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사랑, 왜, 어떻게 하나?_한글문화연대, 2003
차례
우리말 사랑, 왜, 어떻게 하나?
우리말과 한글의 오늘과 내일
우리말 사랑 왜 해야 하나?
국어가 경쟁력이다.
우리말 사랑 비판, 무엇이 잘못되었나?
영어 공용어론의 잘못
한자 진흥론의 잘못
새 말 만들기의 방법
우리말 사랑, 어떻게 하나?
우리말 사랑, 왜, 어떻게 하나?
오늘날 우리말과 한글은 천덕꾸러기가 되었습니다. 정부나 언론, 기업들이 세계화 시대라고 하여 우리말을 홀대하고 외국어 배우기만 강조하다보니 우리말은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최근 몇 해 사이에 영어로 이름 짓고 영어를 섞어 쓰는 경향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거리는 온통 영문 간판으로 채워지고 한글은 버림받고 힘없는 존재가 되어 갑니다. 그리하여 우리말과 한글을 갈고 닦는 일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어렵다고 하여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우리말을 더욱 갈고 닦아서 한국어가 세계의 문화어로 우뚝 서고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인 한글만으로 글자 생활을 하는 그 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여야 합니다. 한글문화연대는 그 목표를 위해 조그만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 이 작은 책자를 냅니다. 우리가 우리말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데 이 책자가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 같이 한글을 지키고 우리말을 닦는 데 힘을 보태시기 바랍니다.
우리말과 한글의 오늘과 내일
우리말과 한글의 위상은 끊임없이 변해왔다. 긍정적인 변화도 많이 있었지만,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는 현상도 나타난다.
◎ 우리말은 예전에 한문과 한자에 짓눌렸고 일본어로 오염되었으나 그동안 상당히 개선되었다.
◎ 한문이 국한문 혼용으로 바뀌고 또 그것이 한글 전용의 방향으로 많이 바뀌어 한글이 글자 생활의 중심이 되었다.
◎ 그러나 영어의 침투가 점점 심해져서 우리말과 글에 영어 어휘가 많이 섞이고 영문자를 한글과 섞어 쓰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 영어의 힘이 커지자 우리나라에서도 영어 교육이 강조되고 심지어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 이와 더불어 동북아 교류를 위해 한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나타났고, 한자 사교육이 많아지게 되었다.
◎ 정부와 기업, 언론 등 사회의 주류가 영어나 한자 교육만 강조하고 국어 교육을 경시하여 국민들의 국어 능력이 매우 떨어지고 있다.
◎ 인터넷 통신의 보급으로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통신 언어가 만연하여 국어를 왜곡, 파괴하고 있다.
◎ 통신 수단의 발달로 지역 사투리들이 점차 사라지고 표준말로 통합되는 경향이 강해진다.
◎ 이런 경향이 지속되면, 우리말은 영어와 뒤섞인 튀기 말이 되고 지역 사투리는 없어지며, 우리글은 한글과 영문자, 한자가 뒤섞인 글이 될 것이다.
◎ 그렇게 되면 한국어는 문화어로서의 지위를 잃고, 고유어에 바탕을 둔 고유한 학문과 문명을 일구지 못할 것이다. 한국의 언어와 문명은 중심지 학문과 문명의 아류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말 사랑, 왜 해야 하나?
우리말을 왜 사랑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말 사랑은 당연한 일이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다.
◎ 우리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간직한 고유한 문화의 뿌리를 갈고 닦는 것은 당연한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다.
◎ 후손에게 물려줄 가장 귀중한 유산이 우리말이다. 이를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 물려주어야 한다.
◎ 우리말의 질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말을 문화어, 학술어, 전문어로 갈고 닦기 위해서 우리말을 사랑해야 한다.
◎ 계층 갈등을 줄이고 국민 통합을 이루며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다. 가진 사람들은 외국 말글을 배우기 쉽고, 못 가진 사람은 배우기 어렵다. 외국 말글이 침투할수록 사회적 불평등과 그에 따른 갈등이 커진다.
◎ 말은 정신문명의 핵심이다. 우리말이 발전하는 것이 우리 정신문명이 발전하는 지름길이다.
◎ 한글과 한국어의 발전은 물질문명의 발전에도 이바지한다. 한글 정보화가 대표적인 경우다.
국어가 경쟁력이다.
영어가 경쟁력이라고 하여 영어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기 시작한 지 벌써 여러 해 되었다. 요즘에는 중국어와 한자 배우기 열풍까지 불고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하면 오히려 국어와 한글이 경쟁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한글의 우수성이 경쟁력을 키운다.
◆ 한글은 정보통신 시대에 적합한 매우 효율적인 글자다.
․ 한글은 정보화가 쉽기 때문에 인터넷, 손전화 등 한국의 정보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달하였다.
․ 한글을 통한 인터넷의 발달로 시민 사회가 발전하고 시민 참여 민주주의가 성장한다.
․ 한글 정보화와 한글의 손쉬운 보급은 주체성 있는 고유문화를 발전시킬 밑거름이 된다.
◆ 한글이 쉽기 때문에 우리의 문맹 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낮고, 국민 전체의 지식수준이 높아졌다. 또, 한글 세계화를 통해 세계 문맹 퇴치에 이바지하고 한국의 위상을 올릴 수 있다.
◎ 우리말을 잘 해야 경쟁력이 생긴다.
◆ 우리말을 잘 해야 의사소통이 효율적이고 분명하게 된다. 그래야 경쟁력이 생긴다.
◆ 우리말을 잘 해야 말과 글의 수준이 올라가고, 문화 수준 전반이 높아진다.
우리말 사랑 비판, 무엇이 잘못 되었나?
우리말 사랑 운동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외국어를 자유로이 받아들이는 것이 열린 사고이고 그래야 우리말도 풍부해진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런 주장들과 그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 우리말 사랑이 순결주의라는 비판
우리말 사랑을 순결주의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순결주의는 건강하지 못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그 주장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 순우리말 쓰기만 고집하는 것은 순결주의라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순결주의자들은 한글 운동가 중에서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
◆ 되도록 순우리말(토박이말)을 살려 쓰고 순우리말로 말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 편의를 위해 외국어를 그대로 쓰자고 하는 주장은 원칙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외국어는 우리말로 바꾸기 어려운 경우에만 수용해야 한다.
◆ 설사 극단적인 토박이말 주장이 현실에 어긋난다고 하더라도, 그런 주장과 노력이 있기 때문에 순우리말이 이 정도로라도 발전해 왔다.
◆ 따라서 우리말 발전에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순결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 국수주의라는 비판
우리말 사랑을 국수주의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 국수주의는 외국어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다. 우리 가족을 사랑하자는 것이 가족 이기주의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말을 사랑하자는 것이 국수주의일 수는 없다.
◆ 우리말 사랑은 외국어 배척 운동이 아니다. 외국어의 잠식을 줄이고 자기 말을 발전시키는 것은 모든 언어에 공통된 과제다.
◆ 우리말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외국어의 유입을 중앙 기관에서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시장의 무제한 개방은 상품에서나 자본에서나 언어에서나 있을 수 없고 있지도 않다.
◎ 개방론-대세론-국제주의론
개방은 세계화 시대의 대세이고 개방하지 않으면 국제 사회에서 뒤쳐진다는 논리를 언어에까지 적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 개방이 대세이기 때문에 언어도 개방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세상 모든 언어에게는 자신을 지키고 가꿀 권리와 의무가 있다.
◆ 언어 개방은 언어 침투를 그냥 방치하는 것이 아니다. 받아들일 것과 물리칠 것을 구분해야 하며, 이를 민간 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해야 한다.
◆ 언어의 세계화는 언어 침투를 하는 쪽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내세우는 강자의 논리다. 외국어 유입으로 얻는 (주로 경제적) 이익은 증명되지 않은 반면, 잃는 손해, 곧 자국어의 쇠퇴와 문화적 정체성의 약화는 분명하고 심대하다.
◎ 다양성론
다양한 문화가 획일적인 문화보다 나으며 언어도 그런 것이 좋다는 논리다.
◆ 한 나라 안의 문화는 다양한 것이 좋다. 그러나 한 나라 안에서 언어가 다양한 것은 혼란을 키운다. 단일 언어 상황이 더 좋다.
◆ 세계적 차원에서의 언어 다양성은 좋은 것이다. 다양한 사고와 다양한 문화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 우리가 추구해야 할 언어의 다양성은 나라 안이 아니라 나라 밖, 곧 세계 차원에서의 다양성이다.
◆ 힘센 언어의 세계적 전파는 약한 언어에 혼란을 주고, 세계 차원에서의 언어 다양성을 줄인다.
◎ 혼종성론
위 다양성론과 비슷한 논리로, 순수한 문화보다 섞인 문화가 더 우월하다는 생각이다.
◆ 순수 문화는 열등하고 혼종(잡종) 문화가 강하다는 주장은, 세상에 순수 문화란 없으므로, 그 자체로서는 별로 의미 없는 주장이다.
◆ 그래서 어떤 차원의, 어떤 내용의, 또 어떤 방향의 섞임인지가 문제다. 고유문화가 알맹이가 되느냐 외래문화가 알맹이가 되느냐가 가장 큰 구분 기준이다. 고유문화를 중심으로 외래문화를 빌려 쓰는 혼종 문화가 바람직하다.
◆ 언어의 섞임은 문화 일반의 섞임과는 다르다. 언어의 섞임이 초래하는 부작용은 문화 일반의 경우보다 더 심각하다.
◆ 언어의 섞임을 인정한다고 해도 정도 문제다. 피진어처럼 영어-한국어가 뒤섞이는 언어를 긍정할 수는 없다.
◆ 모국어-고유어의 발전이 문화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고유한 문학과 학문의 다양한 발전을 이루기 때문이다.
◎ 변화론
모든 언어는 변하므로 한국어도 그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 모든 언어는 변하고 그 변화를 긍정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그대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떻게 변하느냐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 언어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언어는 정부 정책, 상업 광고, 언어 교육-수출, 정복, 세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위적으로 변한다.
◆ 따라서 일반 사람들의 인식도 중요하고 정부 정책은 더 중요하다. 말글 정책은 말글의 변화 방향에 큰 영향을 준다.
◎ 사용자 결정론
어떤 언어를 쓸지를 정부나 특정 집단이 강요하면 안 되고 쓰는 사람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 언어 사용을 쓰는 사람에게 맡기자는 주장은 언어의 규범을 무시하는 주장이다. 언어에는 규범과 규칙이 있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혼란이 온다.
◆ 사용자 결정론은 결국 힘센 언어의 무차별 유입을 긍정하는 강자의 논리이자 시장주의 논리다.
◎ 시장 원리론, 경쟁력론
경쟁력 있는 국제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국가 경쟁력 신장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 언어 사용을 시장 원리에 맡기면 모국어의 쇠퇴와 소멸을 초래한다. 언어는 시장 원리에 맡겨서는 안 된다.
◆ 국제어를 국내에서 사용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주장은 증명되지 않았다. 국제어는 국제무대에서 사용하면 된다.
◎ 한국어 불사론
외국어를 빌려 쓰거나 한국어에 섞어 써도 한국어는 사라지지 않을 테니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 외국말이 들어와도 한국말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주장은 빗나간 주장이다. 한국말이 사라지지 않는다 해도 문제는 더 있다. 강한 외국말이 한국말을 압박하면 한국어가 문학이나 학문의 토대가 될 수 없고, 열등 언어로 떨어지게 된다. 한국어의 생사만이 아니라 ‘질’이 문제다.
◆ 영어 공용어화가 정말로 시행되면 한국어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 이중 언어론
우리 국어를 우선 사용하되 국제 사회에서 필요한 언어도 익혀서 두 가지 말을 사용하자는 제안이다.
◆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고 영어를 둘째 언어로 하여 이중 언어를 구사하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 한국어와 영어가 동등하게 같이 있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 영어가 점차 한국어를 죽일 것이다.
◆ 우리에게 이중 언어는 필요 없다. 국민 언어로서는 한국어로 충분하고, 이에 덧붙여 외국어 구사자를 양성하면 된다.
영어 공용어론의 잘못
1990년대 후반에 불거진 영어 공용어론은 마치 영어 공용화가 바람직하거나 실현성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두 가지 다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다.
◎ 공용어는 여러 말이 제1 언어로 쓰이는 다언어 상황에서 특정 언어가 차별 받는 것을 막고 국민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하여 법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국민이 전혀 없는 우리나라에서 그것을 공용어로 지정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영어 공용화를 통해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자는 주장은 앞뒤가 바뀐 주장이다.
◎ 영어 공용화가 가져올 것으로 주장되는 경제 발전 효과는 증명되지 않았다. 후발국 중 경제 발전을 가장 잘 한 일본과 한국은 영어 능력이 뒤지는 나라다.
◎ 국제 교류를 잘하기 위해 영어 구사자들이 많아져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정된 영어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영어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 모든 국민에게 영어를 강요하는 것은 논리로나 현실 상황으로나 옳지 않다.
◎ 영어 공용화는 한국어를 쇠퇴시키고 심지어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영어 공용화를 하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까닭이다.
◎ 전면적인 영어 공용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문서의 국어-영문 병기 등 부분적인 공용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영어 지배와 국어 파괴를 가속시킬 것이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
꼭 필요한 경우 행정 기관에서 외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
한자 진흥론의 잘못
요즘 젊은 사람들이 한자를 너무 모른다고 개탄하는 나이든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동북아 교류를 위해 한자를 꼭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과 이에 대한 비판은 다음과 같다.
◎ ‘한자는 이미 우리 글자다.’
◆ 한자는 우리 글자가 아니라 중국 글자다.
◆ 설사 우리 글자라고 하더라도 시대에 뒤떨어진 원시 글자는 버려야 한다.
◎ ‘우리 어휘에는 한자말이 대부분이니 한자를 써야 한다.’
◆ 한자말이 더 많은 것은 사전에서 토박이말을 빠뜨리고 안 쓰는 고어, 일본어, 중국어를 실었기 때문이다.
◆ 한자말이라고 한자로 적어야 뜻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 한글 전용으로 충분하다는 것은 수많은 단행본, 잡지, 신문들이 증명한다.
◎ ‘한자를 써야 고전을 읽고 전통을 계승할 수 있다.’
◆ 한자를 아무리 배워도 한문 공부를 따로 하지 않으면 고전을 읽을 수 없다. 고전-전통 연구자들을 양성하면 된다.
◆ 한문 배워 고전 읽는 시간에 전문가들이 번역한 것 10배는 읽을 수 있다.
◎ ‘한자를 안 쓰면 한자 문화권에서 고립된다.’
◆ 고립 안 되려면 중국어․일본어 전문가를 양성하면 된다.
◆ 한자 문화권에서 고립될 걱정보다 우리 고유 학문과 문화를 일굴 고민부터 해야 한다.
◎ ‘한자를 알면 동북아 교류에서 유리하다.’
◆ 동북아 교류를 제대로 하려면 중국어, 일본어를 배워야 한다. 필요한 사람이 배우면 된다. 모든 학생들이 한자를 배워 대부분 썩히는 것은 국력 낭비다.
◆ 관광 가서 한자 한두 자로 의사소통하기 위해 어릴 적부터 한자를 배우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다.
◎ ‘한자를 알아야 말을 잘 만들 수 있다.’
◆ 순우리말 만들기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 모든 국민이 말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학술 용어/ 전문 용어를 만들기 위한 한자 습득은 각 분야 전문가들의 몫이다.
◆ 요즘은 영어가 크게 침투하고 영어식 말 만들기가 성행하기 때문에 한자식 말 만들기의 자리가 줄어들었다. 앞으로는 더 그렇게 될 것이다.
◆ 영어나, 한자말 만들기를 순우리말 만들기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 한자 진흥파의 주장은 논리가 약하고 과거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향수를 반영한다.
◎ 그것은 우리말을 경시하고 민중을 깔보는 엘리트주의의 표현이다.
◎ 그것은 강대국 문물을 사모하는 사대주의 정신의 나타남이다.
◎ 그것은 빗나간 교육열을 더욱 부추기고 낭비를 조장하여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친다.
◎ 한자 암기로 시간을 너무 보내는 것은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가로막는다.
◎ 과거와의 연결을 위해 어느 정도의 한자 교육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 사교육을 부추기거나 국한문 혼용 주장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새 말 만들기의 방법
새로 말을 만들 때 한자말로 만드는 것이 순우리말로 만드는 것보다 편리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는 한자를 꽤 많이 알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자말 만들기가 순우리말 만들기보다 더 쉽다는 말은 진정으로 순우리말 만들기를 시도한 적이 없기 때문에 증명할 수 없다. 해방 직후에 순우리말 만들기를 좀 했지만, 곧 한자 세력에게 밀려 버렸다.
한자말 만들기는 각각의 뜻을 지닌 글자들을 붙여서 매우 세부적이고 설명적으로 한다. 그러나 순우리말로 그렇게 만들면 낱말이 너무 길어져서 불편하다. 그래서 한자말 만들기가 우수하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순우리말 만들기는 한자말 만들기와 그 방법이 다르다. 영어의 말 만들기와 비슷하다.
◎ 기존 낱말의 뜻을 확장한다.(‘조어’는 아니지만)
영어의 예) 마우스: 동물에서 그 동물을 닮은 컴퓨터 장치로 확장.
그린: 녹색에서 그 빛깔의 골프 시설로 뜻 확장.
이와 같이 우리도 마우스를 ‘생쥐’나 ‘다람쥐’로, 그린을 ‘초록’으로 사용하면 된다.
한국어의 예) 포장마차: 포장마차에서 말 빼고 차 빼고 포장만 남은 선술집 -> 포차: (실내) 포장마차를 줄여 포차로, 그리고 좀 더 서양적 실내장식으로 변화.
이런 식으로 새로운 뜻을 추가하여 ‘조어’의 효과를 본다. 문제는 이런 식의 조어를 어색하다고 느끼는 일인데, 많이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된다.
◎ 단어를 서술식으로 나열한다. 너무 길면 약자를 쓴다.
영어의 예) 잔루: left on the base (남은 주자)
세계보건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 -> WHO.
우리말로는 ‘세보기’로 하면 되는데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고 영어를 그대로 쓴다. ‘세보기’를 ‘세 보기’로 혼동할 수 있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WHO는 ‘누구’이니 더 이상하다. 자꾸 쓰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한국어의 예) 한글문화연대 -> 한연, 한글연대
한국과학기술원 -> 과기원
(한국어 약자는 영어 약자와는 달리 음절별로 이루어진다. 또는 주요 낱말을 취한다.)
◎ 단어의 어근이나 어간을 잘라 뒷말을 붙인다.
굳기름(굳은 기름 - 지방), 해굽성(해를 향해 굽는 성질)
◎ 말이 아주 길지 않을 때는 두 낱말을 그대로 붙여서 만든다.
오리너구리, 고추잠자리, 흰피톨-붉은피톨, 붙박이별-떠돌이별.
◎ 덜 바람직하기는 하나, 순우리말과 한자말을 붙여서 만들어도 된다.
간석기-뗀석기
위와 같은 방법으로 순우리말 만들기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물론 한자말 만들기를 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문제는 한자 조어만 강조하여 순우리말 만들기를 회피하고 그 방법을 개발, 개선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말 사랑, 어떻게 하나?
우리말 사랑은 우리가 당연히 실천해야 할 역사적인 사명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뜻은 있으나 그 방법을 몰라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실천을 너무 어렵거나 거창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말 사랑은 삶의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아래의 제안에 따라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우리말 사랑을 시작해 보자.
우리말 사랑의 방법에는 일상의 방법, 문화적 방법, 정책을 통한 방법, 시민 운동의 방법, 그리고 정치적 방법이 있다.
◎ 일상의 방법
◆ 평소의 일상생활에서 외국어 대신 한국어를, 비속어 대신 올바른 말을 쓰도록 노력한다.
◆ 어휘나 맞춤법을 잘 모를 경우에는 사전이나 참고서적을 찾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문의하는 버릇을 기른다.
◆ 우리말 사랑을 위해 노력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격려하거나 후원한다.
◆ 일반인 모두가 할 수 있는 우리말 사랑의 방법이다.
◎ 문화적 방법
◆ 글쓰기나 말하기에서 우리 말글 사랑을 실천한다.
◆ 좋은 우리말을 가려 쓰고, 우리말 개념과 표현을 개발한다.
◆ 외국 말글을 번역하고, 외국어에 적합한 번역어를 찾거나 만든다.
◆ 이를 통하여 국민 일반에게 영향력 있는 좋은 작품을 남기기 위해 노력한다.
◆ 국민들의 국어 능력을 향상시키고 우리말 사랑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문화 운동을 펼친다.
◆ 문필 종사자, 방송인, 학자, 교사, 문화 운동가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정책을 통한 방법
◆ 우리말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한다. 예를 들어 국어진흥법을 만들거나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는 것이다. 또, 외국어 남용에 대한 언어 부담금을 물리는 방법, 학교에서의 국어 교육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 우리말을 죽이는 정책을 피한다. 예를 들어 경제 특구에서의 영어 공용어화 같은 것이다.
◆ 관료나 정치가가 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시민운동의 방법
◆ 집회, 방문, 전화하기, 편지 쓰기, 성명서 발표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책 결정자, 언론, 방송, 기업들에게 압력을 넣는다.
◆ 토론회, 강연회, 공연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우리말 사랑의 중요성과 방법을 계몽하고 같이 한다.
◆ 다른 분야의 시민 단체들과 협력하여 우리말 사랑 운동의 텃밭을 키운다.
◆ 시민 단체나 적극적인 관심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정치적 방법
◆ 우리말 사랑에 호의적인 정치 세력을 만들거나 돕는다.
◆ 외세에 기대는 사대주의 세력을 비판한다. 낙선 운동도 한 방법이다.
◆ 호의적인 정치 세력과 힘을 모아 우리말 사랑 정책을 실현한다.
[출처] 우리말 사랑, 왜, 어떻게 하나?|작성자 다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