齊居卽事(제거즉사)
이민성(李民宬:1570~1629)
본관은 영천. 자는 관보(寬甫), 호는 경정(敬亭).
경북 의성 출신이며, 병조정랑, 동부승지, 좌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이다.
시문과 글씨에 뛰어났으며, 명나라를 갔을 때, 중국 사람들이 그를 이적선(李謫仙:이태백)이라 불렀다.
저서로는 『경정집(敬亭集)』· 『조천록(朝天錄)』등이 있다.
명예와 이익을 다투어본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爭名爭利意如何 쟁명쟁리의여하
늙어서 산림에 묻혀 살 계획 머지않았네
投老山林計未疏 투로산림계미소
참새 지저귀는 황폐한 섬돌에 인적도 없고
雀噪荒階人斷絶 작조황계인단절
죽창에 해는 저물고 누워서 책을 보네
竹窓斜日臥看書 죽창사일와간서
*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이 들어가는 것이 즐거운 사람이 있다
어깨에 걸쳐진 짐들이
세월 따라 하나하나 내려놓는
그 기쁨은 누구나 느끼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젊은 시절
죽을 듯이 앞만 보고 살았다
돌이켜보면
수중에 남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마지막에는
받은 만큼
돌려주고
내 몸도 내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염세주의(厭世主義)로 살면 안 된다
있어야 내려놓고
가져야 비울 줄도 아는 것이다.
화자는 오랜 관료(官僚)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아무도 찾지 않는 깊은 산속에 집을 짓고
조용히 살면서 옛일을 돌이켜 본다
무엇을 위해 일을 했는지
명예도 실리도 명분도
다 부질없는 일이란 것을 느낀다
아무도 찾지 않는 집에
요란스럽게 참새들이 지저귀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고
무료할 때 책을 읽는다
세상 속에 세상을 잊고
무위자연(無爲自然)에 몸을 맡기고
하늘이 자연이 내려준 만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화자가
그저, 부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