아이들이 눈치를 주었다. 난 그제서야 단상에 올라갔다. 3학년 명찰을 단 오빠도 올라왔다. 아마 이 오빠가 이여름 이라는 오빠인가보다.
"이름이 봄이랑 여름이네 하하하" 마이크에 데고 크게 웃으시는 교장선생님이 원망스러웠다. 봄이란 이름이 얼마나 예쁜 이름인데..
이 여름 이라는 오빠도 창피한지 얼굴이 빨게졌다. 괜시리 내가 미안했다.
그 오빠와 나는 학교 대표로 글짓기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한국 역사 에 대해서 글짓기를 하는 것인데 교장선생님께서는 글을 쓰려면 많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며 거의 강제로 우리를 유적지에 답사 하도록 하셨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삼천궁녀가 빠져 죽었다던 낙화암 이었다.
나는 멀리 간다는 걱정보다, 처음 만났을때부터 어색했던 그 오빠와 함께 여행 간다는것이 더 걱정되었다. 여행은 그 오빠와 나, 그리고 2학년 대표 이슬이 언니와, 담당 선생님과 함께 가게 되었다. 우리는 월요일 아침에 서울역에 있는 큰 나무앞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서울 역에 큰 나무가 한두개여야지..' 잘 찾아 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아무튼 여행은 걱정 투성이었다.
서울 역에서 나와서 큰 나무를 찾고 있었다.
"봄아!" 누가 뒤에서 나를 불렀다. 선생님이 겠지 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나를 부른건 선생님이 아니라 이 여름 오빠였다.
"네?"
"미안한데 내가 서울역에 처음 와 봐서.. 혹시 큰 나무가 어딨는줄 아니?"
"저.. 죄송해요 저두 잘 몰라서.."
"그.그래.? 그럼 같이 찾으러 다니자. "
"네.."
우리는 큰 나무를 찾으러 다녔다. 주말도 아닌데 봄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빠와 나는 겨우 큰 나무를 찾았다. 알고보니 큰 나무가 아니라 큰 나무 식당이었다.
선생님과 이슬이 언니는 우릴 구박하였다. 여름이 오빠와 나만 큰 나무라고만 들은 것이었다. 우리는 구박을 들으면서 도 키키 거렸다.서로 황당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갔는데 좌석표가 우연히도 오빠옆이 나 였다.
난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아까 이미 조금 친해진거 같아서 였다.
"가방 이리 줄래.? 위에 얹어 놓을게."
"감사합니다."
나는 오빠에게 존댓말을 깍듯이 썼다. 일학년 이라서 삼 학년 선배한테 존댓말을 쓰는건 당연하였다.
"이름이 봄이라고 했지.?"
"네. 김 봄이에요."
"난 이 여름이라고 해. 봄이랑 여름이네? 키키" 오빠는 키득키득 웃었다.
난 창피하기만 한데..
"그때 조회할때 안챙피했니.? 난 정말 챙피했어. 난 누가 내 이름 가지고 장난치는 줄 알았지 "
"저두요. 근데 저는 봄보다 여름을 더 좋아해요."
"그러니.? 난 더운것보다 따뜻한걸 더 좋아하는데.. 그래서 난 봄이 더 좋아."
난 그냥 웃었다. 부여까지 가는데는 꽤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우리는 기차에서 많은 얘기들을 하면서 친해졌다.
"봄아. 너 존댓말쓰는게 편하니?"
"그저 그래요."
"그럼 반말쓰자. 괜히 거리감도 느껴지고 나도 불편하다."
"정말이요.?"
"응. 너두 그게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쓰..을게." 어색하게 반말을 썼다. 오빠도 어색해 했다.
한 숨 자고 나니 오빠는 짐을 챙기고 있었다.
"오빠 다 왔어..요.? 아니 다 왔어?"
"응. 조금 있으면 도착인가봐. 안그래도 방금 깨우려고 했는데 어서 일어나서 짐 챙기지."
"응."
우리는 밤에 도착했다. 콘도에서 자게 되었는데 방 한개를 빌렸다.
큰 방에서는 이슬이 언니와 내가 쓰고 작은방에서는 선생님과 여름이 오빠가 쓰게 되었다.
우리는 밤새도록 놀았다. 게임도 하고 도박도 하고. 그 사이에 나와 여름이 오빠는 더 친해 져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모두 다 늦게 일어났다. 선생님은 빨리 준비하고 낙화암으로 가자고 하셨다. 그런데 여름이 오빠는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오빠 일어나세요. 아니 일어나~"
"으..응.."
오빠가 힘이 없어 보였다.
"오빠 어디 아파.?"
"아냐 괜찮아."
오빠 이마를 만져보니 불덩이 었다.
"오빠 이마에서 열 나. 어디 아픈거야.?"
"아냐 괜찮아.."
나는 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은 오빠와 좀 얘기하시더니 오늘은 우리끼리 가야 겠다고 말씀하셨다. 어쩔 수 없이 오빠는 숙소에 있고 선생님과 , 이슬언니, 그리고 나만 낙화암을 갔다. 큰 강을 보면서 마음이 편해져야 했을텐데 자꾸 여름이 오빠가 걱정이 되었다. 글짓기 글감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자꾸 오빠의 얼굴만 떠올랐다.
선생님과 이슬이 언니는 글 소재에 대해서 얘기 하고 있는것 같았다. 나는 무언가 생각하는 척 하면서 멍하니 있었다. 빨리 보고 숙소에 갔으면 좋겠는데..
여름이 오빠를 걱정하는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오빠에게 대한 좋은 감정일줄은 몰랐다.
난 꾀병을 부렸다.
"선생님.. 배가 너무 아파요. 어지럽구요."
"봄이까지 아프니? 어제 먹은게 잘못됬나?"
"모르겠어요. 선생님 죄송해요. 오늘은 좀 쉬고 싶은데요."
"그래. 그런데 내가 같이 가 줄수가 없겠는데. 숙소 가까우니깐 혼자 갈 수 있겠니?"
"네. 그럴게요."
난 최대한 힘 없는척을 했다. 성공했다. 낙화암과 숙소는 가까워서 혼자 충분히 갈 수 있었다.
딩동-
"누구세요"
"오빠 저 봄이에요. 아니 봄이야."
"그 그래."
오빠는 쇼파에 누워있었던 모양이다. 날 보고 놀래서 물었다.
"왜 일찍 왔니?"
"어.? 으응.. 나도 조금 몸이 안좋은것 같아서."
"그래? 너두 좀 쉬어야 겠다. 여기 앉아."
"아냐, 괜찮아."
"많이 아파.?"
"아니. 그냥 .조금."
"그럼 우리 바람쐬러 갈래.? 더운데 안에만 있어서 답답해서 아팠나봐. 바람좀 쐬고 싶은데 혼자가기 싫은데.."
"그래 그럼"
우리는 열쇠를 카운터에 맡기고 나왔다. 낙화암과 반대쪽으로 갔다.
봄바람이 불었다. 약간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오빠와 나와 서로 붙임성이 좋아서 인지 어색하지 않았다.
"봄아. 답답하다"
"뭐가.?"
"아니야.."
"뭔데그래.. 말해놓구.. 궁금하게.."
"우리 안지도 얼마 안됬는데 이런 얘기해서 니가 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나 사실 고민이 있거든."
"뭔데.? 내가 다 들어줄게."
"내가..조금 있으면 유학 가게 됬거든. 난 근데 정말 가기 싫어."
오빠는 정말 우울한 얼굴이었다. 나같으면 좋아라 했을텐데 오빤 싫어했다.
"왜.?"
"여기가 좋아.. 중학교만 졸업하고 갈것 같은데 거기서 대학까지 나와야 하거든. 난 한국이 좋은데.. 아무튼 너무 가기가 싫어."
"엄마한테 가기 싫다고 하면 안되.?"
"계속 가기 싫다고 했는데.. 중학교 1학년때부터 여태껏 미뤄 왔던거라 이제 엄마한테도 미안해.. "
"그랬구나.. "
"그래서.. 나 한국에 있는 1년동안 만이라도 좋은 추억들 많이 만들고 싶어. 근데 하나는 만들었어."
"뭔데?"
"봄이 너를 만난거."
난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얼굴도 빨개졌다. 나는 알게 모르게 오빠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빠도 나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나는 아무말 도 할 수 없었다.
"정말이야.. 나 지금 이 말 하는데도 무척 떨리거든.. 나 너 좋아하는거 같아.."
"그..그렇구나.."
"내가 지금 이런 말 해서 더 어색해지기 보단 좀 더 친해졌으면 하는데.. 부탁인데 니가 1년동안만이라도 좋은 추억 만들어 줄 수 있겠니.?"
나 선뜻 대답 할 수 없었다. 거기서 바로 응 이라고 말하면 너무 헤퍼 보이고 아니 라고 말하면 오빠가 상쳐 받을것 같았다. 그래서 난 웃었다.
"웃음의 의미가 뭐야.?"
"그래.. 오빠 한테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줄게. 그대신 오빠도 나한테 좋은 추억 만들어 줄 수 있지.?"
오빠는 말 없이 환하게 웃었다. 우리는 어색했지만 행복했다. 생전 처음 남자한테 고백을 받아보고 그 고백을 받아 들이고..
어느새 노을이 졌다. 서로에게 더 솔직한 맘을 말해서 인가 더 편해 보였다.
난 다짐했다. 오빠에게 일년동안 만이라도 좋은 추억 많들어 줄것이라고.
그떄 여행에서는 그 일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오빠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글짓기보다는 서로에게 더 관심이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우리는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지냈다. 같은 학교여서 마주칠 기회는 많았지만 남들의 시선을 받는게 싫어서 몰래 몰래 만나기도 하고 연락도 하였다. 정말 하루하루가 다 행복이었다. 방학때는 오빠가 공부도 가르쳐 줬다. 오빠는 공부도 잘해서 차근 차근 가르쳐 주는게 머리에 쏙쏙 잘 들어왔다.
그렇게 오빠가 좋아하는 봄이 지나가고, 내가 좋아하는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왔다. 오빠는 슬슬 유학 준비를 해갔다.
오빠가 유학 얘기를 할때마다 속이 상했다. 이미 정들었는데 보내야 한다는게 너무 슬펐다. 어린나이, 정말 첫 사랑이었는데 아쉽게 보내야 된다는 생각에 잠도 잘 못잤다. 오빠도 그다지 즐거워 보이지는 않았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갈수록 어색해 졌다.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때문이었을까..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다. 첫눈이 오는날 우리는 우리가 처음 친해진 서울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첫눈이 오는날, 나는 예쁘게 치마도 입고 머리도 단정히 하고 서울역으로 갔다. 오빠는 그때 그 날처럼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항상 그랬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처음 본 오빠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는 손을 꼭 잡고 걸어다녔다.
오빠는 한국에서 맞는 마지막 눈이라고 했다. 그 말에 가슴이 찡했다. 이제 오빠를 보내야 할 시간이 가까왔기 때문이었다. 아마그때가.. 오빠와 함께 오래있었던 시간들 중에 마지막이었을것이다. 첫눈 온 날 바로 일주일 후에 오빠는 가게 되 있었다.
오빠가 유학을 가기 전 날, 우리집 앞 놀이터에서 만났다. 서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정 들어 버렸고 그 정을 떼어 내기엔 너무 서로 좋아져 버렸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봄아.. 미안해.."
"아냐..오빠.. 좋은 추억 만들어 줬는지 모르겠어.."
"봄이 너 덕분에 일년동안 정말 행복했고, 잊지 못할 거 같아."
"그런데 오빠. 오빠 유학가면 우리 이제 다시 못 만나는거야.?"
"글쎄.. 아마도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대학교까지 나올라면 적어도 10년은 있어야 할텐데.."
"그때 되면 우리 서로 잊게 될까.?"
"잊지 않아야지. "
"나 정말 않 잊을 수 있어?"
"응. 못잊을거 같애."
난 그만 울어 버렸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서로 싫어서 헤어진게 아니라 어쩔수 없이 헤어진다는것이 너무 속상했다.
"울지마..봄아.."
"오빠 너무 보고싶을거 같애."
"나도.. 오빠는.. 10년동안 봄이 못잊고 살 거 같은데.."
"정말..?"
"응. 정말이야. 10년후에..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봄이를 찾을게."
"날 어떻게.?"
"어떻게서든.꼭 찾을게."
"그럼 나 오빠 기다려도 되.?"
"나 기다려 줄 수 있어.?"
"나오빠 기다리고 싶어."
"그럼 꼭 기다려줘. 정말 멋진 사람 되서 올게. 그때는 봄이 곁에 떠나지 않을게."
"정말이지.?"
"응. 믿어."
"그럼 난 나중에.. 멋진 아나운서가 되서 TV에 나올게. 그럼 오빠 나 한눈에 알아 볼 수 있겠지?? "
"응. 꼭 멋진 아나운서가 되서 오빠가 한눈에 봄이 알아볼 수 있어야되.!"
"응.."
다음날 오빠는 미국으로 갔다.
오빠와의 약속을 이루기 위해서 난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다. 전교 5등 밖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었고, 항상 반에서는 1등을 하였다. 아나운서가 되려면 공부를 잘해야 했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했다. 고등학교도 좋은 고등학교를 갈 수 있었다.
난 어느새 고3이 되었다. 몸과 외모는 변했지만 난 그동안 오빠를 한시도 잊은적이 없었다.
요번 고3 딱 일년만 고생하면 멋진 대학생이 되서 아나운서가 될 거라고 믿었다.
그동안에 오빠와는 연락이 한번도 없었다. 첫사랑이어서 그런지 쉽게 잊혀 지지가 않은 오빠..
난 수능 시험도 잘 보았다. 내 점수로는 어느 대학이든지 갈 수 있었다.
난 신문방송학과를 지원하였다. 최대한 빨리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에게서 오빠의 소식을 들었다.
엄마의 말씀은 충격적이었다.
"봄아, 너 예전에 이 여름이라는 남자애 기억나.?"
"응? 응.! 엄마가 그 오빠를 어떻게 알아.?"
"걔네 엄마랑 네 작은 엄마랑 친구였잖니. "
"정말이야? 근데 그 사람이왜.?"
"한국에 왔다는 구나. 외국에서 결혼도 하고 왔데. "
난 순간 잘못들은줄 알았다. 다른 사람이겠지.. 다른사람이겠지..다른 사람이길 바랬다.
"확실해.? 다른 사람 아냐.?"
"아니야. 아까 네 작은 엄마랑 통화 했잖니. 그 아이 아들이 좀있으면 돌이라던데."
"저..정말..이야..?"
"응. 그래서 엄마도 가 보려고. 너도 같이 갈래.? 한때 알던 사이였잖아."
말도 안되.. 말도 안되.. 나 지금 꿈 꾸고 있는거야. 오빤 나 분명히 못 잊는다고 했는데..
난 집을 뛰쳐 나왔다.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다. 머리만 아팠다.
난 오빠의 아들 돌 잔치에 가지 않았다. 가고 싶지 않았다. 오빠가 너무 보고싶었지만 오빤 날 보면 당황스러울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아나운서의 꿈을 포기했다. 난 교대에 지원했다. 꼭 그래야 될 것 같았다.
몇년후에 오빠의 아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겠지. 그럼 그땐 나도 선생님이 되 있을거야. 내가 지금 우연히 오빠를 만나기 위한 방법은 그 것밖에 없어.
날 너무 비참하게 만든 오빠를 어떻게서든 꼭 만날거야.
악착같이 공부하고 시험보고, 그래서 난 지금 우정 초등학교 3-3반 을 맡게 된 것이다. 교실을 둘러보며 오빠와 닮은 아이를 찾았다. 아들이라서 더욱 닮았겠지..
내가 서울을 지원한 이유도 오빠가 서울로 이사를 왔다는 소리를 들어서이다.
난 선생의 입장에서, 오빠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우연히 만날것을 난 기대하고 있었다.
"혹시 아빠이름이 이 여름 인 사람.?"
처음 본 애들한테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이람.
나도 모르게 그 말이툭 튀어 나왔다.
애들은 웃었다.
"선생님.~ 이름이 여름이에요? 여름이래 웃기다 푸하하"
애들은 책상까지 치면서 웃었다. 난 화가 났다. 꼭 내 이름 가지고 놀리는 거 같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한 남자 아이만 웃지 않고 얼굴이 빨개 져 있었다.
설마 저 아이가..
출석부를 열고 그 아이의 이름을 찾았다. 아이의 이름은 이 하늘 이었다.
"자자 조용하고. 쉬는 시간에 하늘이는 선생님좀 잠깐 따라올래.?"
"네.."
아이는 자신감이 없어보였다. 조용해 보였다. 내가 아이한테 상처를 준 것이아닐까걱정됬다. 동명 이인 일 수도 있는데 아이한테 괜한 실수를 한 것 아닐까 미안했다.
"저 선생님 저 왔는데요."
"그래 여기 잠깐 앉아봐. 하늘이 아버지 성함이 이 여름 씨니?"
"네. 맞는데요."
설마..설마 했다. 이렇게 쉽게 만날 리가 없는데..
"아버지가 젊으시지?"
"네."
"음..혹시 아버지랑 엄마랑 외국에서 만났다는 얘기 들은 적 있니.?"
"네. 엄마랑 아빠랑 미국에서 결혼 하셨어요. 그런데 선생님 우리 아빠 알아요.?"
내가 찾던 오빠가 맞나보다. 아니 맞았다. 머리가 띵하니 아팠다.
"아..아니야. 그냥. 선생님 아는 사람이랑 닮은것 같아서.. 그래. 그럼 교실 가 보렴"
"네.."
하늘이와 오빠가 닮아 보였다. 난 수업중에도 하늘 이를 보면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럴때마다 난 아이들에게 감기기운때문에 그런다고 거짓말을 했다.
다른 아이들 보다 하늘이에게 더 신경이 쓰였다.
내가 기대하던 날이 왔다. 어버이 날이왔다. 우리 학교에서는 어버이 날에 부모님들을 초청하여 같이 수업을 하는 행사가 있는데 난 그 때 학교에 꼭 오빠가 와 주길 바랬다.
점심시간. 난 창문을 보면서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너무 예쁜 아이들. 비록 정말 선생님이 되고싶어서 선생님이 된 건 아니지만 난 점점 아이들을 사랑해 나가고 있었다. 가끔 내 속을 너무 썩여도 애교를 피우며 기분을 풀어주는 우리 예쁜 아이들..
어버이 날이 왔다. 학부모에게 공개 수업을 했는데 아이들은 잘 따라 주었다.
1교시가 지나도, 2교시가 지나도 오빠는 보이지 않았다.
3교시가 시작되는 종이 치고 난 또 교탁에 서서 수업을 하려고 하였다.
그때 누가 뒷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빠였다. 분명히 오빠였다. 난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오빠는 하늘이를 보고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오빤 날 알아보지 못했나 보다. 내 목소리는 점점 떨렸다. 그 3교시 수업을 어떻게 했는 줄 모른다.
수업이 다 끝나고 학부모들은 일일이 나에게 찾아와 인사를 했다.
그런데 또 오빠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난 다른 학부모에게 최선을 다해서 상담하고 인사해 드렸다. 학부모들과 아이들은 다 집에 가고 난 혼자 실망한체로 교실에 앉아 있었다.
"선생님.."
"응.?"
"저 선생님.. "
돌아 보았다. 오빠였다. 그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 못할만큼 가슴이 뛰었다.
난 끝까지 모른척을 하려고 했다.
"네. 하늘이 아버지시죠.?"
"네.. 저기 .. 여쭤볼 게 있는데요.."
"네. 뭐든지요."
"정말 뭐든지요.?"
"네. 제가 대답할 수 있는 한에선."
"혹시 지금 퇴근 시간이시면 저랑 얘기좀 할 수 있을까요.?"
오빠 목소리가 떨렸다. 나도 떨렸다.
"그. 그러세요."
오빠는 차를 가지고 왔다. 차를 타라고 했다. 거절 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조금 멀리 갔다. 차 안에서는 난 창 밖만 보았다. 난 선생님이고 오빠는 학부모인데..
그런데 우리는 그 순간만큼은 다 잊었다. 그리고 난 솔직히 봄이랑 여름이 오빠로 만나고 싶었다.
우리는 카페에 마주 앉았다. 교외라서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서로 아무말 도 할 수없었다.
"선생님.. 혹시 저 아시나요.?"
"네. 알거 같은데요. 저 아시죠.?"
"네.. 봄 선생님. 저 선생님 잘알아요."
난 바보같이 또 울어 버렸다. 그 순간 선생님과 학부모를 잊어 버렸다.
"여름이 오빠 맞아요.?"
"응 맞아. 봄이야.. 울지마.."
"왜 이렇게 나타났어.? 이런모습이면 나타나지를 말지. "
난 오빠에게 화내듯이 말했다. 오빠는 미안하다고만 하였다.
"미안해..미안해.. "
"지금 이런 말 하면 소용없겠지만 나 오빠 십년동안 한번도 잊은 적 없어. 오빠랑 한 약속 지키려고, 아나운서 되려고 공부도 열심히 했어. 근데 오빤 이렇게 된거야.?"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
"어쩔수가 없는데 애까지 낳아서 온거야.? 결혼도 하고.? "
"그게 아니라.."
"됬어. 듣기싫어. 내 십년동안 기다려오고 생각한것들이 한 순간에 깨질 줄은 몰랐어.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네. "
"내 말좀 들어봐.."
"오빠 같으면 이해 하겠어? 오빤 그때 그냥 어렸을 때 장난 한 거야.? 난 정말 진심이라고 믿었는데. 정말.."
"봄아..제발 내 얘기좀 들어봐.."
오빠도 울었다. 하지만 난 너무 화났다.
"됬어. 나 갈게."
난 뛰쳐 나왔다. 그런데 너무 멀리까지 와 버렸다. 가는 길도 모르는데..
누가뒤에서 안았다. 오빠였다.
"왜 날 못믿는건데. 왜 내 말은 안들으려고 하는건데.. 오빠 말좀 들어봐.."
난 너무 슬펐다. 바보야.. 먼저 떠난건 오빠잖아. .이제와서 왜 이러는데.. 난 오빠 품에 안겨서 실컷 울었다.
우리는 민박집에 방을 잡았다. 오빤 오늘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난 가겠다고 했다. 오빤 날 붙잡았다. 오빠의 손을 뿌리 칠 수 없었다.
너무 울어 눈이 팅팅 부은 날 오빤 안아 주었다.
"이러지마.. 오빤 아내도 있고 자식도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야. 나 남의 가정의 행복 깨트리고 싶지 않아."
오빤 말없이 계속 안아 주었다. 어깨가 따뜻하게 젖었다. 오빠가 울었다. 바보같이 오빤 왜 울어..
"봄아..오빠 얘기좀 들어줄래..?"
난 고개만 끄떡 거렸다.. 변명이라도 듣고 싶었다..
"유학가서.. 난 처음에 잘 적응하지 못했어.. 내가 가고 싶어서 간것도 아니었고.. 특히 정말 사랑하는 너를 두고 왔다는 생각에 너무 미안했고 너무 보고싶었고..
학교 생활도 잘 못하고 난 점점 약해져 갔거든.. 그런데 우리반에 한 여자애가 있었는데 그 애의 이름도 김 봄이더라구.. 생긴것도 너랑 정말 닮았었어.. 그 여자애는 특별히 나에게만 잘 해줬어.. 너랑 너무도 비슷한 사람이었기에 나도 조금씩 사랑하게 되었고.."
난 아무말 없이 듣고 있었다.
"내가 너무 적응 못하고 흔들리고 있어서 우리 어머니는 그 애와 내가 빨리 결혼 하기를 바라셨어.. 미국에서는 내 힘으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난 그 애와 결혼을 했지.. 그 와중에도 널 잊은적은 정말 없었어.. 난 지금 다른 여자랑 결혼하니깐.. 나 같은 나쁜 놈 버리고 봄이가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하길 바랬지..
십년동안 정말 날기다리고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고.. 우린 애기를 정말 빨리 낳았고,
애기가 돌 되갈때 한국에 왔어.. 우리엄마를 통해서 네 소식을 들을 수 있었어.. 선생님이 되었다고.. 나도 널 정말 만나고 싶었어. 그래서 아들 돌 잔치때 너의 어머니도 오라고 초청을 하였지만 넌 오지 않았지.. 니가 서울에 근무하게 됬다는 소리를 듣고 우리 아들을 서울로 전학 보냈어.. 혹시나 니가 맡은 반의 아이가 되지 않을지.."
오빠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몰랐어.. 날 이렇게 찾아줘서 고마워..
"그런데 널 정말 쉽게 만나게 되서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는데 걱정도 됬어. 괜히 옛날 얘기를 꺼내서 널 힘들게 하지 않을지.. 그리고 난 이미 한 여자의 남편과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는데.. "
"난.. 십년동안 무작정..기다렸어.. 그냥 .. 그냥 기다렸어.. 그런데 엄마한테 오빠 소식듣고 얼마나 놀랬는지.. 난 꿈을 바꿨어.. 선생님이 되서 오빠의 아들을 가르치겠다고. 그래서 우연히라도 오빠를 꼭 만나겠다고. 엄마를 통해서 오빠가 서울에 산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서울로 발령 나게 했어.. 그런데 이렇게 쉽게 만날 줄이야..
그런데 지금은 되돌릴 수 없네.. "
"미안하다.. "
"오빠.. 오빠 부인..이뻐..? 어떻게 생겻어..?"
"봄이랑 닮았어.. 그래서 내가 받아들였던 거고.. 그런데.. 지금 많이 아파.."
"아프다니..?"
"한번 크게 열이 나더니 눈이 안좋아.. 거의 실명 이래.."
"그렇구나.. "
"집사람 눈이.. 봄이랑 많이 닮았어.. 그런데 그 눈이 잘 안보인데서.. 너무 속상해.."
난 그냥 오빠 품에 안겼다. 다음날이 일요일이어서 난 출근을 안해도 되었다.
우리는 다음 날 헤어졌다. 연락 처를 주고 받았다. 이러면 안되는 걸 알지만 그냥 친하게라도 오빠와 지내고 싶었다.
"정신 차려봐요. !! 정신 차려요!!"
내 주위에 사람들이 둘러 쌓였다. 하늘이 노랬다. 내가 어딘가에 얹혀져셔 이동 되었다. 어지러웠다. 난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병원이었다. 옆에는 동료 선생님이 자고 있었다.
"정 선생님. 저 지금 모하구 잇는 거에요.?"
"선생님. 깨어났어요? 나 보여요.?"
"네.. 윽.. 여기..어디에요..?"
"병원이에요. !"
내 몸은 하얗게 미라처럼 붕대로 감싸 있었다. 단지 눈과, 입과, 귀와, 코만 성했을뿐 나머지는 내 몸이 아닌것 같았다.
오빠와 만난 다음날 나는 정선생님과 같이 술을 먹었다. 거기까진 기억난다.
난 술을 먹고 울었다고 한다. 너무 심하게 울어서 정선생님이 감당을 하지 못해서 다른 동료선생님을 부르려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난 찻길로 뛰쳐 나가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내가 왜 그랬지.. 내가 내 몸이 아니었나보다. 하지만 오빠를 만나고 난 뒤 슬픔과 충격이 너무 커서 그랬나보다.
내 몸상태를 물어봤다. 그냥 괜찮다고 했다.
한 몇달간만 입원하고 치료 받으면 깨끗히 낫는다고 했다. 난 그말을 믿었다.
하지만 내가 눈을 감고 있을때 의사들이 내가 자는 줄 알고 한 말을 들었다.
난 이제 얼마 못산다고 했다. 고통만 느껴지지 않을 뿐 곧 죽는다고 했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런데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오빠의 아내 봄 이라는 사람이 생각났다. 오빤 내 사고 소식을 아직 몰랐다. 그런데 우리반 반장 엄마가 학부모들에게 연락을 해서 단체로 병문안을 왔었다. 물론 오빠도..
다른 학부모들이 다 가고 오빠와 나는 또 단 둘이 잇을 수 있었다.
오빠는 날 보고 차마 말을 하지 못하였다.
"이렇게 추한 꼴 보여서 미안해.."
"미안하면 어서 나아.."
"그래야 될텐데.. 안되나봐.."
"무슨 소리야..?"
"나.. 고통은 느끼지 못할뿐이지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죽는데.."
"너 지금 장난해.??"
"장난아니야.! 그런데 난 지금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어. "
"왜 그러는데..왜.."
"내 인생의 반 이상을 오빠위해 살았는데 이젠 헛수고가 되었지.. 이 몸상태로 세상 살아갈 자신이 없어.."
"바보야.. 너 내가 알던 봄이니.? 봄이 맞아.?"
"미안해 오빠. 나 .. 한가지 부탁이 있어.."
"뭔데..."
"들어 줄 수 있어.? 마지막 부탁 할게.. 꼭 들어줄 수 있어.?"
"뭐든지 들어줄게. 말해봐."
"나.. 내몸 다 쓸모 없지만. . 내 눈만은 쓸모 있데.. 의사들이 신기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말인데.. 내 눈.. 오빠 부인.. 그 봄이라는 사람한테 줄 수 있을까..?"
"너 지금 무슨소리 하는거야.??"
"내 부탁이야. 그 사람. 나랑 닮았다며 . 눈도 닮았다며. 나 세상에 없을때.. 오빠 내 눈이라도 보면서 행복하라구.. 오빠 원래 행복했는데 나 만나고 나서 많이 힘들었잖아.. 내가 모를거 같애..?"
"됬어.필요없어. 나 그런말 들으려고 온 거 아냐."
"오빠 부인 이 병원 다니는거 알아. 난 그리고 장기 기증에 서약도 한 상태야. 내가 죽으면 나도 모르는 사람이 내 몸을 가져갈거야. 난 싫어. 난 내가 주고싶은 사람 주고 싶어. 오빠 부탁이야. 제발.."
"생각해볼게.."
오빤 바보같다. 내가 그냥 주겠다는데 무슨 생각인지.. 고맙게 받으면 되는데 왜 그러는지.. 점점 고통이 느껴진다. 이제 그만 살아야 된다는 신호인가 보다.. 난 의사선생님들에게 말했다. 이 병원에 '김 봄'이라는 눈이 안좋은 환자에게 내 눈을 기증하고 싶다고. 이미 부모님의 허라까지 다맡아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내가 죽은 뒤 언제라도 기증 할 수 있었다.
오빠는 문병을 한 번 더 왔다.
"오빠.. 나이제 고통도 조금씩 느껴지구.. 이제 그만 살라는 신호 같아.. 의사선생님들 한테 말해놨어.. 거절하지 말고 그렇게해. 내 마지막 소원이야.."
바보같이 오빤 또 울었다.
"그래.. 그래.. 니가 세상에 없더라도 집사람 눈 보면서 니 생각 많이 할게. 너 정말 잊지 않을게. 그리고 니 눈 정말 행복하게 해 줄게. 니 눈 가진 사람도 정말 행복하게 해 줄게.."
"고마워 오빠.. 나 정말 편히 .. 마음 편히 갈 수 있을거 같아.."
나는.. 그 날 밤.. 그녀에게 눈을 줄 수 있었다.
"여보.. 나 보여.?"
"네. 잘 보여요. "
"이거 몇개야.?"
"세 개요. 정말 잘 보여요."
"축하합니다. 성공이네요."
병실엔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내 가슴은 더 터질 것 같았다. 내 아내는 봄이의 눈을 이식 받았다. 그래서 인지 봄이랑 더 닮아 보인다.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난 봄이라고 생각하면서라도 더 잘 해 주고 싶다.
"여보..그런데 왜 난 자꾸 당신을 보면 눈물이 나오지요.? 그냥 가만히 있어도 당신을 보면 눈물이 나와요. 이상하네.."
봄이가 세상을 떠나기전 한 말이 떠올랐다..
오빠.. 어쩜.. 내 눈을 받은 오빠 아내는 오빠를 보면서 많이 울지도 모르겠어..
너무 좋아서..너무 슬퍼서.. 너무 아파서.. 난 지금 내 눈으로 다 표현을 하는데.. 내 눈에 내 모든것이 담겨 있는데.. 오빠와의 추억들.. 처음 만났을때부터 지금까지..
다 내 눈속에 기억되어 있는데.. 만약에 오빠 아내가 오빠를 보면서 울면 어쩌지.?
그럼.. 오빠아내의 눈에다 입마춤을 해 줄래.? 그럼 내 눈이 진정 될거야. 오빠 여기 있다구.. 오빠 여기 있으니깐 안심하라구..
봄이야.. 우리 이름때문에 서로 더 친해지고.. 더 가까워 질수 있어서.. 난 내이름이 널 만난뒤에 챙피하다고 생각해본적 없어.. 너때문에 세상이 아름다운걸 알았다..
고맙다..봄이야..
첫댓글 당신 엽혹진을 모르오!?!?!? 스크롤의 압박을생각하구려.
스크롤의 무한 압박...=>뷁...
이렇게 흘려버리기엔..그대의 정성이 안타깝구려..ㅜㅜㆀ 내꼭 끝까지 읽으리다!!ㅠㅠ
읽고 싶었지만 스크롤 ㅡㅡ; 아니면 좀 엔터를 많이 눌러주시지요ㅠ;
도저히 스크롤의 압박에는 못당하겠소...
아~아~ 언젠간 반드시 읽고 말겠소...ㅠ_ㅠ 반쯤읽었다오.......ㅠ_ㅠ 친구중에 글쓰는 친구가 있어서 그냥 넘기질 못하겠구료
읽다가 울어버렸어~~~~~~~~~~~~!!너무 길어서 하품하니깐 눈물이...-_ㅠ
ㅎㅎ , 겨우 읽었소이다 , 눈 아프구려 ,
소설란에... -_-/
매우 압박이오 읽은사람 간추려서 말해주시오!!!!!!!
그니깐....선생님이이름을...;;쀍! 소설란에 올리시던가..아님 간추려 줄거리라도..;;
스크롤바의 압박을 못이기고 마구 내리다가 눈에 띄는 말이 있으니..-_-;; 눈에다 입맞춤을 해줄래 - -;;;;; 와우a 뭔내용인지 - -;; 메롱님 땡큐구려..//
약간의 만연체로 쓰시면..;;[스크롤바의 압박이 대단하오;;]
ㅋㄷ, 저 다 읽었습니다,칭찬해주세요, -_-; 감동적이에요, 설정은 좀 황당하지만, 그래도 괜찮네요 ^_^*
압박이 심해서 미안하오....다읽지 못했소
x 스크롤의 압박 .x
소설가 해도 좋으시겠소.. 눈물이 나올 뻔하였소..
소설방으로...;
가!!
우어억 -ㅁ-!! 엔터 치시오 -_ㅜ;
다 읽었소-_-
신파는 싫은데...왜 죽여버리나요?ㅠ ㅜ 암튼 잘 쓰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