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손상 마비 팔·다리, '신경치환술'로 회복 가능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양진서 신경외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A씨(여, 58세)는 지난해 1월 한 대형병원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종괴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오른손 마비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수술 중 상완신경총 신경을 잘못 건드린 탓에 마비가 온 것이다.
상완신경총이란 목부터 겨드랑이 사이에 위치한 신경다발로 손, 손목, 팔꿈치, 어깨의 운동과 감각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부위에 손상을 입으면 운동·감각·자율신경기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상완신경총 손상이 심각할 경우 한쪽 상지(어깨와 손목 사이의 부분)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다.
그녀는 2019년 10월 한림대춘천성심병원에서 신경생리검사(신경전도검사, 근전도검사)와 MRI 등 정밀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를 본 양진서 교수(신경외과)는 신경치환술로 환자의 손을 치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마비된 손 주변에 죽은 신경을 대체할 수 있는 신경들이 있었고, 증상 발생 후 9개월이 흘렀지만 손 주변의 근육과 신경이 고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양 교수는 "손을 앞뒤로 돌려주는 신경을 박리해 손가락을 위로 올리는 신경으로 이식한 결과 환자는 손에 힘을 줘 물건을 잡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죽은 신경에 숨 불어넣는 신경치환술, 완전마비도 회복할 수 있어
신경치환술은 단어 그대로 손상된 신경에 건강한 신경(공여신경)을 연결(치환)해 주는 수술법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상완신경총이 손상돼 한쪽 팔이 마비된 경우, 건강한 신경을 찾아 손상받은 부위의 신경에 연결해주는 방법으로 마비된 팔의 감각과 운동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것이다.
신경치환술은 정형외과에서부터 신경과, 신경외과 영역까지 섭렵하고 있어야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세수술 중 최고난도 수술로 꼽힌다.
지난해 한림대춘천성심병원에서 신경치환술을 받은 상지·하지 마비환자 모두 근력등급이 완전마비 상태에서 근육의 힘으로 관절을 가동할 수 있는 '3~4등급'까지 호전됐다는 게 양 교수의 설명이다.
양 교수는 "신경치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수술 방법 즉 '이식할 신경'을 결정하는 과정이다"며 "많은 신경 가운데 공여신경과 대체신경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수술의 결과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마비 증상 발생 후 1년 넘기지 말아야
쇄골 주변과 목의 심한 통증, 상지의 저림과 함께 어깨를 올리거나 팔을 구부리고, 손을 쥐거나 펴는 동작이 불편하다면 상완신경총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이런 증상으로 젓가락을 놓치거나 글쓰기가 힘들어졌다면 상완신경총이나 다른 말초신경에 문제가 있는지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마비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신경생리검사와 MRI 검사를 통해 손상된 신경의 위치와 손상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 손상이 심하지 않다면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아 약물, 주사, 재활치료만으로 마비 증상이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3~6개월이 지나도 마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신경치환술을 비롯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봐야 한다.
양 교수는 "안타깝게도 상완신경총 손상 환자 대부분이 어떤 병원이나 진료과를 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마비가 온 후 1~2년이 지나면 근육과 신경이 고착되고 손과 발에 변형이 생겨 회복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으니 말초신경 이상 증상이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초기에 신경외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