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스키마(Schema)’ 감상평
신이 이은경
예전에 우연히 접한 ‘스키마’라는 단어는 상당히 까다로웠다. 사전에 나온 간략한 뜻은 도식, 도표, 개요, 계획 등인데, 철학에서도 쓰이고,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여러 가지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 데다가, 그 사전적 의미도 모호해서 개념을 잡기 힘들었다.
마찬가지로 우연히 접한 소설 <스키마>는 책 서두에 인용된 칼 구스타프 융의 문장에 끌려 책 내용을 좀 살펴보다가 ‘스키마’에 대한 설명이 나오길래 당장 구입했다.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으면, 무의식이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는데, 우리는 바로 이것을 두고 ‘운명’이라고 부른다.」
(위 인용문에 끌려 구입했지만, 소설 속에서 무의식에 대한 설명이나 고찰 등이 나오지는 않는다)
저자는 본 소설을 인지-암묵적 기억-회피-해리-스키마-고해 등 여섯 챕터로 나누었고, 각 챕터 제목의 해석을 달아 놓았는데, 스키마에 대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간의 지식(믿음, 신념, 기대)을 가리키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어떤 유형의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하여 보게 하는 통제적 기제로써 이미 수립된 이해 방식이나 경험이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똑같은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고 경험했음에도 사람마다 그 느낌이나 해석이 다른 것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툴(스키마)로 그것을 해석하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스키마에 대한 그러한 설명은 내 오랜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었고,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다.
부인이 남편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는 사건에서 소설은 시작되는데, 챕터마다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별개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듯 보이지만 결국,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결되는 구성은 흥미로웠다. 그런데, 챕터의 제목과 내용이 딱히 연관성을 갖지는 않는 것 같다.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긴 줄거리를 바탕으로 전개되면서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형식이 아니라, 여러 군상이 보여주는 각자의 삶 중 그 한 단면을 잘라내 옴니버스식으로 묶어낸 구조인데, 그 잘라낸 단면의 파편이 다른 이들의 한 부분이 되기도 하면서 서로 얽혀있다. 이러한 구성은 당연히 깊은 감흥이나 감정의 고조가 크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기승전결 없이 일상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방식은 몰입감이 떨어지거나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 읽는 동안 전혀 그런 느낌을 못 받았으니 작가의 역량이 뛰어나다 하겠다. 다만, 전술했다시피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는 무리이다.
무의식이 운명을 이끈다는 칼 구스타프 융의 말처럼, 내 안에 잠재된 무의식이 <스키마>라는 소설을 선택했고, 내 삶의 경험이 만들어낸 ‘스키마’로 그 책을 이해했다. 다른 이들도 각자의 스키마를 통해 이 책을 감상할 것이며, 느낌은 각자가 모두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첫댓글 전업 작가가 계셧어요.
그러니까 순전히 소설을 써서 사신 분이시죠.
그분은 욕심이 많아 청탁을 거절하는 법이 없고 그렇게 받은 일을 처리하느라
사흘 정도는 잠을 자지 않았지요.
그러면서 밤낮이 바뀌더니 현실과 소설속 이상의 세계가 교차하고
결국 공존하여 혼돈의 상태가 돼 버렸지요.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것을 친숙하게 받아드리는 '스키마'는 어찌보면 우리 일상에
자리잡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기서 경험은 직접 뿐만 아니라 간접도 아우러는 것으로
이야기로 책으로 영상으로 접하는 모든 것들을 말하는 것이지요.
세상의 수많은 일들을 직접 경험하짐 못하기에 간접 경험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그 이상의 것을 성취할 수 있는 거지요.
어떤 유형의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이 '스키마'적 생활은 자신을 발전시키는데
지름길이 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