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회의가 열렸다. 당일 회의에서 산입범위 확대를 포함한 최저임금 관련 법안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저임금 당사자와 민주노총의 반발로 연기됐다. 환노위는 당장 열리는 20일 전체회의에서는 최저임금 관련 법안을 다루지 않되, 4월 노-사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4월 3일은 최저임금위원회 소속 공익위원에게, 4일에는 노사 관계자들에게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는 계획이다.
환경노동위원회 노동법안소위원회 일정
‘18.4.3(화) 10:00(공익 의견청취 및 수렴) 최저임금법 개정안 4차 소위원회
‘18.4.4(수) 10:00(노사 의견청취 등) 최저임금법 개정안 5차 소위원회
‘18.4.6(금) 10:00(노사 의견청취 등) 최저임금법 개정안
현재 최저임금 관련 법안의 주요 쟁점은 정기 수당을 비롯한 연차수당과 휴가수당, 상여금, 식비 및 기숙사비 등 11가지 항목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킬지 여부다(현재 최저임금에는 각종 수당과 상여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소위에 상정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한국당 김학용·신보라 의원의 발의안과 바른미래당 김동철·하태경·김삼화 의원의 발의안 등 총 5건이다. 개정안마다 범위의 차이가 있지만, 최저임금에 각종 수당을 포함시켜 실질임금 상승을 막으려 한다는 점은 같다.
최저임금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는 법안은 '재벌법안'
최저임금 셈법을 바꿔 각종 수당을 포함시키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없어진다. 지금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법안은 벼룩의 간을 빼먹는 것이다. 내수 살리기와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해 최저임금을 올렸는데, 각종 꼼수를 합법화 해서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길을 터주면 최저임금은 왜 올리나. 최저임금 숫자만 바꾸고, 받는 월급은 그대로면 최저임금 인상 투쟁은 왜 하나. 당사자들이 동의할 수 없는 최저임금 법안은 '재벌법안'이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노동존중이 아니라 '재벌존중'이다.
정부와 국회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시도를 중단하고, 최저임금 불법•탈법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최저임금셈법 건드릴 시간에 1만원 실현을 위한 재벌개혁 법안을 만들라.
3월 16일 오후 1시, 민주노총은 긴급 중집을 개최하고 최저임금 관련 투쟁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산입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최저임금 개악안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중앙집행위원회는 최저임금 논의를 국회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판단으로, 국회 환노위 내 논의 틀을 요구키로 했다. 논의 틀이 마련되면 최저임금 노동자의 요구를 수렴, 민주노총의 요구와 입장을 갖고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요구안은 22일 목요일 중앙집행위에서 논의된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 결정사항
1. 3월 20일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국회 환노위에 최저임금 관련 논의 틀을 요구하고 참여한다.
2.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논의 틀은 독자적으로 마련한다.
3. 교섭에서 논의할 민주노총 요구안은 3월 22일로 예정된 차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정한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최저임금 삭감안!"
최저임금 당사자가 말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서비스산업연맹 마트노조 인천본부 김미리 수석부위원장
“지금까지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너무 힘들게 일을 하고 있었다. 대통령이 바뀌고 임금이 좀 오를까. 임금이 20만원이라도 오른다면 나는 얼마를 저금하면서 식구들과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꿈에 부풀어 있었다.
우리 마트노동자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촛불로 바꿔놓은 정권이 우리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다. 산입범위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한 사람도 많다. 너무 어려운 말들이고, 내용들이 복잡해서 무엇이 줄어드는지 잘 모른다. 그렇게 노력해서 올린 최저임금이 실은 하나도 오르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사실을 더 알려야 한다. 이 개악을 노동자들이 막아내야 한다. 민주노총과 마트노조, 다 같이 최저임금 개악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고 앞장서겠다."
보건의료노조 김경미 안산시지부장
“오늘 아침 어르신 한 분을 저 세상으로 보내드리고, 웃으면서 다른 어르신을 돌봐 드리다 이곳으로 달려왔다. 요양보호사들은 포괄임금제로 묶여 있어 밤새워 일하면서도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다. 처우가 너무 열악해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로 2013년부터 처우개선비를 시간당 625원 받고 있었지만, 최저임금이 인상되었다는 핑계를 대며 처우개선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게끔 복지부가 고시를 개정했다. 박근혜를 쫒아내면서 최저임금도 오르고 처우도 개선되고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싶었지만 다 사탕발림이었다. 조합원들과 함께 최저임금에 대해 더 알리고 더 크게 부르짖겠다."
여성연맹 이찬배 위원장
“여성연맹이 최저임금, 생활임금 쟁취하겠다고 싸운지도 어느덧 18년이다. 그런데 세상이 거꾸로 간다. 연간 상여금 100%를 받으려고 4년을 싸웠다. 이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겠다고 한다. 우리 비정규직들은 상여금 1원 따내고, 식대 5만원을 따내느라 수 개월씩 노숙 농성을 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식대와 상여금이 다 들어간다면 결국 최저임금 1만원이 되어도 우리에게 남는 것이 없다. 올라갈 임금도 없다. 어렵게 말하지 말라. 이것은 최저임금 삭감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