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7/14) 아침.
오랜만에 쉬어보는 주말이었지.
마누라한테 준비할 것 다 점검해보라고 하고
한가로이 사우나를 즐겼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오후 2시에 홈브리지 캐빈에 체크인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에버랜드로 출발한 시간은 아마 오전 11시경.
주말이어서인지 가는 길은 예상보다는 약간 더 막히고 있었고,
상아는 주저리주저리 무슨 잔소리가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서둘렀던 탓인지 1시가 채 안되어 에버랜드에 도착했다.
혹시 먼저와서 기다리는 눔 없나 홈브리지 캐빈을 둘러보았는데
역시 없더구만.
아침을 못먹었더니 허기가 몰려왔다. 누구보다도 상아가 안달이었다.
그래서 민가가 있는 동네(용인시 포곡면 전대리)에 나가서
이리 저리 식사할 만한 곳을 기웃거리다가 옛날 짜장면으로
그날의 첫 식사를 마쳤다.
옛날 짜장면... 그곳에서 옛날 짜장면을 먹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옛날엔 짜장면이 이렇게 맛이 없었나?'
대강 허기를 면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똥구리한테서 전화가 왔다.
똥구리 : 어디냐?
데쑤 : 지금 숙소로 가는 길이다. 니는 우데고?
똥구리 : 나 지금 숙소 앞에 와있다. 아무도 없다.
디리따 차를 몰고 숙소로 가보니 똥구리는 없었다.
다시 삐리리리~ 전화.
똥구리 : 어디냐?
데쑤 : 숙소 앞에 와있는데 너 없다. 너 아마 딴 데 있는 것 같다.
똥구리 : 어. 다시 찾아가께.
이래서 5분 뒤 똥구리를 만났다.
이어서, 샤부뎅이네도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고 숙소 앞으로 왔다.
체크인 하는 사무실 앞쪽에는 대여섯대의 강간뻐쑤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 뻐쑤들... 맞어.. 그 뻐쑤들을 보는 순간 이미 뭔가 사건이
터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콧구녕 깊숙히 찾아들었었지.
일단 튤립 2층을 배정받았다.
한 층이 대개 40명 정도까지 수용이 가능한 시설이기 때문에
일단 좁아터진 단칸방에 살던 우리 가족은 속이 뻥 뚫린 듯
시원하기만 했다.
서울 식구들은 다 모인 셈이고, 지방 식구들 오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우선, 우리끼리 에버랜드 한바퀴 돌고 오기로 하고 세 가족이
차 두대를 나누어 타고, 에버랜드 정문으로 출발.
그무렵 군데군데 새앙쥐같이 생겨먹은 먹구름이 하나 둘씩 몰려들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비가 쏟아졌을 때를 대비할 만한 아무런 대책도 없던 상황임에도
세 가족은 의기양양하게 에버랜드 안으로 진입.
게다가.... 비가 올 것 같아서 사람도 적고 오히려 잘되었다며
즐거워 하기까지 하다니.....
아이들과 동행하다보니 역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동물원이었다.
아이들보다 훨씬 덩치가 큰 호랑이며, 곰, 물개를 보면서도
어찌된 일인지 얘들은 겁도 안낸다.
꼬마들이 서있는 그곳이 정글이 아닌, 놀이동산이라는 것을
이녀석들은 너무나 영악하게 구별해 내고 있는 것 같았다.
또, 자기들이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씩 더 강하게 인지해 가는 것 같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동물원 구경을 마치면서 몇몇 일행들은 아마존 익스프레스라는
놀이기구를 탔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놀이기구 타러 갈 때와는 달리 나올 때의 몇몇은
물에 빠진 새앙쥐처럼 흠뻑 젖어 있었다.
아마존 익스프레스에서 한바탕 공격을 당한 모양이지만,
왠지... 아까 몰려들던 새앙쥐같이 생긴 먹구름이
일행들에게 쏟아져 내린 건 아닌지......
하긴, 놀이기구 밖에서 사람들 기다리고 있던 나로서는 확인할 길은
없다.
어슬렁거리며 한가하게 놀이공원을 거닐다가 유러피안월드쪽을 지날 때
똥구리가 한마디 한다.
똥구리 : 저기서 생맥주 딱 한 잔씩만 마시고 가자.
하긴, 이렇게 탁 트인 자연 속에서 생맥주를 마신다는 게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모두들 한조끼씩 걸치기로
했다.
파라솔 아래 옹기종기 모여서, 조금씩 굵어지는 빗방울을 피했다.
왜 그런지 생맥주를 마셔도 전혀 취기가 오르지 않았다.
구름 낀 하늘 탓에 온통 회색빛이 가득해서였을 것이다.
내가 지금껏 보아온 어떤 맥주보다도 그때 보았던 맥주는 황금빛이었다.
아마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두었다면.....
흑백사진 속에 맥주만 황금빛 천연색으로 나타났을 거다.
그리고, 중요한 건... 안주.
그때 먹은 훈제 닭다리 맛은 한동안 안잊혀질 것 같다.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 게 아마 우리가 맥주 한조끼를
다 마셔갈 무렵이었던 것 같다.
이제 정말 비상사태를 맞게 된 거지.
아이들 때문이었지 뭐.
우산 하나 있는 걸로 어른들이 애들 하나씩, 둘씩 숙소까지 운반(?)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숙소로 돌아오니 이미 땅거미가 진 시간.
샤부뎅이네가 준비한 비빔밥을 저녁으로 먹었다.
냉면을 가위로 잘라먹어보긴 했지만, 비빔밥을 가위로 잘라 먹어보긴
처음이었다.
샤부뎅이의 대쪽같은 성질(?)로 인해
결이 엄마는 비빔밥을 준비해야만 하는 운명이었기는 하지만
아무튼 배불리 맛있게 저녁 식사를 끝마칠 무렵
상현이(향후 상현이는 "흥분이"라 부를 것임)네, 알통네가 도착했다.
아, 밤 9시 반경이었다.
식사 마치고, 술잔 돌리고, 이러쿵 저러쿵 재미난 얘기 중간 중간에
빗소리 들리고, 아랫층 중학생들이 질러대는 소리 들리고,.....
그렇게 그렇게 여행지에서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지.
그러다가 그게 그만...... 사건이 터지고 만 것이지.
아무튼 여기다가 그 사연을 다 쓰자면.......
빼도박도 못하는 뚜렷한 증거를 문서로 남기는 미련한 짓이 될 것 같아
그 내용은 적지 않는다.
궁금한 사람은 궁금하고 말어라...
더 묻지도 말고, 그러다가 정히 답답하거든...
답답해 죽어라...
아무튼 더 묻지 마라....
그래도 묻는 넘이 있으믄... 아가리를 찢어버린다...
다음 날이다..
다음 날인가? 아무튼... 중간에 생략한 사건으로 인해
우리 어른 일행 10명 중 9명은 2시간 정도 밖에 못잤던 것 같다.
한명? 한명은 우리 마누라다. 우리 마누라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잠은 잔다. 수면량 불변의 법칙이 적용된다.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우리 일행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일어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던 우리 마누라의 뻔뻔한(?) 표정을 보았으리라.
각설하고,
아침은 우리 마누라가 콩나물국과 불고기를 준비했다.
아침을 마치고 다시..... 비가 오는 에버랜드를 향해 걸어갔다.
정말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어제 한바퀴 돌았던 서울 식구들은 에버랜드에 올 기회가 많지 않은
지방 식구들을 위해 한 번 더 돌았다.
두번 도니까... 다리 아퍼서 미치겠더라.
토요일, 일요일 이틀간.... 마치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것 같았다.
비맞으며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곳 위주로 골라 다녔는데,
결국은 한바퀴를 다 돌아버렸다.
에버랜드에서 점심도 해결하고 오후 3시 반경.....
행선지를 넘버판에 써붙인 각자의 차에 올랐다.
이번 정모.....
잊지 못할 일들이 참 많았다.
샤부뎅이가 알아서 정리를 하겠지만,
아무튼 이번 정모때 나온 얘기 중에서
앞으로의 변화를 예견할 만한 내용이 있다.
아이들이 생기고, 커가면서 정모 규모도 커질 것 같다.
그리고, 가족 단위의 모임 성격이 더 강해지는 것 같고.
그래서 봄, 가을에 열리던 정모는 휴가와 겸하거나,
참석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여름, 겨울로 조정될 것 같다.
그리고, 계 모임과 유사하게 매 정모는 한 집씩 돌아가면서
주관을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장소, 먹을 거리 등등....
그런데, 정모가 1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먹을 거리는 곰곰 생각해보면
최소 2끼 내지 3끼가 준비되어야 한다.
그러면 한 집에서 감당하기에 좀 힘들지 않을까...
그래서 내 생각엔 한 번의 정모를 한 집에서 감당하기엔 좀 힘들 것
같다. 마치 명절을 준비해야 하는 정도의 부담이 아닐까....
그보다는 두집이 조를 이루어서 진행하면 어떨까 한다.
남자들이야 어릴 적부터 친구로 지내왔지만, 아내들은 그런 관계가
아니어서, 오히려 이런 기회에 함께 준비하면서 더 친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몰라.. 그냥 내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정모 참석자 명단이다.
출석 순서대로다.
데쑤네 : Mr. & Mrs. 데쑤, 상아
똥구리네 : Mr. & Mrs. 똥굴, 의진, 재현
샤부뎅이네 : Mr. & Mrs. 샵뎅, 결이, 장군이
흥분이네 : Mr. & Mrs. 흥분, 민서, 준서
알통네 : Mr. & Mrs. 알통, 효원, 민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