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동절은 특별했다. 경남 창원에서는 통일의 열기가, 서울 잠실에서는 연대의 열기가, 서울 대학로에서는 투쟁의 열기가 넘실됐다. 그들은 각각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의미의 행사를 열었지만, 하나였다.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117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이해 양대노총은 경남 창원에서 북쪽 직총과 함께 ‘5.1절 남북노동자 통일대회’를 열었다. 또한 서울과 각 지역에서도 각각 따로 기념행사를 열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117주년 세계노동절 기념 노동자대회’를, 한국노총은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국민과 함께,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는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
먼저 경남 창원에서는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남북 삼노총의 공동행사로 통일의 열기가 더욱 달아올랐다. 지난 달 29일 창원에서 막 올랐던 5.1절 남북노동자 통일대회가 1일 창원종합운동장에서 본 대회를 치르면서 절정에 오른 것이다.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본 대회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선직업총동맹은 남북 노동자 선언문을 채택해 “6.15 공동선언을 자주통일의 이정표, 희망의 표대로 틀어쥐고 철저히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또 “‘우리민족끼리의 기치를 더 높이 추켜들고 남북 노동자들 사이의 연대와 협력을 적극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결의했다.
이날 대회에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원형국 조선직총 부위원장이 자리에 함께 했다. 이들은 대회사를 통해 남북노동자 연대와 민족단합을 한목소리로 호소했다. 이로써 한국사회에서 노동절은 ‘만국의 노동자들의 단결’이라는 상징적 의미에 앞서 ‘남북노동자들이 먼저 단결’하는 의미도 안게 됐다.
본행사가 열렸던 창원종합운동장에서는 남북노동자 축구선수단이 참여한 가운데 통일축구대회가 열렸다. 각각 ‘연대’와 ‘단합’이라고 이름을 붙인 남북 축구팀은 최선을 다해 공을 차면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하나가 돼 갔다. 이를 기념하는 남쪽의 축하공연도 이어졌다. 북쪽 대표단은 이날 행사를 마치고 2일 오전 11시 김해국제공항에서 고려민항기를 통해 평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1만여명의 조합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비정규 확산법 무효·특수노동고용 노동기본권쟁취 노동자 결의대회’와 ‘117주년 세계노동절 기념 노동자대회’를 연이어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은 △한미FTA타결 무효 선언 △비정규확산법 시행령 제정 중단 및 전면 법개정 △특수고용노동자 공무원 교수 교사의 노동3권 보장 △산별교섭 법제화 실시 △사립학교법 및 국민연금법 개악 중단 등 5가지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남과 북이 모두 초국적 자본과 미국에게 고통을 당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함께 투쟁하는 6월을 만들어 나가자”고 호소했다.
서울 잠실 올림필주경기장에는 2만여명의 사람들이 몰아쉬는 숨소리로 가득했다. 한국노총과 손기정 기념재단이 공동 주최한 ‘국민과 함께,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는 2007 노동절 마라톤대회’가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렸기 때문이다. 이용득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노조도 변해야 하고 사용자도 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노총 역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노동운동을 위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집회와 시위로만 표상돼 왔던 노동절 행사를 국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마라톤대회로 바꾼 한국노총의 뜻이 담겨 있는 말이다.
이날 행사에는 1천2백여명의 이주노동자와 34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참가하기도 했다. 스리랑카 대사관 등 이주노동자 송출국가 대사관 관계자들과 중국동포교회, 러시아교회, 스리랑카 공동체 등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단체 관계자들도 이 대회에 참가해 함께 달렸다. 김근태, 정동영, 한명숙 등 열린우리당의 유력 정치인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