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 무조건 밖으로 나가는 날이다.
산이든 바다든 아무 상관이 없다. 그냥 나가기만 하면 된다.
이왕이면 운동도 하고 맑은 공기도 마실 수 있는 산으로 가자며
지난봄에 가려다 못 간 영축산(통도사)으로 가자고했더니,
유진이 도끼눈을 뜨고 내리칠 듯이 쏘아보며 빽 고함을 지른다.
"어제 덕유산 갔다 왔으면 됐지, 산은 또 무슨 산" 하면서.
그럼 어디로 가?
또 영도, 해운대, 광안리, 송정, 이기대?
바다도 좋긴 한데 겨울바다는 너무 쓸쓸하잖아.
찬바람을 막아주는 아늑한 숲이 있는 그런 곳 없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동래 파전 먹으러 가잔다.
히히, 그리하여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동래파전 집으로 출발~
(서면 지하철역)
2호선을 타고 서면까지 와서, 서면에서 다시 동래로 가는 1호선으로 갈아타고
(동래역 2번 출구)
동래역에서 내려 2번 홈으로 나오면
(동래역 앞 이정표)
역 바로 앞에 이정표가 있다.
이 이정표를 보고 동래구청 방면으로 약 7분쯤 가면
(동래 할매파전 옆 부산은행)
오른쪽으로 동래구청이 나오고, 동래구청 옆에 부산은행이 있다.
이 부산은행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서너 발만 더 걸어가면,
(동래 할매파전)
그 이름도 유명한 '동래 할매파전' 집이다.
(동래 할매파전)
이 집이 바로 70년째 4대에 걸쳐 전통을 이어오는 원조 동래 할매파전 집이다.
(동래 할매파전 정문 앞 팽나무)
들어오는 입구엔 380년 된 아름드리 팽나무가 있고, 쉬었다 가라고 벤치도 마련해 놓았다.
(동래 할매파전 후문)
후문으로 들어오면 창고 지붕에 동래 할매파전이라고 커다랗게 간판이 붙어 있고,
(동래 할매파전 후문 출입구)
후문 입구에는 모법음식점 마크도 붙어있다.
부산의 맛집에 등록된 동래파전으로 유명한 집이다.
(동래 할매파전 창업자)
안으로 들어오면 카운터에 현 사장인 이정희여사께서 고운 한복을 입고 손님을 맞이한다.
바로 그 옆 작은 공간에는 동래파전의 창업자이며 현 사장의 증조시어머니상이 있다.
상 위로는 동래 할매파전의 역사며 이 집을 다녀간 유명 인사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창문)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단정하며 창문과 방문 등은 모두 옛날의 문살이다.
넓지도 않고 그렇다고 좁지도 않은 적당히 아담한 분위기의 집이다.
(물(숭늉)과 물수건)
앉자마자 한복을 곱게 입은 젊은 여인이 쪼르르 따라와서 물(숭늉)과 물수건을 갖다 준다.
(메뉴판)
아따! 뭣이 이리도 급하노?
바로 앉기도 전에 아까 그 여인이 또 쪼르르 달려와 메뉴판을 건네주며
"손님, 주문하시죠?" 하며 급하다.
우리도 어지간히 성질 급한 사람인데 이 여인은 우리보다 더 하다.
숨쉴 틈을 주지 않는다.
메뉴판을 볼 필요도 없이 바로 파전을 주문했다.
파전에는 동동주가 최고라고 하는데,
유진이란 사람은 콜라 한 잔 마시고도 바지에 쉬하는 사람이라 동동주는 생략,
할매파전에다 추어탕 두 그릇을 추가했다.
동래파전 중 \ 30,000 버섯파전 중 \ 25,000
소 \ 20,000 소 \ 18,000
동동주 \ 6,000 소주 \ 3,000
추어탕 \ 8,000 맥주 \ 3,000
(파전에 따른 반찬)
이번에는 건장한 청년이 반찬상을 날라 왔다.
(단배추부추 겉절이, 두부들깨무침, 마깍두기, 실곤약샐러드, 적채물김치)
어지간히도 급하게 주문 받더니 파전 부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이다.
파전 나올 때까지 배가 고파서 못 기다려 먼저 나온 반찬 맨 입에 다 집어 먹었다.
(동래 할매파전)
드디어 나왔다! 부산에서 제일 맛있다고 소문난 '동래 할매파전'
(놋접시에 파전을 담아 준다)
밀가루와 찹쌀가루에다 쇠고기, 새우, 홍합, 바지락, 송이 등을 넣고 버무린 다음,
달궈진 팬에다 잔파를 깔고 그 위에 반죽을 펴 바르고,
다시 그 위에다 계란을 끼얹어 뚜껑을 덮어서 익힌 것이다.
전이 좀 두툼하고 살이 축 쳐지고 젓가락으로 집으면 뚝뚝 떨어진다.
앞뒤로 뒤적여 부친 전과 달리 수분이 아주 많고 쫄깃한 맛은 없다.
개인 접시에 덜어서 초간장 또는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으면 된다.
(파전 시식)
덜어 먹으면 금방 식어버려 맛이 없으니 난 그냥 큰 그릇째로 먹을란다. 라며,
덜지 않고 그릇째로 먹었더니, 유진도 따라서 덜지 않고 그냥 먹는다.
덜지 않고 그냥 먹으니 먹기가 좀 불편하다.
전이 무르니 젓가락으로 집어서 초고추장 그릇으로 가기도 전에 뚝 떨어지고,
조심조심 전을 집어 겨우 초고추장을 찍으면 벌건 고추장이 줄줄 흘러내리고,
성질 급한 유진, 파전 먹는다고 생 식겁을 다한다.
온 상에 고추장칠갑이다. 꼭 세 살짜리 어린 얘 밥 먹는 것 같다.
맛은?
보통의 파전과 좀 다르긴 한데 크게 맛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얀 파 뿌리를 씹으면 달달한 단물이 톡 튀어나오는 그 맛이 일품인데 그 맛이 없다.
파전에 파가 너무 적게 들어가 씹히는 맛이 없고, 향긋한 파의 향도 좀 덜하고,
맛이 명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만 그런가?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크게 맛있어 하고 흡족해 하는 표정은 아니다.
어쨌거나 동래 할매파전 맛있게 잘 먹었다.
(추어탕 상차림)
흑미밥
추어탕
건갈치조림, 진미고추장조림, 땅콩조림
다시마채무침, 추어탕양념(홍초, 청초 다진것, 마늘, 방아)
배추김치
(추어탕 시식)
다른 것 아무리 많이 먹어도 소용없다.
우리는 밥을 먹어야 배가 부르고 먹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순식간에 추어탕 한 그릇 뚝딱 먹어치웠다.
(롯데백화점 동래점 화장실)
국 한 그릇, 밥 한 그릇 다 먹고 나니 배가 불러서 움직이기도 힘들고,
또 바로 차를 타면 냄새도 많이 날 것 같아서,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약 15분 정도 걸어서 백화점에 들렀다.
둘의 공동 관심사는 등산장비.
등산장비코너에 들러 봄 신상품으로 어떤 것들이 나왔나 둘러보고,
예쁜 T샤스와 모자가 달린 재킷 하나 점찍어 놓고 왔다.
(롯데백화점 숙녀복 매장에서 만난 스칼렛)
2층 숙녀복 매장에 둘러 멋쟁이 아가씨 000만나 설 잘 쇠었냐? 인사 나누고,
(롯데백화점 현관)
백화점을 빠져 나오니 늘씬늘씬한 oo여인들이 다 모여 있네요.
안녕! 안녕! 안녕! 모두모두 안녕!
(문화가 살아있는 밝은 동래, 동래 구름다리)
이 다리를 건너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 집으로 왔답니다.
그런데, 내 참, 기가 차서! 지하철 타고 오는 도중에 소화가 다 되어 버린 것 있죠.
다시 시장에 들러 순대 사가지고 와서 먹고 잤다는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