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醫學)이 치외법권의 영역일 수는 없다 서정수(회원)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을 한 마디로 평가하기는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각기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다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어서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소위 '노무현 정신'에 대해서 무엇이 노무현 정신인지도 잘 모른다. 그런데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권위주의 타파’는 인정하고 싶다. 물론 권위주의 타파가 다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권위주의 타파의 한 예로서,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평검사들과 검사 인사와 검찰개혁에 대한 공개토론을 하던 중 수원 지검의 이모 검사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청탁 의혹을 제기하자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부정하는 답변을 하면서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것이지요"라는 말을 한 후부터 그 말이 정치권에서 한동안 유행어처럼 번진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 의료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마찰을 둘러싼 각종 기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 눈에 띈 것은. 신문 헤드라인에 “의협 차기 회장, 尹·李 회담에 ‘의대증원’ 정치인이 결정할 문제 아냐”라든가, 정부 방침 “백지화 없이 어떤 협상도 없다”라는 문구였다. 이를 보자마자 내 머릿속에서는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것이지요?”라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내뱉었던 말이 떠올랐다. 정치란 무엇이고 정치인은 무엇인가? 흔히 정치란 正而治民이라고 한다. 좀 더 학술적인 표현으로는 국가의 주권자가 국가 권력을 행사하여 그 영토와 국민을 다스리는 일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정치란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행위일 것이다. 그러니까 정치는 철학적 영역에 속한다. 학문에서 철학은 나무의 뿌리에 해당한다면 개별 학문분야는 가지와 잎에 해당한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은 철인정치를 주장했고, 공자는 자신의 정치철학과 도덕정치를 펼치고 싶어 ‘상갓집 개’라는 업신여김을 당하면서도 14년간이나 나라 저 나라를 찾아다니며 자기의 정치철학을 단 하루라고 펼치고 싶어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치는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보장하고 더 잘 발전시키기 위하여 여러 가지 분야의 정책을 수립하고 진행하기 위하여 국민의 위임을 받아 통치행위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국가권력을 절대 권력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의학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고 날이 갈수록 더욱 다양하게 세분화되어 발전하고 있지만, 국가라는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개별 분야로서 치외법권의 영역일 수는 없다. 지금 일부 의료계 인사들의 언행을 보면 지나친 집단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것 같은 인상은 준다. 의료계 나름대로 사정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쟁점에 대한 타협과 통합의 자세조차 보이지 않는 태도는 국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물론, 국민들은 정부와 의료계 주장 중 어느 한 편을 들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정신의 테두리 안에서 합리적이고 순리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요즘 일반 국민들은 너무나 피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