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사춘기 시절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와 음악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지난 1980년에 만들어진 ‘라 붐’(La Boum)도 그런 영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추억 속에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이 들어 있는 사람은 그 추억 속의 연인과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불러오게 됩니다. 첫사랑의 연인이 없다해도 떠올릴 수 있는 공통의 연인은 있습니다. 바로 80년대 초의 ‘책받침 연인’ 소피 마르소(Sophie Marceau)입니다.
◉영화 ‘라 붐’은 소피 마르소가 출연한 첫 영화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은 나이인 13살 때 7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습니다. ‘La Boum’은 파티를 말합니다. ‘The Party’와 같은 말입니다. 영화 속 소피 마르소가 첫사랑을 만나게 되는 장소가 바로 파티장이어서 붙여진 제목입니다.
◉영화는 파리로 이사 온 13살의 소녀가 겪게 되는 풋풋한 첫사랑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보다 영화를 유명하게 만든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말할 것도 없이 만인의 연인이 된 소피 마르소입니다. 남자친구가 파티장에서 소피 마르소에게 헤드폰을 씌워주는 장면도 유명합니다. 영화를 못 본 사람도 이 장면은 거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헤드폰 속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사랑 노래 ‘Reality’도 영화를 유명하게 만드는 데 한몫했습니다.
◉연애편지라는 뜻의 팀이름을 가진 팬텀싱어의 레떼아모르입니다. 지난주 팀의 마지막 공연에서 팀의 이름에 걸맞게 바로 ‘라 붐’의 ‘Reality’를 소환해 왔습니다. 연애편지 같은 달콤한 사랑의 노래로 듣는 사람들을 추억 속으로 이끌어 가며 기억에 남는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디즈니 ‘피노키오’의 ost이자 디즈니의 상징 노래인 ‘When You Wish Upon a Star’가 중간에 자연스럽게 매시업으로 녹아들어갔습니다. 별을 보며 소원을 비는 이 노래가 김민석과 김성식의 목소리에 담기면서 ‘Reality’가 사랑과 꿈을 담은 동화 같은 노래로 재탄생했습니다. https://youtu.be/nfCbiOdQPks
◉이 노래를 부른 원곡 가수는 영국의 리처드 샌더슨입니다.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이 노래가 유명해지면서 덩달아 유명해졌습니다. 20대에 이 노래를 불렀던 그는 이제 70 고개를 눈앞에 둔 노장이 됐습니다. 당시 10대였던 소피 마르소는 지난 세월 동안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은 50대 중반의 여인이 됐습니다. 80년대 함께 ‘책받침 연인’이었던 브룩 쉴즈와 피비 케이츠의 존재감이 사라진 데 비해 그래도 소피 마르소는 여전히 아름다운 중년 여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Reality’입니다. https://youtu.be/qoTWfPbc8iE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를 담은 ‘Reality’는 이수현의 따뜻하고 예쁜 목소리와 너무 잘 어울립니다. 국내 여러 가수가 이 노래를 커버했지만 단연 이수현이 ‘짱’입니다. 코로나19로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함께 힐링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마련된 ‘비긴 어게인’ 버스킹 무대입니다. 이수현의 상쾌한 목소리가 해발 천 미터가 넘는 강원도 평창 포레스트 파크 주변 숲의 여름밤을 가릅니다. https://youtu.be/YJJ7MMoY7oE
◉‘라 붐’의 2편은 2년 뒤인 1982년에 만들어집니다. 16살에 소피 마르소가 더 귀여워지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출연합니다. 젊은 청춘의 사랑 이야기에 나이 든 사람의 사랑 이야기도 양념처럼 곁들여지는 영화입니다. 2편 영화도 흥행에 성공합니다. 그래서 1편 만한 2편이 없다는 속설을 깬 영화 중의 하나가 됐습니다. 연속적인 영화의 성공으로 소피 마르소는 프랑스와 유럽의 아이돌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영화와 함께 2편의 주제가 ‘Your Eyes’도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노래를 부른 그룹은 1980년에 결성된 영국 리버풀의 4인조 밴드 쿡 다 북스 (Cook da Books)였습니다. 이들은 이 노래로 상당한 명성을 얻었지만 1980년대 후반에 해체되면서 그 명성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영화속에서 여러차례 등장했던 ‘Your Eyes’입니다. 가사 자막이 있습니다. https://youtu.be/YRWtADqcugM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노래나 영화를 만나면 사람들은 대체로 푸근해지는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추억이 주는 각자 나름의 사소한 기쁨들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라떼’를 남발하며 과거에 묻혀 사는 것은 문제가 있어 특히 젊은 사람들의 눈총을 자주 받게 됩니다. 하지만 포근하고 따뜻한 기억과 추억을 틈틈이 불러오는 것은 살아가는 활력이 됩니다. 추억은 과거에서 멈추지 않고 미래와 연결되는 좋은 친구이기 때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