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가을
야구 시즌이 끝난 지금부터
스프링캠프가 끝나는 내년 봄까지는
야구팬들에게는 지리한 시간입니다.
올해 야구는
미라클 두산 이라는 별명을 증명 이라도 하듯이
또 한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김현수가 가고,
민병헌,양의지가 없어도 두산은 뚝심있게
없는 자릴 아쉬워 하지않고
자신들만의 야구를 완성했습니다.
20 여년 전
그러니까 OB 베어즈의 김상진 투수 전성기시절
그의 경기를 보기위해 잠실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배영수 투수를 처음봤습니다.
아직은 애띈 얼굴의 배영수는
타자 무릎으로 낮게 깔리는 빨래줄같은 속구로
투산 타자를 돌려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날 경기는 두산이 3-2로 이겼고,
승리의 기쁨 보다는
어린 투수가 사로잡은 제 눈은
경기내내 3루 덕아웃으로 향하곤 했습니다.
이제
그가 떠납니다.
지난 몆 년간의 맘고생을 보상 받듯이
누구도 기대하지 못 한 아름다운 퇴장을 선언했습니다.
긴 터널이라고 생각한 힘든 시간속에서
좌절하지않고 새로운 시작을 도전한 선수이기에
그의 은퇴는 제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아무도 그를 생각하지 않았을 그 시점에,
불펜을 향해 배영수를 콜해 부른 김태영 감독은
아직 마운드 위에있는 불펜 에이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않고,
마치 실수인양
한 이닝에 마운드를 두번 방문하는 꾀로
자연스레 투수교체를 만들어 주어
투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우승 순간의 마운드에 그를 세워줍니다.
풍부한 경험을 두루가진 감독이
실수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베테랑의 맘고생을
말하진 않았지만 알고 있었다는 의미이고
생생내지않게 배려하는 그의 마음이
선수에게도 통한 듯
감동을 주었습니다.
가을 라이딩을 하는 계절입니다.
아파서,
너무 아파서
빨갛게 멍든 단풍으로 다가 오기도하고
다시 올 이른 봄
아름다운 초록잎을 새로이 만들기위해
아품을 떨어내리는 것으로
다가오기도 한 가을을 보고왔습니다.
그리움이 너무깊어
긴 기다림이 되었든지,
기다림이 모자라
그리움이 되었는지 모를 가을은
이렇게
아름다운 청년의 퇴장을 배웅합니다.
그리고
죄절 할 때 가 새로운 시작을 할 때라고 인터뷰한
청년에게 또 깊은 가르침을 받습니다.
남은 가을
눈에 담아야 할 가을이 아직 곳곳에 남았습니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즐거운 가을을 만끽하십시오.
첫댓글 멋진사진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좋은말씀에 공감합니다.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드네요.
누구나 겪어야하는 삶의 무게라 덤덤해 집니다.
이가을 멋진글 입니다~~
푸른피의에이스..25번
아름다운 퇴장...
'손뼉 칠 때 떠나라'
아마도 욕심에 내려놓지 못해 시기를 놓치면 부끄러운 퇴장을 맞을 수도 있겠죠?
여러 생각에 잠기는 글입니다.
벌써 가을도 떠날 채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다가올 내년 봄, 새싹에게 자리를 양보하려는 아름다운 퇴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