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자연스러움이요 인간은 꾸밈이다
김 난 석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인가?
이건 산수일 뿐이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하나다.
이건 사랑이요
두 몸이 하나로 정신적 결합을 하는 것이라니 그런거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셋이라고도 하는데
이것도 사랑이다.
사랑이 사랑을 낳기 때문이다.
옷은 날개가 아니다.
옷은 몸에 걸치는 거고, 날개는 어깨에 달린 건데
어찌 옷이 날개인가?
허나 이건 논리학 이야기일 뿐이다.
"옷이 날개라지만"
이건 수필방에 올려진 어느 수필 제목이다.(수필방 글번호 10551)
옷이 날개라고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뉴앙스를 풍기는데
그 내용을 읽고 보면 그냥 단아한 수필 한 편일 뿐이요
문학은 꾸밈이니 그냥 즐기면 된다.
이를 누가 검열하려 든다면 어찌해야 할까?
흔히 음식문화, 의상문화, 전통문화, 성문화 등을 이야기하는데
이런 것들은 다 꾸밈이다.
솔잎 우려낸 뒤에 잣 두어 개 띄워놓고 "솔바람차" 라 한다.(음식문화)
멀쩡한 치마를 잘라내어 팬티가 보일 듯 말 듯 하는 걸 좋아하다가
아예 치마를 벗어버리고 핫팬츠라 하는가 하면(의상문화)
부부 사이에 "여보 여보" 하다가 아무나에게 "자기야 자기야" 하며
합궁하는 게 시대풍조이기도 하다(성문화)
꾸밈 즉 문화(culture)는 경작이나 꾸밈이 그 어원(語源)이라 한다.
인간은 발가벗은 상태로 태어나 얼마간은 가슴이며 사타구니며
더 은밀한 부분까지 다 내보이면서도 스스럼없이 살아간다.
어디 육신뿐이겠는가.
때론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여과 없이 토해내기도 하는데
이게 인간의 원형일 게다.
그러나 한 살 두 살 해를 더해가면서
드러내 보인 부분들을 하나씩 가리기 시작하고
언어의 기교 또한 복잡 미묘해지기 시작한다.
좋아하면서도 감추거나
그리워하면서도 보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어디 감정뿐이겠는가.
단순한 육신을 꾸미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니
자신의 육신에 덧대거나 붙이고 가리개를 한다거나
긴 손톱을 빨갛게 물들이는 것들이 그것이다.
인간은 고양(高揚)의 한 수단으로 복잡 미묘한 꾸밈을 추구한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부턴가는 다시 고양의 한 수단으로
원형으로 회귀하려 한다.
말하자면 인간은 원형과 꾸밈 사이를 드나들면서
가장 아름다운 시점을 찾아 헤매는 에트랑제인지도 모른다.
원형과 꾸밈의 순환 속에서 나의 시각은 지금 몇 시를 지나고 있는가?
원형과 꾸밈을 드나드는 나는 무엇을 고양시키려 하는가?
현란한 꾸밈 속에서 원형을 들여다보거나
단아한 원형 속에서 현란한 꾸밈을 들여다봤을 때
미묘한 감흥이 느껴지기도 하느니
꽃 피고 지는 이 봄날
원형과 꾸밈을 생각의 머리맡에 가까이 놓아보는 것도 좋으리라.
때론 봄날의 단아한 원형에서 현란한 꾸밈을 들여다보거나
때론 현란한 꾸밈에서 단아한 원형을 들여다보면서
생각에 잠겨보는 것도 좋으려니
이 화사한 봄날, 피고 지는 꽃잎에서
한 조각 분홍빛 아름다움을 떼어내 가슴에 달아보는 것도 좋으리라.
아이야
내 앞의 뜰에는 찬바람을 안고
무던히도 쌓여 쌓여 무거운 눈을 머리에 이고
긴긴 겨울을 견디더니 기어이 감내하고
하얀 꽃잎이 피는 목련이 있더란다
가지가지마다 추운 겨울에 멍이 들어
푸르기까지 하도록 멍이 들어
견디다 견디다 새봄을 맞으려니
그렇게도 대견스러웠던 모양이더구나
그러기에 하얀 꽃잎을, 잎새 하나 없는
하얀 꽃잎을 피워냈으리라
남풍이 불어 분홍 꽃 소식 만발하려니
그러면 홀연히 잎을 내리고 땅 속으로 가시겠지만
머지않아 그 떨어진 꽃잎을 자양으로
분홍빛
분홍빛 벚꽃은 만발하리라.
몽촌토성에 들어서노라니 꽃보다 더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두 청춘 남녀의 올려다 보고 내려다 보는 모습이었는데
나에게 봄은 무엇인가?
이 해의 봄도 눈 녹은 가지에서 매화로 피어나
담 너머로 수줍게 고개 들던 목련 잎을 여의고
언덕배기에 올라서서 벚꽃 화설(花雪)로 휘날리다가
아카시아 꽃 페로몬 향을 뿌려대며 녹음 속으로 숨어들려니
봄의 마지막 치맛자락이 사라지기 전에 저고리 팔에 걸고
흩어진 꽃길을 따라 가만가만 뒤를 걸어보리라.
불길이 꺼져버린 곳엔 차디찬 무생물만 남으려니
그처럼 보기 흉한 게 또 어디 있으랴.
다 식어가는 화롯불일망정 다독거려
따뜻한 불씨는 꺼지지 않도록 보듬어나가야 할지니
연인의 손목을 잡고 개여울을 건너는 기분으로
봄의 끝동이라도 잡고 가리라.
불길 중에서도 아름다운 성(性)의 불길이 으뜸이라 하나
자연 앞에 희열을 느껴보는 게 어찌 성의 불길만 못하랴.
이제 일 이월 지나고 삼월 첫째 날이다.
꽃은 피고 질 텐데
나자
나자
걸망 하나 걸머메고
봄처녀 머뭇거리는 들로 산으로 나자
이 봄이 이 봄을 저버리진 않으려니.
네에 내일도 행복하시고요.
석촌님의 고운 글을 오랜만에 읽습니다.
모나지 않으면서 격조 있는 문장을 단숨에 읽었습니다.
출석 댓글로나마 이렇게 글을 섞을 수 있어서 좋네요.
석촌님이 시인이란 걸 작년에 알고 시집을 찾아 읽었더랬습니다.
조만간 그 시집에 대한 감상을 쓸 생각입니다.
감히,,^^
아이구우 그랬나요?
못난 책인걸요.
제가 드릴걸 그랬네요.
석촌님 너무도 궁금했는데
오랜만에 출석부에서
뵈오니 너무도 반가워요
잘지내고 계시죠?
항상 건강하시고
3월달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오잉?
잘 지내지요?
환절기 감기도 조심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