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3. 화요일. 날씨: 비와 눈이 새벽에 내린 덕에 길이 촉촉하다. 산책하는 발걸음이 시원하다.
아침열기-수학-점심-청소-해금/풍물-마침회-5,6학년 영어-교사마침회
마을을 걷는다
8시 50분이면 누리샘 5학년은 아침 산책을 합니다. 마을을 둘러보거나 옆 산 우면산 숲길을 잠깐 걷는 것이지요. 하루를 시작하며 자연과
둘레 환경을 살피는 까닭은 여러 가지 뜻이 있습니다. 걷기, 숲 속 기운, 호흡, 관찰, 여유, 배움... 참 많은 걸 얻을 수 있기에 잠깐
10분에서 20분이지만 충분하게 아침을 열 수 있습니다. 더욱이 누리샘 3월의 큰 공부 가운데 하나가 마을 지도를 그리는 것이라 보통 때보다
자세히 보려고, 보는 것마다 서로 이야기를 건넵니다. 회사 이름이 뭔지, 이 길을 걸을 때는 몇 집을 지나치는지, 큰 건물은 어디에 있는지,
공원과 주차장은 몇 개나 되는지 서로 본 것을 줄곧 이야기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예정한 한 바퀴를 돌았네요. 오늘은 학교를 중심으로 북쪽 방향만
잠깐 돌지만 내일은 동쪽, 모레는 남쪽, 다음은 서쪽 길을 걷다 다시 익숙한 길을 자꾸 걸으며 거리를 가늠하고 마을 속에 있는 학교를 찾아내게
되겠지요. 얼마전에 동네 주민 한 분이 정성어린 편지를 보내주셨는데 편지의 핵심은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맑은샘학교 아이들로 키워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평일 저녁에는 학교 모임이 있더라도 학교 마당에서 시끄럽게 놀아서는 안되고, 주말 행사 날에도 동네 사람들을 배려하며 놀아야
한다는 것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 말씀하셨습니다. 얼마나 고마운 말씀인지, 조심한다고 했는데 또 놓쳤구나 싶어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날 바로
아이들에게 편지를 읽어주고 우리가 양지마을에서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몸가짐과 놀이 규칙들을 이야기 헸지요. 아이들 모두 진지하게 반성했고
조심하자 했는데,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주말 행사날에는 미리 동네 분들에게 양해를 구해야지 싶습니다. 물론 더 조심하고 살펴야 함이 먼저입니다.
부모님들과 선생들 모두 더 애를 써서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야겠지요. 어쨌든 누리샘 아이들은 날마다 산책을 하며 마을
길을 익히고 거리를 재며 축척을 배워 지도를 그려볼 겁니다. 예쁜 양지마을 지도를 만들고 싶지만 솜씨는 정성과 다를 때도 있긴 하지요.
사회과부도 책을 펼쳐 고장과 마을, 세계를 익혀가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 대한 애정어린 관찰과 애씀으로 배움의 결과를 내놓은
것은 아주 중요한 교육과정입니다. 더욱이 5학년같은 높은 학년들에게는 그냥 그림 그리기 정도가 아니라 온갖 배움을 끌어내고 통합하는 일과 놀이
교육이자 교과통합 주제학습으로 삼을만합니다. 어떤 것이든 작은 것에서 세상의 구조와 배움의 깊은 곳을 모두 끌어낼 수 있습니다. 지도 하나를
그리기 위해 역사와 수학과 과학, 인문학이 모두 필요하지요. 그래도 끝내는 상쾌한 공기와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기쁨이 가장
좋습니다.
9시 10분 교실에 둘러앉아 하루 공부 이야기를 나누고 선생이 준비한 책을 돌아가며 또박또박 읽습니다. 더 큰 목소리를 말하겠다는 목표를
지닌 민주에게도, 뚜렷하게 말하는 목표를 지닌 원서와 성범이게도 천천히 낱말과 문장을 읽어나가며 그 소리를 자신의 귀로 듣는 것은 모든 배움의
바탕인 듣기와 말하기를 또다르게 연습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좋은 책을 골라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눠가는 재미가 좋습니다. 높은샘은 아침열기
수업 구성이 낮은 학년과는 다르지요. 어느 모둠이나 같은 것은 노래와 대화, 시 암송, 피리 같은 악기 연주는 기본이지만, 중심으로 잡은
공부들을 더 깊게 하거나 줄곧 하는 시간으로 충분이 쓸 수 있는 구성은 높은 학년 아이들이기에 가능한 게 많습니다. 호흡을 가쁘게 하지 않고
아침열기 구성을 충분히 준비해야 할 몫이 선생에게 있는 셈입니다. 5학년 되어 처음하는 영어와 천자문이지만 설렘과 즐거움이 큰 배움입니다. 영어
노래를 부르고, 몸을 흔들며 천자문 뜻과 음을 새기며 뭔가를 알아가는 게 재미있습니다. 영어와 한자가 우리말과 얼마나 섞여쓰이는지, 즐겨쓰는
말들의 뜻을 또렷이 알 수 있어 우리 삶과 그대로 연결되어 있는 언어 세계입니다. 5학년은 날마다 영어와 천자문을 하기에 6학년과 함께 하는
영어 놀이 시간 한 번 빼고는 마침회 마치고 엉어 수업을 하지 않습니다. 오전 수업에 알맞게 조금씩 들어가면 됩니다.
수학
10시 10분, 초등과정에서 수학은 참 즐겁고 재미난 활동이 준비되는 과목입니다. 누리샘 아이들은 셈영역에서는 분수와 소수의 사칙연산,
도형에서는 넓이와 관계들을 익혀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만들고 그리며, 삶에서 얼마나 쓸모있는지를 연결해내야 합니다. 그래서 집짓기와
마을 지도 그리기는 제 몫을 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그리고 다시 활동지로 익히고 수학 공책에 뜻과 규칙을 정리해가며 온 몸으로 익힌 것을
하나둘 풀어내야지요. 사칙연산을 해내는 속도보다 문제를 해결하며 규칙을 찾아내는 것이 먼저입니다. 분수와 소수 이야기를 준비하는데 아이들이
3월이니 먼저 달력을 만들고 싶다 합니다. 선생은 다음 시간에 하려고 생각한 것인데 그게 중요하지 않기에 먼저 달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지난
달력을 뜯어 뒷 면에 다시 달력을 만들어 갑니다. 함께 3월 한 달 계획과 저마다 목표를 세우고, 셈 규칙도 찾아내고, 역법 이야기와 영어와
한자, 절기를 모두 익힐 수 있는 게 달력 만들기입니다. 달력을 보며 영어 시제와 영어 숫자 셈을 해보고, 절기와 역사를 찾아 발표하고 나눌 수
있어 달마다 한 번 꼭 만들고, 날마다 달력을 보며 필요한 익힘을 해낼 수 있어 좋습니다. 아이들이 정성들여 만든 달력은 교실 벽에 붙어 교실을
아름답게 꾸며주기도 합니다. 분수는 전체의 부분으로, 똑 같이 나누는 뜻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니 피자와 사과같은 먹을 거리부터 평등을 실천할 수
있고, 1보다 작은 단위 세계를 들여다 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칠판 그림과 아이들 수학 공책, 준비한 수학 책에서 규칙을 찾아내며
분수의 덧셈과 뻴셈, 소수의 개념까지 잘 흘러갑니다. 종이접기를 떠올리고 수학자 책을 읽은 기억을 떠올리는 아이들이라 쑥쑥 진도가
나갑니다. 욕심 많은 선생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많으나 아이들이 즐겁게,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점심 먹을 때까지 한 시간쯤 셈
규칙을 찾고 그리며 선생 말을 듣는데 아이들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우리 학교 높은 학년 아이들이 대체로 그런 편이라 어느 정도로 알맞게
끌어나고 쉬며 호흡을 조절하는 가가 늘 관건입니다. 물론 아이마다 다르지만.
해금과 사물놀이, 영어
처음으로 해금을 배우는 거라 민주, 성범, 원서 얼굴에 기대감이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송윤주 해금 선생님이 정말 친절하게 해금의 기초를
잡아주십니다. 울림동, 활대와 말총, 입죽, 중현과 유현, 해금을 무릎에 놓고 손에 잡아 켜는 방법까지 처음부터 하는데 세 아이 모두 자세가
좋고 소리가 잘 나온다 칭찬을 받습니다. 권진숙 선생과 함께 해금을 잡은 선생도 아이들과 해금을 켜는데 참 오랜만입니다. 해금 수업을
맑은샘학교에서 처음 시작할 때 아이들과 같이 배웠는데, 아이들과는 달리 선생은 모두 까먹고 늘지가 않았지요. 올해는 다른 각오로 해금을
배워보려고 마음을 먹습니다. 잡고 소리내는 것을 줄곧 연습하니 손목이 아프고 발이 저리네요. 처음 자세를 익히기가 쉽지 않습니다. 해금을 잘
켜는 6학년 아이들에게 많이 배워야겠어요.
역시 처음 하는 사물놀이 시간이라 5학년은 6학년 누나와 언니들이 하는 대로 따라합니다. 6학년 아이들이 워낙 치는 힘이 좋아 5학년
동생들이 잘 따라하면서 배워가는 방식입니다. 처음이라 두 번을 잇달아 처음부터 끝까지 치는데 어느 부분에서 어느 장단을 쳐야 하는지 알아내는
듣기가 중요함을 아이들이 금세 찾아냅니다. 성범이와 민주는 장구를 잡고, 원서는 북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성범이는 나중에 자기는 춤을 추겠다
해서 모두를 웃깁니다. 몰아치는 휘몰이와 넘어가는 양산도 가락 속에 아이들 호흡이 잡혀갑니다.
5, 6학년이 함께 영어로 노는 첫 날인데, 민지와 민규가 선생 노릇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두 아이 다 아주 좋아해서 행맨놀이를 이끄는데
6학년은 자주 한 거라 익숙한데 5학년은 알파벳을 겨우 아는 수준이라 신기할 뿐입니다. 그러다 자연스레 맞히는 재미와 누나, 언니들 흥분 속에
빠져들지요. 저마다 줄곧 듣고 따라 말 할 동화책을 읽거나 암송하며 집에서 한 것을 확인한 뒤 단어 놀이로 새학기 영어 첫 시간을 마치며, 다음
주 COOKING CLASS를 위해 음식 재료를 나눠 맡습니다.
처음 하는 게 많아 흥분과 설렘, 배움과 이야기가 많은 날입니다. 즐거워 모를 수 있지만 서로 알아가고 한 해 기운을 만들어가는
3월은 팽팽한 긴장을 풀어줄 신나는 놀이가 많아야 할 때입니다. 그만큼 아프지 않고 몸이 튼튼해야 모두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선생이나
아이들이나 모두 충분하게 자고 쉬며 몸을 튼튼히 만들어 귀한 3월을 온몸으로 누리고 힘껏 안아야겠어요.