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5. 3. 21. 금요일.
봄이 우리의 곁에 더욱 가까이 왔다.
오후에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서호쉼터로 나가서 한 바퀴를 천천히 돌았다.
2,565m 등허리뼈 많이 굽혀진 나한테는 천천히 걷는 것조차도 벅차다.
그래도 운동삼아서 천천히 걸었다.
밤중에 컴퓨터에 저장한 내 글을 고르기 시작했다.
<한국국보문학> 동인문집에 낼 글을 골라야 하는데 자꾸만 망설인다.
덕분에 오래 전에 컴퓨터로 쓴 일기를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아래의 글이 보이기에 퍼서 여기 '세상사는이야기방'에 올린다.
이 글 쓸 당시(2013. 11.)에는 내가 시골에서 살 때이다.
내가 서울로 잠깐 올라와서 컴퓨터 자판기를 두둘겼다.
오래 전에 다다닥하면서 쓴 일기를 여기 '세상사는 이야기방'에 올린다.
동인문집에 올릴 글은 더 골라야겠다.
너무하는구먼
최윤환 2013. 11. 17
1.
어제였다. 돼지감자(뚱딴지)를 큰 것으로 고르는데 이웃집 남자가 마당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뚱뚱한 몸집에 어둔한 행동거지를 지닌 초로의 사내가 주머니에서 지전을 꺼내서 내게 건네주었다. 쌀 도지다.
지난해보다도 약간 더 많은 금액이다. 쌀 한 가마(80kg)에 165,000원.
'저런 너무 하는군요. 지난해보다 5,000원밖에 오르지 않았다니, 농사꾼들은 정부를 상대로 데모라도 해야겠군요. 나는 가만히 앉아서 도지나 받으니 고마우면서도 미안합니다.'
'별 말씀을 다. 땅 없는 내가 더 고맙지요.'
쌀 한 가마(80kg) 값.
2010년 120,000원
2011년 160,000원
2012년 160,000원
2013년 165,000원
2010년에는 12만 원.
농민들이 분노하여 벼를 쌓아놓고 불 지르며, 대대적으로 데모했다.
정부는 2011년에는 벼 수매 가격을 대폭 올렸다.
2013년 쌀값은 지난해보다도 5,000원 더 올랐다. 연 3.1% 가격 상승이다. 농민들이 또 한 차례 데모를 벌려야 화가 풀릴 게다. 어쩌면 2014년에는 인상율이 조금 더 상승할 수도 있겠다.
어제, 서울로 올라온 뒤에 인터넷으로 내가 재배하기 시작한 돼지감자(뚱딴지) 가격을 조회했다. 자주색 뚱딴지는 10kg 39,000원. 흰색은 23,000원.
돼지감자의 가격과 쌀값을 비교하면 어처구니가 없게도 쌀값이 싸다.
쌀은 10kg 20,620원.
쌀은 주요 식량이다.
간식거리나 반찬용으로 치부하기에도 낯 간지러운 뚱딴지가 훨씬 비싼 세상이다.
돼지감자와 감자를 비교하면 더욱 기가 차다.
식량과 반찬용인 감자는 10kg에 7,500원.
몇년 전 대전의 누나는 뚱딴지 6알을 시골로 가져와서 내게 건네주었다.
해마다 증식했더니만 지금은 몇 가마나 수확할 만큼 그 소출양이 무지하게 많았다.
올해의 경우다. 한 포기에서 무려 55개의 수자를 헤아린 경우도 있다. 평균 10여 개쯤 매달렸다. 그 번식력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했다. 면적당 수확량이 많다는 감자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돼지감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돼지감자가 왜 이렇게 비싸냐?
당뇨병에 좋다는 이유로, 다이어트에 유익하다는 구실로 가격이 다른 식량보다 월등히 비싼 것은 농사꾼이나 유통업자의 농간이나 사기성이 짙다.
돼지감자를 재배하기 시작한 나로서는 돼지감자의 가격이 비싸야 할 이유가 하등 없다. 밭의 풀이 지겨워서, 노는 땅의 억센 잡초를 잡기 위해서 재배를 시작했다. 파종도 쉽고, 수확하기도 간단하고, 면적당 수확량이 엄청나게 많고, 또 보관하기에도 수월한 작물이다.
고구마, 감자는 가을에 캐지 않으면 겨울철 냉해를 입어서 몽땅 썩는다. 이에 비하여 뚱딴지는 캐지 않고 방치해도, 그 혹독한 겨울철에도 싱싱하게 살아 있다. 나처럼 보온시설도 없고, 소비할 방법도 없는 처지로서는 뚱딴지는 내게 참으로 재배하기 수월한 작물이 되었다.
지난해에도 남한테 나눠주기 시작했으며, 올해에도 몇 군데 나눠주었다.
게으른 농사꾼인 나로서는 다른 작물의 재배에는 늘 실패했지만 노동력이 거의 안 드는 뚱딴지 재배에는 어느 정도껏 성공했다는 뜻도 되겠다.
당뇨병 환자인 내가 끼니마다 돼지감자를 잘게 썰어서 고추장 찍거나, 매실발효주에 담궈 먹는다 해도 그 양은 극히 제한적이다. 먹을 양보다 많다고 해서 장날 장터에서 팔 수도 없다. 좌전 벌리고 앉아서 뜨내기 장사꾼마냥 이를 판다면 지방신문 가십거리로도 훌륭할 게다.
2.
돼지감자는 자주색과 흰색의 종류가 있다. 자주색깔이 훨씬 효능이 많다며, 가격도 고가로 형성되었다. 내가 보기에는 농사꾼과 유통업자의 농간에 불과하다고 본다. 요즘 웰빙시대, 힐링시대라고 해서 색깔이 있는 음식물에 약효가 훨씬 많은 양 홍보하며, 소비자를 유혹한다.
그런데 색깔이 없는 식재료가 있느냐? 그 어떤 식재료에도 색깔이 있다. 색깔 가운데 가장 근본이 되는 색깔이 흰색이 아니더냐? 밝다, 환하다, 생명의 근원은 밝음과 온화이다. 밝음과 온화를 의미하는 태양이다. 붉은 것보다 더 밝은 색은 흰색이다. 그런데도 이런 흰색을 제외하고는 요상한 색깔의 식재료를 더 홍보한다. 지금껏 재배하지 못했다가 생물 유전의 조작과 외래 식물의 도입으로 인한 다양한 색깔의 식재료가 등장했다. 지금껏 없었던 것이 새로 있다고 해서 이게 무슨 큰 약효가 있는 양 과대포장해서 홍보한다. 귀가 엷어서, 논리적 사고력이 부족하거나 교활한 지식장사꾼은 남의 말을 쉽게 믿으며, 남을 쉽게도 속인다.
내가 보기에는 자주색 돼지감자나 흰색 돼지감자나 식재료의 영양가, 약효는 거의 같다고 본다. 혹시 차이가 있다면 한강물에 오줌 한 번 눈 정도의 미미한 수준일 게다. 이론과 논리상 약효가 전혀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친 과대포장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2013. 11. 17. 일요일. 바람의 아들(최윤환)
추가 :
* 2024년 가을
내 고향에서는 쌀 80kg 한 가마니 가격은 16만원 했다.
14년 전인 2010년 가을의 쌀값과 같다니.....
정부는 해마다 해외에서 쌀 40만 8,700톤을 수입한다.
현실이 이러하니 벼농사 짓은 농민들은 해년대년 가난해야만 하는지....
농민들은 쌀값 올려달라고 데모(시위)라도 했으면 싶다.
2025. 3. 21. 금요일 밤에..... 글 복사해서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