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부는 느림의 미학
|
|
에디터/고나영 사진/강정윤 일러스트/정혜선 참고문헌/<슬로푸드
슬로라이프> 자료제공/럭셔리 |
|
|
| | |
속도와 효율성에 동화돼 느리고 오래가는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면 이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을 것이다.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음미하면서 느림의 미학을 느껴보자.
|
| |
|
|
같은 시간대에 앞 다투어 몰려나오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점심 시간의 의미는 남다르다. 음식을
즐겨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이 시간이 아니면 끼니조차 때울 수 없을 거라는 조바심으로 부랴부랴 외투를 집어들기에 말이다. 이들을 좇아 오피스가의
식당으로 가보자. 줄 서 있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마지막 한 술을 차마 뜨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계산을 한 뒤에야 신발을 고쳐 신을
정도로 정신이 없다. 이렇게 ‘한 끼 때우기식’으로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패스트푸드는 최상의 식사일 수밖에 없다. 근원 모를 고기와
성장촉진제를 맞았을지 모를 감자를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먹어치우면서 말이다. 패스트푸드의 반대되는 개념의 슬로푸드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다. 로마 스페인 광장에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가 들어오자 이에 반기를 들면서 시작된 것이 바로 ‘슬로푸드 운동’이다. 조리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절차가 복잡하지만, 전통적인 조리법을 통해 정성껏 만들어지는 음식이 패스트푸드에 밀려 사라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은
단순히 음식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속도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서구 문명과 속도에 노예가 돼 여유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슬로푸드는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 첫째는 생산과 가공의 측면이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생산한 먹을거리가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은 보편화된 상식이기에 요즘은 유기농 식품을 찾는 이가 부쩍 늘고 있다. 적어도 3년 이상 농약과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유기농산물은 그 자체로도 슬로푸드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만큼 다양한 슬로푸드를 가진 곳도 없다. 된장, 고추장 등의 장류나
김치, 젓갈 등 오랜 시간 숙성시켜 깊은 맛이 느껴지는 음식들이 우리 식탁의 주재료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치즈나 와인, 맥주 역시 만드는
과정에서 정성과 기다림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슬로푸드를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은 식사 방식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발효 식품이나 유기농
제품들은 그것이 테이블 위에 올려지기까지 많은 기다림과 수고가 있어야 한다. 그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단숨에 음식을 먹어치우는 게 아니라,
음식을 음미하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된장찌개와 잘 익은 김치를 먹을 때에도,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풀코스 디너를 즐기며 여유로운 식사를 할
때에도 만든 사람의 정성과 그 맛을 음미하는 것이야말로 슬로푸드를 실천하는 것이다. 슬로푸드의 시작은 反패스트푸드였지만, 현재의 그것은
안전한 먹을거리와 미각의 즐거움을 되살리는 것, 그리고 우리의 정신이 여유로워질 수 있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재촉하거나 서두르지 않는
넉넉함, 바쁜 가운데서도 한숨 쉬었다 갈 수 있는 여유. 우리 삶은 천천히 살아도 충분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 |
|
|
Slow Food Restaurants 높다란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선 도심 속에서
저마다 짜여진 일정대로 쳇바퀴 돌 듯 숨쉬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렇게 지쳐 있는 현대인들에게 작은 여백과 같은 휴식을 제공하는 곳이 있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여유를 배우고,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만든 음식으로 충실한 식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가온 전통 한정식을 선보이는 한식 레스토랑이다. 우리나라 각 지방을 돌아다니며 지역의 특산품
및 대표 음식을 직접 체험하면서 2년여에 걸쳐 메뉴를 완성했다고 한다. 또한 슬로푸드의 대표 음식이라 할 수 있는 고유의 장을 오픈 전부터
담그기 시작해, 오래 묶어 제대로 맛이 나는 장맛을 볼 수 있다. 현재는 유기농 콩을 이용해 이천에서 장을 담그고 있단다. 인테리어에 있어서도
황토벽과 나무를 이용해 전통의 멋을 살렸으며, 간편하게 못을 박는 대신, 나무를 깎아 서로 끼우는 전통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문의/3446-8411 Opening Hours 12:00pm~3:00pm,
6:00pm~10:30pm 느리게 걷기 청담동 일대의 유일한 녹지
도산공원 앞에 위치한 오가닉 카페다. 슬로푸드를 기본으로 하는 이곳은 보다 시간이 걸리고 과정이 복잡하더라도 몸과 마음을 생각하는 웰빙
라이프스타일의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건물 밖에서 보아도 여유와 멋이 느껴지는 느리게 걷기는 야외 테라스에서 책을 읽으며, 느림의 미학을 즐길
수 있다. 유기농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 독특한 레시피의 요리와 음료 역시 슬로푸드의 컨셉트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유기농 채소로 만든
파니니 스타일의 그릴드 베지터블, 유기농 호밀빵으로 만든 다양한 샌드위치, 찹쌀 옹심이를 넣은 부드러운 단팥죽, 생강 꿀차, 여러 종류의 허브
차 등이 그 예다. 문의/515-8255 Opening Hours 11:00am~2:00am
테이크 어반 ‘Healthy&Wellbeing’을
추구하는 테이크아웃 전문점이다. ‘테이크아웃 커피숍’하면 왠지 후식조차 즐길 수 없을 만큼 바쁜 이들이 주로 애용하는 에스프레소를 생각하게
마련인데, 테이크 어반은 다르다. 1, 2층으로 나뉘어진 매장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실 수 있고, 차와 함께 무감미료의 유기농 빵도 즐길 수
있다. 특히 그린마운틴 커피의 유기농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100% 아라비카종 커피 원두이며, 멕시코 고산 지대에서 재배된 것으로 살충제,
제초제,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된 커피다. 아직 우리나라 테이크아웃 커피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아이템이기에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 될 것이다. 문의/512-7978 Opening Hours
8:00am~11:30pm | |
Book about Slow Food |
|
<슬로푸드> Carlo Petrini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의 설립자이며 현재 국제슬로푸드운동의 회장을 맡고 있는 카를로 페트리니가 엮은 이 책은
1996년 창간된 <슬로>라는 계간지에 실린 글 중에서 주옥 같은 부분만을 엄선하여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슬로>는 전
세계 50개 국가의 회원들로 구성된 ‘국제슬로푸드운동’을 대표하는 잡지이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저널리스트와 저술가, 중견 언론인들의 고견을 접할
수 있다.
<슬로푸드 슬로라이프> 김종덕 지음 이 책에서
지은이는 슬로푸드를 위한 큰 실천보다는 작은 요령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밥을 천천히 먹는 것이라든지,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
근거리라면 되도록 걸어 다니는 것, 제철 먹을거리를 찾으려 하는 것, 자신의 생활 속도를 약간 늦추는 여유를 갖는 것 등이다. 건강한 심신을
위한 다양한 제안이 담겨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 |
|
|
Corby Kummer, Susie Cushner 공저 출처가 확실한 전통 음식과 천연 재료
그리고 그것을 이용한 레시피가 소개된 책이다. 각 지역마다 핸드 메이드로 그 맥을 이어오고 있는 치즈, 와인, 소시지 등의 이야기를 비롯해
패스트푸드를 대체할 만한 맛, 다이어트, 건강 등에 대한 이슈도 접할 수 있다.
Patrick Martins, Ben Watson 공저
슬로푸드를 만날 수 있는 매장 위주의 가이드 책이다. 구석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레스토랑, 델리, 바, 식품점과 마켓을 두루 소개하고 있어 현지
뉴요커들뿐만 아니라 뉴욕을 방문한 사람들을 위한 좋은 서베이가 될
것이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