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함이 출출 넘치는 한 인간과, 가슴에 깊은 원한을 감춘 독새인간이
같은 쪽배에 탔다는 오월동주!
허풍선인 빙시 오나라왕 부차와 칼독사 월나라왕 구천의 이야기임다.
부차의 아버지 오왕에게 한번 뜨거운 맛을 본 구천, 이빨 뿌득뿌득 갈며
들에서 자고 쓸개즙 빨고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며, 원한의 칼날을 감추고
곁으로는 부차 앞에 꼬리 내려 빌빌 깁니다.
빙시 부차의 간을 키우기 위해 구천은 자기가 다스리는 월나라 방방곡곡을
이 잡듯 뒤져, 마침내 고대중국 최고의 미녀라는 서시를 발굴하게 되지요.
이 서시를 씻기고 다듬고 닦아 세뇌시킨 후, 진귀한 보화를 잔뜩 지참시켜
부차에게 여종으로 바치면서 치밀한 공작을 펼칩니다.
구천 왈,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대하신 부차대왕님이시어. 작고 보잘 것 없는
월나라 구천이 공경의 표시로 월나라 최고의 미녀를 선물로 올립니다.”
여기 더 보태 뭐라뭐라 잔뜩 아부하며 부차를 교란시키기 시작하는데,
얼마 뒤 다시 찾아가 기죽은 목소리로,
“위대한 대왕님이시어, 약한 소국인 우리나라에 몇 년째 기근이 들어 대왕님을 높이
숭봉하는 우리 백성들이 당장 굶어 죽게 생겼으니 부디 넓은 아량으로 보살펴 주시옵소서.” 카고 부차를 기고만장 시켜 곡식 일만 석을 일부러 빌려오지요.
그리고 갚을 때는 최하품만 골라 최상품이라 뻥치고,
독사답게 이것마저 뜨거운 물에 살짝 삶아 싣고 가서 월나라 최고의 벼종자라며 속입니다.
당연 씨앗이 트일 리 없지만, 달콤한 말에 넘어간 어리석은 부차는 토양 탓일 것이라며
전혀 의심치 않습니다.
이로 인해 오나라 백성들은 그해 당장 식량부족으로 시달리기 시작하는데
구천이 이 기회를 틈타 다시 쫓아가 알랑거리기를,
“천하제일의 부차대왕님이시여, 이제는 대왕님다운 최고위상의 대궁궐 고소대를 지어
만천하에 그 명성을 높이십시오. 제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재목과 석재와 건장하고
우수한 인부까지 아낌없이 후원하겠슴다.”
요렇게 재정압박을 슬쩍 유도시키고는 몰래 이웃나라에 가서 이간질을 시작합니다.
점점 간 커진 부차가 계략대로 이웃 노나라를 치러간 틈을 타,
“야호! 앗싸 기회가 왔다.” 카고 텅 빈 오나라를 덥석 덮쳐 지난날의 원한을 갚지요.
처지가 뒤바뀐 부차가 지치고 쇠하여진 형상으로 아들 셋 달고 비참한 몰골로 도망치면서,
“자비로운 월왕이시여! 그 지난 날 어려움에 처했을 때 몇 번이나 돌봐준 나의 옛정을
생각하여 부디 한 목숨 살려주십시오.”
카고 사정하지만, 독새 구천은 냉혹하게 뿌리칩니다.
“추하고 비굴한 놈, 오늘 꼭 월나라의 칼맛을 직접 맛보고 몇 동강나겠는가?”
부차는 결국 비탄하며 자결로 처참한 죽음을 마지 하는데,
“아! 구천의 음침한 계략을 일러주던 충신 오자서를 내쳤으니 내 어찌 저승에 가
그와 얼굴을 마주 대할 것인가. 서시의 미색에 빠져 스스로 눈귀를 막았으니
이로 인해 나라를 잃고 말았구나.”
카고 토한 피 움켜쥐며 생을 마감합니다.
누구나 세상 살아가자면 앞을 예측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다 파보고 다 드러내 툭툭 털지 않더라도, 작은 부분만 보고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예지력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꽤나 많이 있지요.
일엽낙지 천하추(一葉落知 天下秋)라,
떨어지는 나무이파리 하나 보고도 다가오는 가을을 안다는 요 말과,
한 점 고기만 맛보고도 큰 솥 안의 고기 맛을 모두 짐작하는 요리사.
그리고 현명하신 5060 동행친구분들은 모두 지혜가 넘쳐나시니 험난한 세파를
잘 헤쳐나가실 것입니다.
맛나 많이 자시고 복 가득 받으십시오.
첫댓글 기차 타고 동대구 지나는 중입니다
덕분에 재미있게 읽으며 여행 합니다
이곳은 맑은날이네요
동대구지나 부산까지 오삼요.
역에 마중나가 맛나 대접하지요.
@무역풍 포항이 목적지 랍니다
다음 기회에 부산 모임 한번 주선해 주시면
무조건 달려 갑니다
@무역풍 제가 코레일에서 부산지사 기계관리장으로 정년하였는데
틈만 나면 동대구로 출장다녔지요.
@박영란(근정) 함박꽃여사가 주관하면요.(삐껴 있지 않나 싶슴다.)
부산 영감 할매들 다 어디 있는지 두드려도 무소식이네요.
@무역풍 모인다고 하면
나타나실 겁니다 ㅎㅎ
@박영란(근정) 우리는 성질이 급하고 고약해서 내일도 말고 오늘카면
당장 튀나갑니다.
함박여사 한번 꼬아볼까 말까..
그런데 년말은 구석구석에서 뽈뽈 나오고 여차하면 시비초래하고
하여 12월은 고요하게 지내려고 노력하지요.
우쨌건 겨울은 동면하고 봄날에 몇 명 달고 놀러오삼
@무역풍
감언이설을 피해가는
지혜로움을
생각해 봅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잘 지네시죠!
제가 출판사에 보낸 원고의 작가 최종검토본이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지요.
요게 내려오면 당분간은 바쁘고,
시간 좀 있을 때 희연여사님 등장하는 일인칭 단편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