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DISC 검사’와 ‘사랑의 언어’
변화시켜 주실 거예요
영훈고 생활교양반 아이들, 대학에 가기 어렵고 각 반에서 다루기 힘들다고 하는 아이들이 모인 반,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던 1학기였지만, 그래도 참 감사한 것은,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여기까지 인도하셨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다.
2학기부터는 오후 시간에 교과 수업을 진행하지 않고, 교실과 학교 앞 센타, 외부에서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유명 강사를 초청하여 비전과 진로 특강, 성과 순결 특강, 연주회, 상담 및 일본어 회화, 체육활동, 음악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활동도 아이들의 모든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소란스러운 것 아니면 자는 아이들, 꿈이 없어 보이는 아이들, 그러나 하나님의 영이 이들 속에 들어가면 마른 뼈에 생기가 돋아나 군대가 되듯이, 놀라운 회복과 기대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하나님께서 주셔서 그것을 믿고 아이들을 격려하며 여기까지 진행해 왔다.
나는 한 학기 동안 아이들이 왜 이리 소란스럽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가 하는 것에 대한 염려보다, 근본적으로 아이들 스스로 자기를 조명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곧 자기를 찾는 일이고 자기를 이해하는 일이기 때문이고, 오늘의 삶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는 꿈이 있어 아름답고 비전이 있어 생동감이 있지 않은가. 그것을 끄집어내어 줄 책임이 나와 같은 어른들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가지의 테스트와 더불어 아이들과 나눔의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DISC검사를 하며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후에 학교 앞 영훈센타로 이동했다.
아이들의 쉼터 그리고 집회 장소로 만들어 놓은 영훈센타는 아이들이 사용하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모든 악기가 있고, 춤도 출 수 있고, 라면처럼 간단히 먹을 것 등이 있으며, 잘 수 있는 숙소의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래 가출한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고 또 예배 장소로 사용되는 곳이지만, 지금은 무척 다양한 장소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사람의 유형 및 성향을 알아보는 DISC검사 용지를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검사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그에 따라 표시를 하도록 했다.
“얘들아, 사람들은 모두 스타일이 있어. 어때? 너희들이 보기에 선생님 스타일은 어떠니? 사람마다 스타일에 따라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는데 오늘 DISC검사라는 것을 한 번 해보려고 해. 너희들은 어떻게 결과가 나올지 매우 궁금한데~.”
아이들은 공부를 빼면 다 즐거워하는 것 같다. 내 안내 설명에 따라 아이들은 즐거운 소리를 내며 0표를 하기 시작했다. 하면서도 말이 많은 아이들,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DISC 검사의 유형처럼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같은 유형 기분 나뻐
나는 결과에 대한 내용을 먼저 설명하지 않고, 네 가지 유형별로 아이들을 모이도록 하여,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 얘들아. 일단 너희들 모여 앉았잖아. 그 모인 사람들은 같은 유형이야. 서로 얼굴들 한 번 봐.”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외치기 시작했다.
“뭐야? 너하고 나하고 같은 유형이라고~.이건 아닌데.”
“뭐가 아냐~ 새꺄~. 내가 더 기분 나뻐.”
왁자지껄한 속에 나는 미소를 띠며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준비된 미션을 내렸다.
“자~ 이제부터 모인 사람들이 상의해서 내가 나눠준 백지에다가 여행 계획을 짜는거야. 비용 제한 없고, 기한도 제한 없고, 어디를 가든지 맘대로야. 잘 상의해서 멋지게 계획 세워봐.”
아이들의 본연의 모습이 그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떠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유형별로 나뉘었기 때문에, 특별히 한 쪽에 모인 조는 유난히 시끄러웠고 한쪽의 조는 유난히 조용했던 것이다.
아이들의 발표
나는 약 10분 후에 각 조별로 여행 계획 짠 것을 대표 학생 한 명이 가지고 나와 발표하도록 했다.
“저희 조는 계속 짜다가 결론이 안 나서 공항에서 만나 가고 싶은 나라로 갔다가 돌아오는 날 공항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저희 조는 달나라로 가려 합니다. 그래서 토끼도 만나보고, 거기서 또 다른 곳으로 옮겨 가려고 합니다.”
“저희 조는 제주도로 가려고 결정했습니다.”
“저희 조는 꼭 가야하는지 돈도 마음껏 사용하라고 했지만, 해야 할 것도 많고 해서 아직 고민중입니다.”
이 얘기들이 나올수록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웃고 깔깔대기 시작했다. 처음 얘기한 조는 주도형, 그리고 순서대로 사교형, 안정형, 신중형의 스타일을 가진 아이들이다.
나는 안정형을 향해 물었다.
“제주도 아직 안 가본 사람?”
아이들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그런데 또 제주도에 가고 싶다고? 안정형이야. 변화를 싫어하는, 하하하.”
아이들도 같이 웃었다. 그때까지 계속 떠드는 아이들은 사교형이었다.
“얘들아, 사람마다 이렇게 유형 차이가 있어. 말이 없는 아이도 있고, 또 사교적이어서 사귀기 좋을 것 같은데, 또 시끄럽지. 말은 많은데 내용은 없는~. 하하하. 신중형, 안정형 모두 나쁜 것은 없어. 다만 다를 뿐이지. 선생님은 원래 신중, 안정형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사교형도 좀 있고, 주도형도 있단다. 이렇게 발전시키고 변화시켜 갈 수 있다는 거야. 너희들도 자기의 스타일을 잘 알고, 또 다른 친구의 스타일도 이해하면 좋겠어. 나중에 애인의 스타일을 파악할 수도 있고, 결혼했을 때 남편과 아내를 서로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될거야. 아~. 이번 추석 때 가족들하고 한 번 해보렴. 아주 재미있을 거야.
‘DISC’의 검사 결과 성향
‘DISC’의 검사 결과 성향은 다음의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주도형("D" 스타일, Dominance, 리더형)이며 이 유형의 장점은 이러하다.
“즉시 성과를 올린다. 자신감이 있다. 신속한 결정을 내린다. 도전을 받아들인다. 포기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한다. 책임을 떠맡는다. 문제를 피하지 않고 해결하려고 한다.”
반면에 단점은 이러하다.
“조급하다. 지나치게 많은 일을 떠맡는다. 다른 사람에 대해 무관심하다. 세부 사항을 무시한다. 위험 부담과 경고를 간과한다. 제한 받는 것을 참지 못한다. 융통성이 없고 고집이 세다.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요구를 한다. 통제력 상실.”
성경 속 주도형의 대표적인 인물은 바울이다.
둘째, 사교형("I" 스타일, Influence, 표현형)이며, 이 유형의 장점은 이러하다.
“낙관적이다. 인간적이다. 표현력이 좋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 설득을 잘한다. 즐거운 분위기를 만든다. 외향적이고 사람들을 잘 사귄다. 좋은 인상을 준다. 열정적이다.”
반면에 단점은 이러하다.
“일의 끝마무리가 부족하다. 무리하게 약속을 한다. 너무 말을 많이 한다. 교묘한 말로 설득한다.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능력에 대한 평가를 과대하게 한다. 급하게 결론을 내린다.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사교형의 대표적인 인물은 베드로다.
셋째, 안정형("S" 스타일, Stability, 온화형)이며 이 유형의 장점은 이러하다.
“협조적이다. 꾸준하다. 쉽게 동의한다. 작업 수행이 안정되어 있다. 충성스럽다. 대인 관계가 원만하다. 남을 잘 섬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들어 준다.”
반면에 단점은 이러하다.
“급격한 변화를 꺼린다. 갈등을 회피한다. 지나치게 관대하다.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일을 미룬다. 능력에 대한 평가를 과대하게 한다. 우유부단하다. 정해진 기간에 일을 마치기 어렵다.”
안정형의 대표적인 인물은 아브라함이다.
넷째, 신중형(“C” 스타일, Conscientiousness, 분석형)이며 이 유형의 장점은 이러하다.
“정리정돈을 잘한다. 철저하다. 유능하다. 외교적 수완이 있다. 자기 훈련을 잘한다. 분석적이다. 정확하다.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단점은 이러하다.
“지나치게 조심스럽다. 자발성이 약하다. 세부적인 일에 얽매인다. 의심이 많다. 일하는 방법에 융통성이 없다. 비판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비판하기를 좋아한다. 비관적이다.”
우리 반에서 가장 많이 나온 유형은 사교형이다. 약 65%의 아이들이 사교형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시끄러울 수밖에. 이해가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 아이들이 작년까지는 각 반에 흩어져 교실 분위기를 좌지우지 했던 아이들이리라.
아이들은 이 결과를 보며 계속 즐거워했다.
태영이와 종훈이가 한 마디만 하려고 하면,
“이 사교형 조용히 안 해? 시끄러.”하며 서로를 제어하기도 했다.
사랑의 언어
두 번째로 시행한 것은 ‘5가지 사랑의 언어’다.
사람에게는 자기가 원하는 사랑의 언어를 원하는데 그것은 사람의 마음속에 ‘정서 탱크’가 있기 때문이다.
“정서 탱크(emotional tank)"는 일명 "사랑 탱크(love tank)"라고 하며, 사람마다 고유한 사랑의 언어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또한 사랑을 소통하려면 상대방의 사랑의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5가지 사랑의 언어’를 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백지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내가 나눠준 백지에다가 지금까지 지내면서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을 왼쪽에 적고, 오른쪽에는 지금까지 지내면서 가장 듣기 좋았던 말, 들으면 가장 힘이 나는 말을 적어봐. 내가 무척 궁금하단다.”
아이들은 내가 나눠준 백지에다가 적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이럴 때 참 진지하다. 잔잔한 음악이라도 틀어줘야 할 분위기였다.
잠시 후 아이들이 써낸 백지를 읽어 보았다.
누군가에게서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은 이러했다.
“넌 안돼, 집에서 그렇게 가르쳤니? 이거 먼저해, 꺼져, 가족으로서 의무를 다하라고, 병신아, 나가 죽어라”
반면에 가장 듣기 좋았던 말, 들으면 힘이 나는 말은 이러했다.
“화이팅, 사랑해, 네가 결정해, 너 때문에 행복해, 넌 할 수 있어.”
왠지 이 글을 읽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동안 아이들이 숱하게 들어왔던 부정적인 언어에 대한 아이들의 상처가 느껴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함께하고 싶어요
사랑의 5가지 언어는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이다.
이 가운데 우리 반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나온 것은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사실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와 자못 놀란 것이 사실이다.
왜 우리 반 아이들에게는 ‘함께하는 시간’이 사랑의 5가지 언어중 가장 많이 나왔을까? 그것은 오래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일이었다.
우리 반 아이들 49명 가운데 한부모 가정이 25명이다. 또한 조부모 가정은 7명, 소년 가장도 한 명 있다. 결국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헤어져 사는 아이들이 33명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사랑에 굶주려 있었다는 것이 증명된다.
누군가와 함께이고 싶은 아이들,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싶은 아이들, 사랑 받고 싶어하는 아이들. 그것이 안되니까 자기 만족을 찾아 게임 속으로, 화장으로 자기 자신을 몰입시켜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님의 사랑법은 끝까지 사랑하는 것이었다.(요 13:1)
예수님의 리더십은 함께하는 것이었다.
제자들과 인류를 끝까지 사랑하셨던 예수님, 그리고 제자들과 먹고 자고 하면서 함께 생활했던 예수님, 그 예수님의 사랑법과 리더십을 절대로 잊지 않고 행하는 나이기를 오늘도 기도한다. 사랑하는 제자들의 이름과 이 땅의 청소년들의 이름을 놓고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